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당선과 북-미 관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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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당선과 북-미 관계의 변화
  • 지창영
  • 승인 2016.11.10 16:51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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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지창영 / 시인, 평화협정운동인천본부 대표

미군 철수를 들고 나온 트럼프
 
미국 대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것을 한국에서는 특히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향후 북코리아와 미국 관계에도 많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고 그에 따라 한반도에도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예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분명 이제까지 보지 못한 변화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변화는 트럼프가 당선되지 않았어도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들이다.
 
한반도와 관련된 트럼프의 주장에서 파격적인 면들이 많지만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미군 철수론이다. 그의 말대로 된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변화를 동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생각해 볼 일이 있다.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됐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의 정책을 움직이는 것은 대통령 한 사람이 아니다.
 
미국은 주한 미군 철수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것은 북-미 사이의 평화협정과 관계가 있다. 문제는 평화협정이 미국의 호의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은 분명 아시아 패권을 놓기 싫어한다. 그것이 아시아회귀(Pivot to Asia) 전략과 그에 따른 한미일 삼각동맹 공고화로 나타난다.
 
그러나 현실은 미국의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 핵심에 북코리아가 있다. 북코리아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에 맞서면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략핵무기를 배치하고 미국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나라가 됐기 때문이다. 많은 분석가들이 이 점을 간과하거나 과소평가하는데, 사실 이는 현재의 국제정세를 분석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핵심 열쇠다.
 
역사가 증명하는 것처럼 미국은 약한 나라는 힘으로 굴복시키기를 주저하지 않지만 강한 나라 앞에서는 대화 카드를 꺼내 든다. 약한 나라를 힘으로 굴복시킨 최근의 사례로 아프간 침략(2001년)과 이라크 침략(2003년)을 들 수 있다. 힘으로 굴복시키기를 포기하고 공존 관계로 전환한 사례로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2015. 7. 1.) 그리고 이란과의 핵협상 타결(2015. 7. 14.)이 있다.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있는데 이는 미국과 북코리아와의 관계 개선을 전망하는 데 참고할 만한 사례다.

 
중-미 관계 개선을 추동했던 중국의 핵무장
 
중국이 원자탄을 개발(1964년)하고 수소탄을 개발(1967년)한 데 이어 인공위성을 발사(1970년)하자 미국은 중국과의 대결 정책을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국무장관 키신저가 베이징을 방문(1971년)하고 같은 해에 닉슨 대통령이 방중하면서 중국과의 핵미사일 대결전은 종식되고 중-미 관계는 정상화되었다. 1979년에는 중국을 공식 승인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하면서 미국은 그동안 우호적으로 지냈던 대만과의 국교를 단절하게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중요한 것은 그와 유사한 일이 한반도와 미국 사이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자리에 북한을, 대만의 자리에 남한을 대입해 놓고 생각하면 그 흐름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원자탄을 개발했다. 인공위성을 발사하여 궤도에 올려놓았고 수소탄 시험도 단행(2016년 1월)했다. 미국은 결국 ‘전략적 인내’ 정책을 더 이상 끌고 나갈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결국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들어 평화협정 논의가 물밑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그것이 간혹 수면 위로 드러나는 일이 잦아지는 것은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할 명분이 사라진다. 미군 철수의 핑계 거리였던 북한의 위협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트럼프는 미군 철수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했던 것이다. 트럼프가 후보 시절에 미군 철수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트럼프의 미군 철수론은’ 북-미 대결의 막바지에서 미국이 선택한 출구 전략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트럼프는 주한 미군 철수도 불사하겠다는 언급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그의 발언 속에는 미국 엘리트 집단의 속내가 깃들어 있는 것이 아닐까.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어차피 미군은 한반도에서 철수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가 미리 떠들어 놓으면 미군을 빼 간다 해도 그것은 미국의 의지에 의한 철수라고 세계 앞에 말할 수 있다. (2016. 6. 29. 인천in 이슈칼럼, ‘북-미 평화협정 어디까지 왔나 - 도널드 트럼프와 미국의 출구전략’>, http://bit.ly/2fTIP4z)

 
미국에게 공포의 대상이자 대화의 상대인 북코리아
 
결국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북한과 관련하여 그가 할 일은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는 것이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북의 지도자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한 발언은 실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과 관련하여 트럼프가 쏟아낸 발언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그의 말에서 미국이 북에 대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핵심 생각을 짚어낼 수 있다. 하나는 북이 공포의 대상이라는 점이고 나머지 하나는 대화밖에 길이 없다는 현실 인식이다.
 
