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서 꼬신 83세 알로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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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서 꼬신 83세 알로할아버지
  • 김인자
  • 승인 2016.09.02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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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미국할머니꼬시기2



미국에 와서 하룻밤 자고 처음 간 곳은 할리우드.
비비안리 이름이 박힌 도로에서 사진도 찍고 영화배우처럼 분장한 동상에서 사진을 찍다 동상이 갑자기 아!이러는 바람에 깜짝 놀라 기절하는줄 알았다. 동상이 아니라 진짜 사람이 분장한거였다.
도로는 사람들로 붐비고 유명한 헐리우드에 와서 남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들의 손도장 발도장들 앞에서 사진들을 찍느라 정신이 없는데 내눈엔 유명 연예인의 손가락 발가락보다 내사랑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디있나 그분들을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Kensas 주에서 오신
80세 Johnny 할아버지
몸이 많이 불편하시지만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엘비스프레슬리의
손자국 발자국을 보려고
딸하고  kensas에서 오셨단다.

난생 처음 헐리우드에 좋아하는 남자친구인 존할아버지와 놀러오신 84세 수잔할머니도 만나고 유명한 명품점 앞에 앉아 쇼윈도우를 하염없이 바라보시던 리처드 할아버지. 옷도 좋은 시절에 입어야 폼이 나더라 하시는 리처드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모델이셨단다. 이렇게 나는 헐리우드에 가서 유명배우의 손도장 발도장을 찾아 사진을 찍는거 보다 내사랑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 당신들의 이야기를 듣는게 젤로다 행복했다.

오늘 내가 헐리우드에서 꼬신 최고의 할아버지는 알로 할아버지다.
긴풍선을 칼로 조각 조각 자르고 계시던 84세 알로할아버지는
치매를 앓고 계셨다. 계속 나보고  게임 좋아하냐며 여기서 한 시간만 가면 라스베가스라고 가보라고 열 번도 더 말씀하셨다.
단역배우출신이신 알로할아버지 풍선을 좋아하시는 알로할아버지.
나보고 계속 귀엽다시며 당신이 더 귀엽게 웃으셨던 알로할아버지.
헐리우드에서 알로할아버지는 풍선을 잘라내며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을까? 잃어버린 할아버지의 기억들을 잘라내고 있었던건 아닐까?
잃어버린 알로할아버지의 시간들을 똑똑똑 잘라내고 나면 알로할아버지가 젤로다 행복했던 시간들만 남았으면 좋겠다.
알로할아버지도 나도 친해지는데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며  오케 오케 맞장구치며 환하게 웃어주는 것으로 우리는 금새 친해졌다.

똑똑똑
칼로 풍선을 잘게 자르시던 알로할아버지

똑똑똑
제가 할아버지마음 속으로 들어가도 될까여 ...
똑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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