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배제 5대 원칙
상태바
공직 배제 5대 원칙
  • 류권홍
  • 승인 2017.06.14 0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칼럼] 류권홍 / 원광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최근 온갖 신문과 종편은 장관후보 인사청문회와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장관 또는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을 강행할 것인지에 대해 쉬지 않고 떠들고 있다.
장관은 국무회의 구성원으로서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헌법기관이며 자기 부서에 속하는 업무를 실질적으로 집행하는 막강한 권한을 보유한 자리이다.
과거에 대통령이 전권을 휘두르는 리더십 아래에서는 장관들의 역할이 축소되었지만, 국무총리와 장관의 권한을 보장하겠다는 새로운 대통령의 약속이 실현된다면 장관의 권한과 책임은 막강해질 수밖에 없다.
 
시스템이 잘 갖추어지고 장관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국가일수록 다양한 의견제시와 토론이 가능하다.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그저 받아쓸 뿐, 부처 스스로의 의견이나 토론이 없는 구조에서는 창의적인 행정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물론 국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해당 장관이 그에 걸맞은 자질과 능력을 갖춰야 한다.
문제는 그 ‘걸맞다’라는 것이 무엇인가이다. 하나는 기본적인 도덕성이고 다른 하나는 그 자리에 맞는 전문성과 능력, 그리고 경험이 아닐까 한다.
 
기본적인 도덕성의 판단 기준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으로 제시한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표절을 들 수 있다. 일종의 적격심사기준이다. 대통령의 공약은 5대 항목을 의도적으로 그리고 중대하게 위반한 후보자는 전문성이나 능력이 아무리 출중하더라도 장관으로 지명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해석된다. 다만 5대 항목 위반에서도 그 정도나 상황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는 있을 것이다.


 


병역면탈은 남북대치라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에서 헌법이 정한 병역의무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공무를 담당한다는 것은 국민들의 입장에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질병 기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양해가 불가능한 사유가 되어야 한다.
 
부동산투기와 위장전입은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부동산을 통해 부를 축재하던 경제성장기에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투기 목적의 위장전입을 했었는데, 이에 해당하는 자의 공직 취임은 부도덕하다는 것이다. 즉 부정한 행위를 통한 부의 축적이 공직자의 청렴성에 반한다는 것이다.
 
위장전입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의 고질병인 좋은 학교 보내기가 그 배경에 있는 것이다. 뒤집어 보면 우리사회가 만들어낸 우리의 아픈 측면이다. 경쟁지향의 대학서열주의, 학벌주의, 상대평가 등이 공존, 평화, 배려가 이념이 되어야 할 교육영역을 지배한 결과이기도 하다. 일반인이 ‘내’ 자식의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은 비난의 강도가 낮아지지만, 장관후보자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공익보다는 지극히 사적인 이익을 추구했고,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탈세는 헌법이 정한 납세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일종의 범죄이기 때문에 처벌의 대상이다. 다만, 악의성, 반복성이 있느냐와 그 금액이 얼마나 크냐에 따라 판단될 필요가 있다. 그래도 국세청장이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같은 더 강한 청렴성을 요구하는 자리는 탈세한 후보자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마지막이 논문표절이다. 석사학위 이상의 논문과, 교수 연구논문의 연구진실성과 관련된 것이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표절에 대해 관대했지만, 선진국에서는 지식을 훔친 행위로 보고 엄격하게 심사한다. 판단이 쉽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논문의 중요부분을 표절했다면 해당 논문은 본인이 작성한 논문이 아니게 된다. 그 정도에 이른다면 장관후보자로서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본다.
 
똑똑하고 능력 있다고 해서 다른 것은 덮어두자는 논리는 지금까지 스스로 해온 주장과 맞지 않으며, 결국 능력 지상주의에 빠지게 된다. 힘들어도 원칙의 근본을 흔들지는 않아야 한다.
또 한 가지 대통령이 지켜줬으면 하는 기준이 현역 국회의원의 장관 임명이다. 인재가 충분하지 않다면 모를까, 헌법이 허용한다 하더라도 대통령제 국가에서 현역 국회의원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권력분립의 취지에 모순된다.
 
그리고 앞으로는 공직 배제에 대한 원칙이 장관뿐만 아니라 대통령, 국회의원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장에게도 모두 적용되어야 한다. 그래야 공직 배제 기준이 임명직과 선출직에 평등하게 적용되며, 국회의원들 또한 청문회에서 스스로 당당해질 수 있게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