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력이 나도 안 그런척 참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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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력이 나도 안 그런척 참았어."
  • 김인자
  • 승인 2017.03.31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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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사랑터 체조시간
 
"엄니, 저녁 드셔요~."
사랑터에서 돌아오신 심계옥엄니. 여느때 같으면 옷 갈아 입혀드리고 세수 씻겨드리면 주방에 가서 쌀부터 씻으시는데 오늘은 씻자마자 침대에 누우시더니 저녁밥 잡수실 때 까지도 기척이 없으시다.
걱정이 되어 오며가며 문을 열어 보고 어디 편찮으시냐 여쭤봐도 아니라고만 하시는 심계옥 엄니.
똑딱시계 심계옥엄니가 저녁밥 드실 시간인 6시30분이 되었는데도 방에서 꼼짝을 안하시길래 밥이랑 찬이랑 챙겨서 방으로 가지고 들어갔다.
 
"에구, 이따 나가서 먹지, 귀찮게 뭐하러 갖고 들어오냐?"
"오늘은 왜 이렇게 기운이 없으시댜? 울 엄니?"
"그르게. 다리가 완전 고장이 났나보다. 비가 온다하고 오지 않아서 그릉가? 온 전신이 몽뎅이로 두들겨 맞은거 같이 죄다 아푸다."
"엄니, 진짜로 어디 많이 아프야?"
 
울 심계옥엄니 나 결혼시키고 시골에 혼자 사실때 낙숫물 떨어진 빙판에 넘어지셔서 발목뼈고 어깨뼈고 죄 으스러졌으면서도 딸래미 걱정할까봐 나한테 알리지 않으셨다. 그래서 모시고 사는 지금도 한밤중에도 새벽에도 잘 주무시나 어쩌나 늘 중중거리며 살피고 있다.
 
"아픈거 아냐. 늙어서 그래. 이만큼 살았으믄 많이 산거지."
"그런 말 나 속상하다, 엄니야..."
"그래 미안허다... 봄이라 고단해서 그런 거다. 오늘 센터에서 체조를 너무 많이 해서 아주 고단햐. 갖은 팔짓 몸짓 별짓을 다했다. 의자 붙이고 그 위에 앉아서 오만가지 별짓을 다했어. 그리고 뺑 돌아서서 스무 번씩 걷기도 하고. 아구야 나는 죽갔다 못허갔다는 소리도 못하고. 오늘은 팔이 아파죽겠는데도 나는 끝까지 선생님 허는거 다 따라했다.그랬더니 죽겠더라고. 이제는 체력이 딸려. 갠신히 했어.힘들어서 진력이 나는데도 참고서 했다. 한 시간 이나 했어. 아까 으트게 차 타고 집에 왔는지 기억에도 읍다.자는데도 괴로워.아주 고단해. 민정이 들어왔다 나가는 것도 몰랐어. 진력이 났는데도 끝까지 다 참고서 했어."
 
"왜 참고 해? 못 허겠으믄 자리에 앉아있지."
"으트게 그러냐? 쪼꼬만 선생님이 그냥 용을 써가믄서 앞에서 열심히 가르쳐 주는데. 진력이 나도 안 그런척 참았어."
"다른 할무니들도 있는데 엄니 많이 힘들믄 좀 쉬었다 하지 그르셨어."
"다른이들은 재미없다고 자리에서 꼼짝도 안해. 노래하고 춤추는 선생님들 오믄 열심히 따라하는데.그것도 편을 갈라요. 싫은건 죽어도 안한다. 선생님들이 아무리 꼬셔도.
유치원 댕기는 애 떼놓고 저러구 다닌다는데... 짠하잖어. 나라도 열심히 따라서 해줘야지."
"에고 그래도 그렇지. 엄니 연세가 여든하고도 여덟이여. 힘들믄 쉬어야해. 억지로 하믄 큰일 나셔."
"내 자식두 남 앞에서 가르치는 일을 허는데 그게 그르치가 않다. 다음 월욜일에는 2시에 온대.
 