북을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는 미국의 내심을 읽을 수 있는 발언을 보자. 1월 10일 아이오와주 유세에서 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이 25~26살의 어린 나이에 군부를 장악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제 그는 지배자다, 놀라운 일”이라고 평하는 한편 “그는 고모부도 제거했고 이 사람 저사람 다 제거했다”며 “이 사내는 게임 같은 걸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그 남자와 게임을 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이를 한 마디로 축약하면 우리(미국)는 김정은 위원장을 상대하여 밀고 당기고 할 형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만큼 북코리아는 공포의 대상인 것이다.
 
북과의 대화를 시사하는 발언들을 보자. “김정은과 북핵 문제를 놓고 대화할 것이며 대화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5월17일 영국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미국에 온다면 만나서 햄버거를 먹으며 더 나은 핵 협상을 하겠다”(6월15일 애틀랜타 유세에서) 라는 등의 발언이 있었다. 물론 보수층의 눈을 의식하여 그 반대 되는 발언도 쏟아냈고 때로는 오락가락 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숨은 뜻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향후 행보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북에서는 일찍부터 트럼프를 ‘현명한 정치인’, ‘선견지명 있는 대통령 후보감’이라고 하면서 힐러리 클린턴보다 호의적인 평가를 하고 있었다. 결국 북에서 호의적으로 보고 있는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그는 미군 철수를 주장한다. 이로써 향후 펼쳐질 북-미 간의 대결과 대화의 향방은 대략 정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2017년 1월 말경 임기를 시작하면서 북과의 새로운 관계 수립을 국정 우선순위의 상단에 둘 것이다. 빠르면 2017년 상반기에는 획기적인 변화가 공식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사이의 평화협정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와 북코리아의 지도자 김정은이 손을 맞잡는 장면이 전세계 뉴스를 장식하는 날을 머지않아 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국제정세는 변화무쌍한 것이어서 어떤 우여곡절을 겪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변화가 큰 시기인 만큼 위험 또한 내재해 있을 것이다. 특히 미국과 한국의 보수 기득권층 일부는 목숨을 걸고 평화협정을 방해할 개연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최악의 경우 크고 작은 전쟁의 위험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좌우로 굽이치는 일이 있을지라도 가고 있는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북-미 관계는 이미 새로운 길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이 점점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다.
 
 
관련 글(1) : 점점 명확해지는 북-미 평화협정의 징후
http://incheonin.com/2014/news/news_view.php?sq=31686&m_no=2&sec=2
 
관련 글(2) : 대북 제재 결의안 2270호에 숨겨진 비밀
http://incheonin.com/2014/news/news_view.php?sq=31777&m_no=2&sec=2
 
관련 글(3) : 미국 합참의장의 고백(“한반도 전쟁의 주도권을 북코리아가 잡을 수 있다.”)
http://incheonin.com/2014/news/news_view.php?sq=32101&m_no=2&sec=2
 
관련 글(4) : 북-미 평화협정 어디까지 왔나 - 도널드 트럼프와 미국의 출구전략
http://incheonin.com/2014/news/news_view.php?m_no=2&sq=33364&thread=002001017&sec=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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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창영 2016-11-18 10:51:28
[어느 독자의 질문] 미군 철수하면 우리나라 국방력으론 힘든지 궁금하네요? 지금 방위비도 적은 돈이 아닌데...ㅠㅠ
더구나 군복 입고 다니는 할배들 많아 북한보다 군사력이 월등하다 생각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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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국방이 염려된다면...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모시고 있으면 됩니다. 자기 국민 죽어가도 7시간 동안 모르쇠 하는 대통령이니 북은 전쟁 일으켜 봐야 소용없을 거라고 판단할 겁니다. (실없는 농담이고요...)

