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만두랑 보리밥이 그렇게 맛있다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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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만두랑 보리밥이 그렇게 맛있다고 해서...
  • 문미정 시민기자
  • 승인 2016.09.05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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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 나가기] (첫회) 송현동 보리밥집

<인천in>이 '가까운 우리동네의 멋진이야기'들을 연재합니다. 먼 곳이 아닌 마을 주변에서 숨은 이야기가 있는 가게를 찾아 그곳에 녹아있는 스토리를 담아드립니다. 필자는 사회복지사이면서 <인천in> 시민기자로 활동해온 문미정님입니다. 아이 둘 가진 엄마의 따뜻한 눈으로 아이들과 함께 다니며 알게 된 마울 이야기를 일상의 소비생활을 중심으로 엮어갑니다.


<겨울 이야기>

동구 송현시장에서 '할머니 보리밥집'을 찾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취재를 위해 식당을 찾았을 때 한참을 헤매도 찾지 못한 내게 시장상인들은 친절히, 너 나 할 것 없이 길을 안내해 주었다. 얼마나 유명한 곳이기에 시장 상인들이 모두 그곳을 안내해 줄까?
그러나 찾아간 식당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오래된 미닫이 문에 5평 남짓 될까 말까 하는 아주 작은 가게였다. 가게 앞에 세워진 입간판에는 희미해져가는 글씨로 메뉴 몇 개가 쓰여 있을 뿐이었다.





“안녕하세요”
“네, 어서와요”
체구도 정말 자그마하고 허리도 굽으셨지만 반듯한 외모에 단정한 모자를 쓴 백발노인이 우리를 반겼다.





“할머니 만두랑 보리밥이 그렇게 맛있다고 해서 찾아 왔어요. 여기에 이런 식당이 있었는지 처음 알았네요. 찾느라고 힘들었는데 시장 상인들이 알려주었어요”

“네, 여기 시장에 오면 사람들이 다 알려줘요. 더러는 이렇게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어요. 일본에서도 찾아온 사람이 있었지요.”

“어떻게 일본에서 여기를 찾아서 와요?”
“누가 인터넷에 올린 것을 보고 일본 사람이 일부러 찾아온 모양이에요. 가끔은 일산에서도 오고 멀리 지방에서 찾아 오구 하더라구.”

“그렇게 맛있어요?”

“뭐 입맛에 맞는 사람들이 오는 거지, 만두도 집에서 만드는 방법 그대로 만들고, 칼국수랑, 콩국수 면도 직접 뽑고, 보리밥도 두 번 쪄서 하니까 옛날 맛 그대로야. 고향이 그리운 사람들은 좋아하지. 한번 다녀간 사람들은 다시 와요”





함께 간 가족과 함께 주문한 만두국과 칼국수 그리고, 보리밥은 옛날 맛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겐 그만이었다. 마침 자부가 함께 있어 할머니를 돕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보리밥이 먹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할머니가 보고 싶어 이 가게를 또 들르게 될 것 같았다.





< 여름 이야기 >

오랜만에 다시 찾은 송현동 보리밥집,
그날은 할머니의 자부가 주인이 되어 장사를 하고 있었다. 평일 낮에는 자부가 와서 장사를 도와주고 있는 것이었다. 할머니와 자부와 반갑게 인사를 하고 음식을 시키고 기다리는데 자부와 다음 손님이 약간의 언쟁을 하기 시작했다.

“저, 하나만 더 주세요!”
“아이고 안되요. 저녁 장사 할 거 없어요”
“멀리서 왔어요. 주시면 안돼요?”
“어휴, 참 안된다니까......”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자부는 콩국수와 면을 한 셋트 더 담아 드린다.
“에미야 반죽하나 더 해야겠다. ㅇㅇ 상회에 전화해서 밀가루 하나랑 소금이랑 시켜라”

이 논쟁의 주제는 ‘손님은 더 달라 주인은 팔거 없다.’ 였다. 여태 많은 음식적을 다녀 봤지만 식당에서 이런 실갱이를 벌이는 모습을 보는게 신기했고 재밌었다.

자부의 이야기를 들으니 여름엔 콩국수 장사가 매우 잘되고 멀리서도 포장해가는 손님이 많다고 한다. 콩국 한 병이면 면 세 개와 한 셋트 인데... 여러 셋트를 사가는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면 장사할 콩국과 면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콩도 직접 삶아서 갈 뿐만 아니라 늘 같은 맛을 유지하기 위해 이집 저집에서 콩을 쓰지 않고 늘 같은 집에서 콩을 주문한다고 한다. 면도 직접 반죽하여 뽑아내기 때문에 포장해서 가져가도 여기서 먹는 것과 똑같은 맛을 즐길 수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데, 오늘처럼 저렇게 막무가네인 손님은 처음이라 하였다.





할머니께 이렇게 손님이 많이 찾는 비결이 뭐라고 물었다.

“내가 철도 공무원으로 42년 일한 할아버지가 퇴직하시고 기회가 좋아서 일본과 독일에 음식 관련된 일을 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독일을 갔을 때는 주방 보조로 따라 갔었지. 그 땐 팁도 무척 많이 받았어. 그 때 주방장이 면을 반죽할 때 옆에서 유심히 봐뒀다가 한국에 와서 이렇게 장사를 하게 된거야. 처음엔 면은 안했어. 그땐 먹고 살기 힘들어서 싸고 배부른 음식이 좋겠다 싶어서 보리밥만 했었는데 어느 날 손님 하나가 뜨끈한 걸 팔면 잘 될거라 해서 그 때부터 칼국수랑 만두를 빚어 팔게 되었지. 송현시장이 막힐 정도로 줄을 서서 먹을 때도 많았어. 그걸로 시동생 자식들도 다 공부 시키고 키웠지 뭐야.”

할머니의 옛날이야기가 다 끝나갈 쯤 기다리던 보리밥과, 콩국수가 나왔다.





이날 맛본 콩국수와 보리밥 맛은 역시 옛날 맛 그대로 였다. 이제 곧 재개발이 되어 가게터를 다시 알아봐야 하는데 음식맛이 변할까 조금은 염려하는 할머니와 자부의 마음에서 장인의 정신이 느껴졌다. 여름과 가을이 손바닥 뒤집듯이 오고 가는 요즘, 가을인 듯 여름인 듯 오락가락한 날씨이지만 아직도 미처 여름을 다 즐기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송현시장 보리밥 집을 찾아 마지막 여름 맛을 느껴도 좋을 것 같다.

주소 : 인천광역시 동구 송현동 89-11
전화 : 032-773-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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