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일이 생기신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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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일이 생기신건 아니겠지?
  • 김인자
  • 승인 2016.11.11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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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할아버지 간병하시는 할머니
 
신병선 할아버지 여든 두 살
소해순 할머니 일흔 일곱 살
신병선 할아버지는 울엄니 사랑터친구였고 소해순 할머니는 신병선 할아부지가 고마워하는 평생 짝꿍이고 소해순 할머니는 내가 좋아하는 친구다.
신병선 할아버지는 작년 이맘때까지 치매센터인 사랑터에 다니셨다. 자주 아프셔서 결석일이 잦았지만 열심히 다니셨는데 요즘은 많이 편찮으셔서 사랑터에 다니지 못하신다.
매일 아침 아파트정문앞에서 사랑터차를 기다리며 만났던 신병선할아버지와 소해순할무니.
날이 추워져서 그런가? 요즘은 새마을금고에 오백원 들고 저금하러가시는 신병선 할아부지도 뵐 수가 없고 작은 끌차를 끌고 마트에 장보러가시는 소해순할무니를 뵐 수도 없다.
내가 강연다닌다고 집에 자주 없어서일까? 요즘은 왔다갔다할아버지도 안보이시고 유모차 할아버지도 안 보이신다.
나는 늘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립고 그리웁다.
지금도 보고 싶고
어제도 보고 싶었고
보고있어도 보고 싶고
볼 수 없으니 더 보고 싶고 자꾸자꾸 생각이 난다.
오늘따라 신병선 할아버지와 소해순할무니가 너무 그립고 보고싶다.




그래서 오랜만에 소해순할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때르릉 때르릉 신호는 가는데 전화를 안 받으신다. 쑥떡 좋아하냐며 쑥떡해서 부르신다고 하셨는데 울 소해순할머니 무슨일 있으신가?
걱정이 된다. 별일 없으시겠지?
조금 있다가 또 전화해봐야지.
울 신병선할아버지에게 무슨일이 생기신건 아니겠지?
자주 가던 부대찌게 할머니가게도 통째로 없어지고 오랜동안 책읽어드리고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꼭 찾아뵈었던 할머니들도 모두 돌아가시고 빈자리가 허전한 요즘이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만날때 그 시간 만큼은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을 잠시 잊지만 차를 타고 오고갈때 나는 할무니 할아버지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난다. 늦바람이 나도 단단히 났다.
이건 순전히 찬바람탓이다로 핑계를 대보지만 나는 요즘 아주 많이 힘들다.
기운도 없고 기분도 없고 밥맛도 없고 체력도 덩달아 점점 떨어진다. 마른 나뭇잎처럼 물기없이 바스락거린다.
그동안 정신없이 강연다니면서 잘 넘겼고 기특하게 잘 넘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보다.
 
한참을 전화를 돌리고 나서 한 밤중이 되어서야 소해순할머니와 통화가 되었다. 그동안 신병선 할아버지가 심장수술을 하셨다고 했다. 그래서 간병하시느라 소해순할머니도 안 보이셨던거였다.
신병선할아버지 "요 며칠 소변에서 계속 피가 나와. 나 무셔." 그러셨다는데 얼마나 무서우셨을까?
하부지, 암 걱정마요. 요즘 약 좋아서 수술하셨으니까 싹 날거야요." 전화기너머로 신병선할아버지 내 말을 들으실까? 들으셨으면 좋겠다.
할아버지 수술 잘 되었다고 하니까 이제 잘 잡숫고 조리 잘하셔서 튼튼대장 되시기만 하면 되어요.
소해순 할머니한테 이렇게 공개적으로 만 천하에 연애편지 써놓고 아프시면 안돼요, 할아부지 힘내세여 꼭이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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