1) 미국과 평화협정 맺으면 북이 냉큼 적화통일 할 거라는 염려는 박정희에서 박근혜로 이어지는 기득권 세력의 잘못된 세뇌교육 탓에 생기는 기우입니다.

2) 6.15와 10.4 선언에서 이미 단계적인 평화의 길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평화공존(삐라 안 뿌리고 비방방송 안 하는 것 등) => 평화교류(개성공단 같은 것) => 평화통일이 그 순서입니다.

3) 남한을 무력으로 흡수한다면 북도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압니다.

4) 한/미/일 기득권 세력 일부가 전쟁을 불사하지 않는 한 평화통일은 무난할 것입니다.

5) 미국은 이미 쿠바와도 관계정상화(2015년) 했고, 이란과도 핵무기 협상을 했습니다. 그 이후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지 않습니까.

지창영 2016-11-18 10:12:10
트럼프 당선 후 북의 반응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미군철수와 평화조약을 주장하고 있군요. 트럼프는 이 조건을 결국 수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북이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대화를 추동하기 때문에 미국은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서세평 스위스 제네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가 주한미군 철수와 평화조약 체결을 전제로 북한과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계가 정상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고 로이터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연합뉴스, <北 주제네바 대사 "주한미군 철수시 트럼프 정부와 관계 정상화">, 2016-11-18 08:36
http://m.yna.co.kr/kr/contents/?cid=AKR20161118021800009&site=1800000000

지창영 2016-11-15 02:04:44
https://www.hankookilbo.com/v/c4074928ab55464d93aa9fd2eae592d1
한국일보, <“트럼프 차기 정부의 북미 직접 대화에 대비해야” 목소리 잇따라>(2016. 11. 13. 20:00)

[내년 1월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우리 정부가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사업가 출신의 트럼프 당선인이 미 대선기간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언급했던 만큼 우리 정부가 제재 일변도의 경직된 대북 노선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민태은 부연구위원은 (중략) “북한과 트럼프 정부가 북핵 문제와 관련해 대화를 추진할 경우에 대비해 우리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략)

국회 입법조사처 유웅조 입법조사관도 (중략)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이 제시한 평화협정체결과 한반도 비핵화 병행론을 수용해 북미 직접대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앞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도 (중략) “트럼프는 (중략) 북한이 핵동결을 카드로 활용해서 협상을 시도할 경우 긍정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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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를 아무리 재 봐도 미국이 갈 길은 오직 하나, 북과의 평화협정입니다. 세계 정세의 변화는 바로 여기에 맞물려 돌아가게 돼 있는데 아직도 이 중요성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있습니다. 꼭두각시 정권에서 언론들이 위축돼 있기 때문이죠. 정권이 바뀌어야 평화협정이 본궤도에 오를 것입니다.

지창영 2016-11-13 21:47:31
http://www.voakorea.com/a/3591050.html
미국의 소리, <미 언론들 "북한 핵, 트럼프 행정부 주요 외교현안">(2016.11.11 20:30)

[미국 언론들은 내년 1월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외교 현안 중 하나로 북한 핵 문제를 꼽았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ABC' 방송은 9일 인터넷 판에 ‘트럼프 당선인이 직면한 5가지 외교 분야의 도전과제’를 제시했습니다. 내년 1월 취임 직후 마주할 가장 성가신 문제들이라는 것입니다.

우선 수니파 무장단체 ISIL 격퇴가 거론됐고, 또 냉전 이후 최악으로 치달은 러시아와의 관계가 꼽혔습니다.

세 번째 도전과제는 북한이었습니다. `ABC' 방송은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해 장거리 미사일에 탑재한다는 목표에 다가서고 있다”며 “김정은 재임 기간중 북한이 핵실험을 세 차례 했다는 점에 미뤄 볼 때 이 독재자가 숨막히는 경제 제재에 구애 받지 않는다는 점이 명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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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히는 경제 제재에 구애 받지 않는다는 점이 명백하다"는 표현에서 북에 대한 미국의 인식이 드러납니다. 아무리 제재해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현실을 깨달은 이상 미국의 정책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향후의 행보를 흥미롭게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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