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경제민주화는 참으로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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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의 경제민주화는 참으로 공허하다
  • 하승주
  • 승인 2016.10.02 15: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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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하승주 / 동북아정치경제연구소 소장

셀프공천으로 유명한 한 노정객이 연일 경제민주화를 목청높여 부르짖는다. 경제독재 보다는 민주화가 좋은 말이니, 굳이 이 슬로건에 대해 반대할 일은 없겠지만, 늘 드는 느낌은 자기모순이다. 그 분은 자신이 한 정당의 대표로 있으면서 정당의 민주화에 대해서 매우 퇴행적인 행보를 보여 주었다. 또한 국회를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 정치의 민주화에 대해서도 딱히 기여한 바가 생각나는 것이 없다. 정치민주화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퇴행적인 모습을 보여준 사람이 경제민주화는 잘 해야 한다는 소리는 얼마나 공허한가?
 
좋다. 정치민주화는 못 하겠지만, 경제민주화는 잘 해야 한다는 이상한 소리를 믿어주기로 해 보자. 그렇다면 바로 다음으로 드는 의문은 과연 이 분이 주장하는 경제민주화란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경제의 민주화라는 개념은 슬로건으로는 멋있지만 실제 정책으로 생각해 본다면 모호하기 짝이 없는 개념이다. 도대체 경제민주화란 무엇인가?
 
먼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정치적 의미에서의 민주주의 개념부터 분명히 해 보자. 국민이 주인되는 정치가 민주주의라는 말은 그저 동어반복에 불과하다. 민주주의란 국가 의사결정의 정당성의 근거가 국민으로부터 유래하는 정치체제를 뜻한다. 즉, 국민의 의사가 끊임없이 국가권력에게 반영되고, 이를 통해 국가권력이 정당성을 획득하는 과정 전체를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는 딱히 정해진 것이 아니고, 꾸준한 과정을 통해 형성되어 가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정치적 민주주의가 경제 분야로 이식되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보통은 대기업이나 부자들의 갑질과 횡포를 제도적으로 막고 시장에서 합리적인 법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정도를 떠올리게 된다. 이런 세간의 인식은 경제민주화의 본질적인 면을 꿰뚫고 있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바로 경제주체들 간의 평등한 관계를 기반으로 한 합리적인 시장환경의 형성 과정에 있다고 할 것이다.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하청업체와의 관계에서 그 거래를 평등하게 이루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정치적 민주주의의 이상을 실천하는 것 이상으로, 그렇게 되어야만 시장이 더욱 건강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경제학자들의 가장 큰 의문은 별다른 것이 아니었다. 공황은 당시 주기적을 발생하는 것이었고, 시간이 지나면 시장의 작용으로 다시 정상을 되찾곤 했었다. 그런데 당시의 대공황은 도대체 회복의 기미가 보이질 않고 상황은 끝없이 악화되어 가기만 했다. 이것이 수수께끼였던 것이다. 공황이 왜 발생했는가가 아니라, 공황이 왜 시장에 의해서 극복되지 않는가가 바로 본질적 질문이었다.
 
여러가지 답이 제시되었지만, 유력한 해답으로는 경제주체들 간에 불평등한 권력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기도 했다. 시장의 수요자와 공급자는 평등한 관계에서 만나 거래를 이룰 때 자원의 합리적인 배분이라는 시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게 된다. 그러나 한쪽이 월등하게 권력이 강한 경우에는 굳이 합리적인 거래를 할 필요가 없다. 그저 자기가 가장 유리하게 거래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 때문에 당시의 루스벨트 행정부는 뉴딜 정책의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노동조합과 농민들의 권리보호를 꼽았다.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과 농민이 시장에서 평등하게 거래할 수 있어야 시장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고, 결국 공황도 극복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대한민국의 어떤 노정치인이 떠들고 있는 경제민주화란 어떤 것인가? 그 안에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적 배려가 존재하는가? 가장 쉽게 말해서, 김종인씨의 경제민주화는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해야만 한다. 그는 전두환 시절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노동조합에 대해 적대적이다. 그런 태도가 경제민주주의와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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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이 2016-10-04 08:51:37
정확한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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