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피부가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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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피부가 생명"
  • 김인자
  • 승인 2016.12.23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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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할머니 감기퇴치 화장물
 
"엄마, 요즘 할무니 기분이 별루신거 같지? 감기땜에 그러신가?"
할무니방을 수시로 드나들며 즈이 할무니를 챙기는 큰놈이 외출나갔다 들어온 가방에서 뭔가를 잔뜩 꺼내 놓는다.
"우와, 이게 다 뭐야? 너 어디 화장품가게 털었냐?"
팩, 메니큐어, 크린싱 워터, 영양크림,향수 종류도 가지가지.
"워~워 엄마거 아니야~ 눈독 들이지마셔. 이것은 죄다 울 심계옥할무니꺼야."
"안가진다, 안가져. 치다하다, 치사해."
"ㅎㅎ 엄마! 는 이담에 엄마 손녀딸한테 받어."
"앓느니 죽는다, 내가."
 
말은 이렇게 했으나 참으로 기특한 심계옥엄니 큰손녀딸 김민정. 딸인 나보다 즈이 할무니를 끔찍히 챙긴다.
감기몸살로 입맛을 잃어 식사를 제대로 못하시는 울 심계옥엄니. 다른때 같으면 좋아하는 큰손녀가 화장품을 사오면 엄청 좋아라하셨는데 오늘은 침대에 누워 "니가 무슨 돈이 있어 이 많은걸 샀냐?" 하시며 기운없이 한마디 하실 뿐이다.
"할무니, 내가 기분전환 해드리까여?
이거 바르면 감기가 싹 낫는대요."
"그게 뭔데? 그런 것도 있냐?"
"있다니까. 내가 친구들한테 수소문해서 어렵게 구한거야."
뭔소리냐며 물어보려는 내게 큰놈이 눈을 꿈뻑꿈뻑하며 모르는 척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게 모다냐?
시상에 그렇게 용한게 있다더냐?"
"있다니까 할무니. 이것만 바르면 할무니 없어진 식욕이 확 살아난대."
"없어진 식욕이 살아난다고?"
"응, 할머니."
"거참, 신기하네. 시상에 그런게 있다고?"
아이의 너스레에 심계옥엄니! 끙끙거리시며 침대에서 일어나 앉으신다.
"할무니 일단 세수를 깨깟이 하고 오셔야돼."
"귀찮다.
아침에 목간했는데 뭐..."
"에이, 할무니 여자는 피부가 생명이야."
"아이고, 이 할미가 무슨 여자더냐?"
"아이고오~할무니 그 무신 섭섭하신 말씀이다요.
내가 이 근방에 할무니들 얼굴 다 봤는데 울할무니가 젤로다 미인이야여." 큰놈이 내말투를 흉내내 말하니 심계옥엄니 기분이 좀 나아지시나보다.
"이뿌긴 이번 감기 앓고나서 피부가 확 가부렀다. 이 피부 칙칙한 것 좀 봐라."
"그니까 할무니 바르는 것도 중요한데 그보다 더 중요한건 잘 드셔야돼."
"내둥 먹기가 싫다."
"그러믄 뭐 할 수 없지.함무니 피부가 확 가던지 말던지."
하며 사온 화장품을 주섬주섬 챙기는 큰놈에게
"근데 뭘 바르믄 감기가 싹 낫는다는 것이냐?"하며 심계옥엄니 서둘러 아이손을 잡으신다.
"ㅎㅎ 할무니 닦고 오믄 갈챠드리께.
할무니는 암껏도 안하셔도 되.
내가 다 알아서 할꺼니까."




 
심계옥엄니를 화장실로 모시고가 세수를 꼼꼼하게 씻긴 큰놈이 할무니얼굴에 더운 수건을 올려놓는다.
"할무니, 답답해?"
"아녀. 뜨뜻허니 좋다."
큰놈은 즈이 할머니 손이며 발을 따뜻한 수건으로 깨끗이 닦더니 할머니 보고 눈을 꼭 감으란다.
그러더니 얼굴에 미스트를 뿌린다.
"할무니, 이건 감기퇴치 화장물이예요."
"화장물?"
"네,할무니.
이제 한 시간 후면 할무니 감기가 싹 나을거예여."
그러더니 미용팩을 뜯어 할무니 얼굴에 붙인다.
비닐에 뜨건 수건을 넣어 어깨와 허리, 배에 얹어놓고 한 숨 주무시란다.
심계옥엄니 애기처럼 큰놈 말에 군소리 없이 순순히 따르신다.
"할무니 한 숨 푹 주무시고 나면 감기뚝! 식욕왕성! 이렇게 되실거예요."
"그랴, 고맙다. 내새끼."
"울 할무니 코~주무세여."
 
거참 신기하다.
큰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심계옥엄니가 코를 쌕쌕 골며 주무신다.
 
방문을 닫고 나오며 아이에게 물었다.
"너 그러다 할무니 감기 안나으시면 어쩌려고 그렇게 큰소리를 뻥뻥치냐?"
"안 낫기는? 싹 나으실거야.
믿습니까?~~~"
그러더니 아이는 엉덩이를 흔들며 자기방으로 들어갔다.
믿습니까?
믿지, 그럼
믿지, 울 고마운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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