날씬하게 생긴 여자 선생님인데 근데 애가 셋이야. 남매 쌍둥이에 .어리고 가늘어. 언젠가는 내가 자세히 봤다. 그 홀쭉한 이가 그 가는 뱃속에 으트게 쌍둥이 남매가 들어갔다나왔나 신기해서.
오후에는 늙은이들이 한복 입고 와서 노래 부르고 장구치고 했다. 그때는 또 꼼짝도 안했던 할마씨들이 죄다들 일어나서 춤추고 난리도 아니었다. 아까 운동할 때 반절이라도 따라서 해주지.그랬다 내가."
"늙었다고? 누가?"
"누구긴 누구야? 춤추고 장구치던 선생님들 말이지 한복 벗으니까 죄다들 늙었어. 육 십, 칠 십은 됐갔어. 근데도 육두 가지 짓을 다해."
"한 평생 그리들 사셨으니 잘 하시지."
 
"그렇지? 그리고 아침마다 신문 본 거 얘기해줘."
"누가?"
"팀장 선생님이."
"그렇구나. 오늘은 무슨 얘기해줬어?"
"들어도 금새 잊어버려.
종을 만들어와서 들어올 때 종을 땡땡땡 쳐. 그전에는 그렇게 안하더니만 요즘 새로 생긴 풍속이야."
"재밌겠다."
"재밌어."
"신문이야기 할무니들한테 다들려주고 나갈 때도 땡땡땡 종치고 나가셔?"
"아니, 나갈 때는 종 안치고 이만나갑니다 종종종 입으로 그러고 나가
들어올 땐 종치고 나갈 때는 종종종 나간다고 입으로 종치고 나가."
"입으로 종을 친다고?"
"응, 입으로 종을 쳐. 옆걸음질치면서 종종종 입으로 그러믄서 나가."
"귀엽겠네."
"귀여와. 내일은 나 그거 하는거 저녁에 가서 찾아본다고 하더니 찾아봤나?"
"그거? 그게 뭐야? 엄니?"
"내가 밤마다 책읽는거."
"아 그거?"
"응, 선생님들이 얘기해서 찾아서 듣는다나봐. 좋다는 사람도 있고."
 
아프시다던 울 심계옥엄니 이야기가 고프셨나보다.
한번 열린 이야기 주머니가 닫힐 줄 모르신다.
"우리 센터에 구십 셋 먹은 할머니가 있는데 오믄 그냥 집에만 간다고 그래. 그런거 해도 재미롭게 안봐.
체조도 안하고 지맘 내키면 앉아서 하는 시늉하다가 또 안해. 자기맘대로야. 그래도 여길오면 성을 간다는 할망구보다는 양반이지."
"성을 간다고 해?"
"응, 오늘 어떤 할마씨가 새로 왔는데 아침부터 집에 간다고 누가 자길 여기다가 가뒀냐고 소리소리 지르고.
선생들이 다 가서 매달리고. 그러믄 또 왜 집에 못가게 하냐고 소리소리 지르고.
나이도 을마 안먹은 사람이 그래.
선생들이 간신히 꼬셔. 아들이 몇 시에 와야 데릴러 온다고 하고. 아들이 몇 시에 오라고 했다고 하고. 차비도 없는데 어떻게 가냐고 또 달래고. 꽃나비도 안하고. 앉아서 하라고 해도 안하고 소리만 질러."
"그럼 뭐해? 그 할머니는?"
"하긴 뭘해?그냥 점심 먹고 나면 간다고 나서고... 간다고 나서면 누가 보내줘?
갈 때 되야 가는거지...
집에도 그렇고...
저 세상도 그렇고 ...
내 맘대로 되는게 어딨더냐?
다 갈 때 되믄 저절로 가게 되는 것이지.
아니 그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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