가깝고도 먼 삼형제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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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삼형제 섬
  • 고제민
  • 승인 2016.09.02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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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신도·시도·모도 - 그리고 예술의 섬 나오시마

신도 – 소금창고 45.5×53(cm) oil on canvas 2016

 


삼형제 섬은 육지에서 10분 남짓 거리지만, 섬 주민에겐 육지가 멀기만 하답니다. 섬에 사는 학생들은 영종도에 있는 학교로 등하교하는 데 3시간이나 걸리고 일 년에 60일 정도는 바닷길이 막혀 학교엘 가지 못한다고 하니 코앞에 지척인 육지가 멀게만 느껴집니다.
 
소금꽃 가득한 염전이 땀 냄새를 풍기는 신도, 북도 막걸리집이 행인들의 발걸음을 잡는 시도, 조각상으로 꾸며져 찾는 이 많은 배미꾸미 모도, 겉보기에는 제법 오가는 이가 많아 분주할 것 같은데 해변 구석에 외로이 서있는 소나무나 할머니 혼자 지키는 섬집처럼 삼형제는 쓸쓸해 보였습니다.
 
섬과 육지의 경계에 자리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외톨이 신세가 된 삼형제가 이 도시의 아픔을 닮은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섬을 찾아온 사람들이 한나절 둘러보고 금방 떠나버리니 섬 주민들의 외로움이 더할 것 같았습니다. 삼형제가 오순도순 이웃하면서 행복해지기를 마음속으로 빕니다.

(2016. 9. 1. 글 그림 고제민)

 


 

시도 - 북도사거리 61×39(cm) oil on canvas 2016


모도 – 섬집 45×45(cm) oil on canvas 2016

모도 - 소나무 56×45.5(cm) oil on canvas 2016

 


삼형제 섬에서의 쓸쓸한 기억을 되새기며 일본의 섬마을 예술축제를 다녀왔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아 버려졌던 섬이 예술의 섬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소식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나오시마 섬의 ‘세토우치 예술축제’는 3년마다 열리는 축제로 오카야마 현과 가가와 현을 중심으로 12개의 섬에서 펼쳐지는 현대미술 축제입니다. 일본 섬 마을에서 받은 감동을 보태어 삼형제 섬의 쓸쓸함을 달래고 싶습니다.
 
버려진 섬 ‘나오시마’는 ‘후쿠다케 소이치’라는 분에 의해 예술의 섬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합니다.
작가와 작품을 세심하게 배려하면서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마음이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심각한 자연 훼손으로 버려진 섬이 되어버린 나오시마와 테시마 섬이 현대미술과 어울리며 힐링의 섬이 되었다고 합니다. 나이 드신 분들이 웃으면서 살 수 있는 행복한 섬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섬 주민들이 ‘후쿠다케 소이치’의 뜻을 이어받아 스스로 예술의 섬을 가꾸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나오시마 섬 - 지중미술관 전경

빛만으로 설계된 ‘지중미술관’

 


‘지중(地中)미술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지하에 전시관을 만들어 자연광을 이용하여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된 독특한 구조의 미술관입니다. 전시실에 5명~10명 정도만 들여보내 여유 있게 감상하도록 하고 대기 시간에는 다른 사람의 작품 감상을 방해하지 않도록 안내하는 등 관객의 정서적 공감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뜨거운 여름 한낮에 한참을 기다려 작품을 마주하는 일이 마치 종교적 의식을 거행하는 듯 경건하게 다가왔습니다.

 
 

 



자연을 품은 ‘데시마미술관’

 


‘데시마미술관’은 주변 자연과, 빛과 공간, 인간이 묘하게 하나가 되도록 고안되어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과 혼연일체가 되어 공감하도록 만듭니다. 섬의 자연 환경, 버려진 빈집들과 묘하게 어울리는 작품들이 또다른 예술 세계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버려졌던 섬이라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 할 정도로 아름답게 예술적으로 재탄생되어 섬의 가치를 높이고 있었습니다.
  
인천에는 160여 개의 섬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섬에는 젊은 사람들이 거의 없고 노인들만 거주하고 있습니다. 작업을 위해 섬을 찾아다니면서 활력을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잠시 쉬었다 가는 휴식처로 참 좋긴 하지만 그 섬에 가서 살고 싶다는 마음을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 ‘나오시마’를 다녀와서 섬마을이 행복해지려면 무엇인가 가치 있는 것을 창조해 내는 보람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천시에서는 ‘가치재창조’라는 이름 아래 섬 관광을 유도하며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오시마’ 프로젝트와 같이 섬과 예술의 접목으로 더 가치 있는 섬으로 재탄생시키면 참 좋을 듯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섬을 찾아와 섬주민들이 활력을 되찾고 자연과 역사, 예술이 함께하는 섬을 희망해봅니다.

                                                                           (2016. 9. 1. 세토우치 예술축제를 다녀와서 고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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