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마가 회춘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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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마가 회춘한 이유는?
  • 최원영
  • 승인 2016.11.1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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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행복산책](14)




풍경 #26. 퓨마가 회춘한 이유는?
 
나라가 무척 힘듭니다. 지금 이 순간 온 국민의 마음은 ‘이게 나라냐?’는 말로 대변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모였습니다. 그러고는 축제처럼 집회를 멋지게 소화해냈습니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국민이란 생각이 듭니다. 건강한 의사결정의 과정인 민주주의가 훼손되었고, 공조직이 사조직의 꼭두각시가 되게 만든 공공의 적들을 향해 축제의 형식을 빌어 분명한 그리고 준엄한 경고를 한 것이 아닐까요.

퓨마는 멸종위기의 동물인가 봅니다. 세계에 겨우 십여 마리밖에 없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중 한 마리가 페루국가동물원에 산다고 해요. 페루 정부는 이 희귀한 동물을 위해 자연림 1천5백 에이커를 제공했습니다. 그곳은 퓨마가 살기에 천혜의 자연조건을 두루 갖춘 곳입니다. 초목이 우거지고 맑은 물이 흐릅니다. 소와 양과 토끼들이 이곳저곳에서 다닙니다. 모두 퓨마의 먹잇감들입니다.
그런데도 퓨마는 어찌된 일인지 사냥에 나서질 않습니다. 아니 의욕이 없다고 하는 게 맞을 겁니다. 공원 관리자들의 고민은 무척이나 컸을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퓨마를 보겠다고 그곳을 찾아와도 퓨마는 그저 동굴에만 처박혀 있으니 말입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줄 아이디어를 구하던 차에 ‘퓨마가 외로워서 그런 모양이니 암컷을 구해주면 야성을 되찾을 것’이란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전 국민이 모금을 해서 콜롬비아와 파라과이 정부와 협력해서 정기적으로 암컷을 데려와 합방시켰습니다. 그러나 퓨마는 예전 그대로였습니다.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관람객 한 명이 투덜거리는 소리를 직원이 우연히 들었습니다.
“여기는 풀만 뜯어먹는 초식 동물들뿐이니 저 녀석이 무슨 흥으로 사냥을 하겠어?”

그랬습니다. 자신의 경쟁자, 그러니까 적이 없으니까 긴장할 일도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관리자들은 표범 세 마리를 풀어놓았습니다. 효과가 즉시 나타났습니다. 이제 퓨마는 더 이상 동굴 속에 처박혀 낮잠이나 즐기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아침이면 산꼭대기에 올라가 포효합니다. 표범들에게 ‘이 땅은 내 영토니까 함부로 기웃거리지 마라’는 경고이겠지요. 어쩌다 표범을 만나기라도 하면 으르렁거리면서 겁을 줍니다. 퓨마가 야성을 되찾은 겁니다.
얼마 후 경사가 또 일어납니다. 파라과이에서 빌려온 암컷이 새끼를 낳은 겁니다.

그렇습니다. 적이 없으면 우리는 할 일을 잊을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적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참담함을 넘어 절망감에 휩싸인 위기 앞에서도 어제의 촛불집회에서 보듯 국민은 희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 희망은 백만 명이나 모인 집회에서도 큰 불상사 하나 없이 평화로운 축제로 승화시키는 국민의 성숙한 모습에서도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집회가 끝나고 교복을 입은 어린 학생들이 쓰레기를 줍고,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엄마아빠들의 밝은 미소에서도 이 땅의 희망을 봅니다.

민주주의의 훼손과 공조직의 붕괴라는 ‘적’의 존재를 오히려 이 나라의 활력을 되찾는 계기로 삼는 위대한 국민의 성숙함을 보는 행운을 얻은 어제였습니다. 마치 퓨마가 회춘을 한 경사의 뒤에는 바로 표범이란 존재가 있었기 때문인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어느 날 우리는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를 버리고 ‘이게 바로 우리다’라면서 서로를 자랑스러워하며 얼싸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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