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로 쓰여진 '엄마의 선물'
상태바
한국말로 쓰여진 '엄마의 선물'
  • 김인자
  • 승인 2016.09.13 10: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8) 미국할머니꼬시기 5

미국에 온지 나흘째 되던 날 도서관에 오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만나고 싶어서 가든 글러브 커뮤니티도서관에 갔다. 도서관 1층 열람실로 들어가는 입구에 작은 정원이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화단가에 커트머리에 귀여운 얼굴의 분홍공주할머니가 그림책을 읽고 있었다. '말로'라는 생쥐그림책. 한 눈에 봐도 할머니는 치매에 걸리신게 분명해보였다.
분홍공주 할머니 옆에는 요양사인 샐리가 앉아있었다. 분홍공주 할머니 이름은 세덜리.
세덜리 할머니는 생쥐 '말로'를 아주 많이 좋아하셨다. 나에게 '말로' 그림책을 보여주며 그림책에서 손가락으로 생쥐 '말로'만 찾고 계셨다.
세덜리할머니에게 말로 그림책을 읽어달라 부탁했다. 그랬더니 세덜리할머니는 말로~말로~하면서 그림책을 흔들며 엄청 좋아하셨다. 어린아이처럼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지으시며 세덜리할머니는 '말로'그림책을 좌우로 흔들며 나에게 가까이 앉으라고 하셨다. 세덜리 할머니가 읽어주는 그림책읽기는 특별했다. 세덜리 할머니는 글자는 하나도 읽지 않으시고 그림책속에서 생쥐 '말로'만 찾으셨다.
세덜리 할머니와 나는 그림책에서 말로를 찾으며 말로~ 말로~ 외치며 그림책 한 권을 다 읽었다.

그림책 한 권을 다 읽고 나자 갑자기 세덜리 할머니가 내 목을 끌어안더니 내볼에 뽀뽀세례를 퍼부으셨다.
그리고 이내 할머니는 내게서 떨어지시더니 말로그림책을 첫 장 부터 다시 또 찬찬히 들여다보셨다. 그림책을 읽는 세덜리할머니 얼굴이 너무도 행복해보였다. 그림책 읽으시는 세덜리 할머니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이번에는 내가 할머니를 꼭 안아드렸다. 그랬더니 할머니가 또 나를 꼭 끌어안고 내볼에 뽀뽀를 하셨다.
그러시면서 내 손을 꼭 잡아 가슴에 끌어다 꼭 품으셨다.
그렇게 할머니에게 손을 꼭 잡혀 한참을 세덜리 할머니의 말로이야기를 들으며 앉아있었다.




세덜리 할머니와의 즐거운 시간을 아쉬움으로 뒤로 하고 도서관안으로 들어가는길.
도서관 밖 이동서가에는 할인해서 판매하고 있는 책들이 나란히 나란히 서었다.
이책 저책 판매대 위의 책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뒤에서 "인자~"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억 만 리 타국에서 내이름을 부를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하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누군가 또 "인자~"하며  내 이름을 불렀다. 돌아보니 세덜리 할머니셨다. 세상에 어떻게 내 이름을 기억하셨지. 처음 만나 인사드릴때 딱 한번 내이름을 말씀드렸었는데 ?그걸 기억하시고 내이름을 불러주시다니 ?
깜짝 놀랐고 감동했다. 인자~ 인자~하며 내이름을 불러주셨던 세덜리 할머니가 곧장 나를 지나쳐 도서관안으로 쑤욱 들어가셨다. 그리고 잠시후 세덜리 할머니는  책 한 권을 들고 나오셨다. 그리고 나에게 그 책을 보여 주셨다.

세덜리할머니가 내게 보여주신 그림책은 세상에나, 우리나라 한국말로 쓰여진 '엄마의 선물'
세덜리 할머니는 손가락으로 책표지 제목인 '엄마'라는 한국어 글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셨다.
엄마...
그러더니 세덜리할머니는 또 원래 앉아계셨던 화단가로 휘적휘적 걸어가셨다.
세덜리 할머니..
뒤뚱뒤뚱 오리처럼 불안정하게 걸어가시는 할머니.
인자~하며 내이름을 불러주셨던 할머니.
과거속에서 말로와 함께 사시는 할머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방 만난 현재에 살고 있는 나를 기억해주시며 도서관에 그 많은 책중에 내나라 한국 그림책을 찾아다 보여주시는 세덜리 할머니 고맙습니다.
세덜리할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셔요 말~~~로와 함께여~
말 ~로
울 세덜리 할머니
잘 부탁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