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살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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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살고 있지는 않을까?’
  • 최원영
  • 승인 2016.11.2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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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행복산책](15) 익숙함으로부터의 결별

 

풍경 #27. 익숙함으로부터의 결별

 

미국의 작은 포구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언젠가부터 갈매기들이 자꾸만 죽어갔습니다. 관계자들이 조사를 해보았지만 어떤 병에도 감염되지 않았는데.. 참 이상하지요? 그러나 나중에 밝혀진 죽음의 원인은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는 군요. 굶어죽었다는 거예요.
 

갈매기들은 수백 년 전부터 포구에서 어부들이 그물을 털면, 그곳에 떨어진 작은 새우나 물고기들을 먹고 살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사냥을 할 필요가 전혀 없었던 거예요. 그런데 그 지역에 문제가 생겨서 어부들이 이사를 가야만 했어요.


이젠 갈매기들이 먹을 것이 없어졌습니다. 사실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사냥감을 포획해야 했지만, 수백 년 동안 바닥에 떨어진 물고기만을 먹어 왔기 때문에 먹이를 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몰랐던 겁니다. 참 어이가 없지요?


갈매기들의 떼죽음을 통해서 이제는 저의 삶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살고 있지는 않을까?’

“내가 믿고 있는 신념과는 다른 신념들을 ‘틀렸다’고 외면하진 않았을까?”


사실 무언가 불편하다고 여기는 것들은 ‘틀린’ 것이 아니라 어쩌면 ‘다른’ 것일지도 모릅니다. 연애할 때는 내성적인 ‘나’와 달리 그의 ‘쾌활함’이 참으로 귀하다고 여겼지만, 결혼을 한 뒤로는 그의 쾌활함을 ‘신중하지 못하다’고 여기며 늘 다툼을 하곤 하는 것이 우리네 삶일지도 모릅니다. 나도 모르게 형성된 ‘옳다’는 생각과 기준은 내게는 매우 익숙한 것일 거예요. 그러나 그 익숙함만으로 ‘좋다-나쁘다’를 구분하기 시작하는 순간 늘 다툼과 갈등만이 존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풍경 #28. 조건적 신념과 무조건적 신념

 

심리학 용어로 조건적 신념과 무조건적 신념이란 것이 있습니다. 조건적 신념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겁니다. 바로 ‘이러저러한 조건이 마련되면 나는 할 수 있다’는 신념이니까요. 그러나 무조건적 신념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용기가 필요한 신념입니다. 무조건적 신념은 ‘옳다고 생각한 대로 밀어붙이다가 그것이 잘못임을 깨달았을 때 미련 없이 버리는 신념’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미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들어갔기 때문에 버리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 대부분은 무조건적 신념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오구라 히로시의 『33세, 평범과 비범 사이』라는 책에 ‘진정한 프로는 뺄셈을 우선으로 한다’늘 글이 나옵니다. 초보자는 덧셈을 우선하지만 프로는 그 반대라는 것이지요.


버린다는 것은 참 어려울 겁니다. 논문을 쓰는 것보다 논문 내용 중에서 버려야 할 것을 선택하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글을 쓰기 전까지 엄청난 노력을 해서 모은 자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그모이드 곡선이라는 게 있습니다. 생명주기 단계를 ‘도입기-성장기-성숙기-소멸기’의 네 단계로 나누면, 성장을 하다가 그 성장이 둔화되는 지점을 ‘변곡점’이라고 부릅니다. 바로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넘어가는 변화의 지점이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나 기업에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성장세에 익숙해져서 자신이 성숙기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애써 외면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 태도는 소멸기만 앞당기는 것으로 끝이 나곤 합니다. 변곡점이야말로 변화해야만 하는 절박한 순간인데도, 이전의 성공에 축배의 잔을 들며 다가올 위기를 간과하는 잘못을 범하는 게 인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독자여러분도 1980년대 초반을 주름잡던 ‘삐삐’를 기억하실 거예요. 삐삐가 첫선을 보인지 순식간에 1,500만 명이 가입할 정도로 초고속 성장을 했습니다. ‘도입기’에서 ‘성장기’로 진입하려면 제품의 보급률이 최소 10%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성장기에 들어서 초고속 성장을 하다가 어느 순간 성장이 둔화되는 지점, 바로 변곡점에서 삐삐는 변화와 혁신을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만 교만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당시 기업은 “우리는 세계 최초로 삐삐를 만들었고, 현재 전 세계인들이 사용하고 있다. 이 삐삐사업은 영원한 사업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수년 후에 혜성처럼 등장한 ‘시티폰’이 삐삐를 무너뜨리고 말았습니다. 승승장구하던 시티폰 역시 몇 년 후에 나온 PCS폰에 의해 처참하게 쓰러졌습니다.

성공신화에 물들어 자축하는 사이에 또 다른 신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는 것이 역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변곡점이 주는 지혜는 참으로 신기하기도 합니다. 무조건적 신념, 즉 변곡점을 만났을 때 기꺼이 지금까지의 영광을 모두 던져 버리고 새로운 길을 찾는 노력을 한다면 또 다른 성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나라가 바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한 우리 국민들이 무조건적 신념을 내보이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왜냐하면 국민들이 선택한 촛불집회에서 그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분노를 ‘파괴’가 아닌 ‘축제’로 풀어내고 있고, 이 놀라운 에너지가 어제까지의 대한민국보다 훨씬 더 높은 품격을 갖춘 나라로 이끌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지혜롭고 아름다운 국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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