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타고 어디든 가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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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타고 어디든 가볼라고
  • 김인자
  • 승인 2016.11.22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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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묻지마 데이트
 
"아고 야들은 추운데 뭐시 좋다고 이렇게 야시랑 야시랑 활짝 웃는 것이냐?"
심계옥엄니 사랑터가는 아침.
아파트정문으로 휘청휘청 걸어가시던 심계옥엄니 갑자기 멈춰 서신다.그리고 나무에게 말을 거신다.
"야들아~~니들은 춥지도 않냐? 아침부터 머시 그렇게 좋으냐? 입을 벙긋 벙긋 거리며 이른 아침부터 그르케 웃을 일이 머시냐? 나도 좀 알자. 안 춥냐? 나는 춥다."
"그러네, 야들은 춥지도 않은가배. 진짜 한데서 환하게 웃고 있네.
얘들아, 입 다물어라. 찬! 바람 들어간다."
"너나 입 다물어라,춥다. 얼릉 들어가라."
"엄니는 차가 와야지여~"
 
"뭐 재미난거 있어여? 모녀가 아침부터 뭐가 그리 좋아 싱글싱글 웃고 계세요?"
심계옥 엄니 손을 다정히 잡고 말을거시는 분은 같은 동에 사시는 인테리할아버지 짝꿍할무니시다.
성당가실 때마다 할아버지랑 할무니 두 분이 손을 꼭 잡고 가시는데 오늘은 할머니만 혼자서 자전거를 끌고 나오셨다.
오늘은 성당가시는게 아닌가 보다.
"할머니, 어디 가세요! ?"
"저어기~"
"저어기요? 저기 어디요?"
"응,저어기~~~존데."
"우와, 좋은데 가세요? 자전거 타고요?"
"어, 자징거타고~"
"우와,할무니 멋지다."
"멋지긴~."
"할아부지는요?"
"자징거 가지러~저기 오네."
"울 작가선상님 안녕~"
다정한 목소리에 돌아보니 인테리할아부지가 자전거를 끌고 활짝 웃으시며 걸어 오신다.



"그렇게 입으믄 안 춥갔어?"
짝궁할머니를 바라보는 인테리할아버지 눈에서 꿀물이 뚝뚝 떨어진다.
"할아버지,어디 가세요?"
"응,놀러가."
"자전거 타고요?"
"응, 역에다 자전거 세워놓고 전철타고 어디든 가볼라고."
"어디든이여? 우와 할아부지 멋지시다."
"ㅎㅎㅎ 묻지마관광같은거여."
"우와,묻지마 관광이여?
하하 울 할아부지 할무니 묻지마데이트 가시는거네."
"그르치. 묻지마 데이트."
"오늘 춥다던데 옷 따숩게 입으셨어요?"
"응, 뜨뜻하게 입었어. 물도 챙기고. 계란도 몇 개 삶고."
"잘 하셨어여~조심히 댕겨오세요. 할무니, 하부지~"
"응, 알아써여~~~"
"할아부지,역까지도 제법 머니까
자전거를 타고 가시다가
횡단보도에서는 꼭 자전거에서 내려서 걸으셔야해요."
"그럼, 그럼 걱정마시게. 작가선상님 그런 걱정시러븐 눈으로 쳐다보믄 우리가 으트게 가?"
아, 네 조심조심 다녀오세요,
할머니 할아버지...
 
자세히 보니 쪼꼬만 열매가 하트모양이다.
아침부터 활짝 웃는 분홍열매 사랑대장~~
 
모두 모두 요나무처럼 활짝 웃는
사랑데이, 굿데이 되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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