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할무니 아니라니깐. 언니라고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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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할무니 아니라니깐. 언니라고 불러~"
  • 김인자
  • 승인 2017.07.07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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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너무 일찍 보는 손주
 
"안녕,오늘 또 보네."
심계옥엄니 사랑터가시는 아침, 엄니를 사랑터 차에 태워보내드리고 집에 들어오는길.
우리집 강아지 감자에게 다정하게 말을 거는 할머니. 며칠 전에 만났던 예쁜 할머니다.
33년 동안 할머니들 꽁무니를 쫒아다닌 내 촉으로 분명 느낌은 할머니가 맞다. 얼굴이며 입고 계신 옷이며 요즘 유행하는 누드 반짝이 샌들 거기에 반짝반짝 발가락에 페디큐어까지 하고 계신 몸차림은 할머니가 아닌 멋쟁이 중년 아줌마같지만, 내 몸이 반응하는걸 보니 할머니가 틀림없다. 그래도 혹시 실수할까봐 예쁜 할머니 오늘 두번째 뵙는데도 조심스러워서 할머니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너 참 순딩 순딩 순딩이구나."
우리집 강쥐 감자를 보며 이쁜 할머니가 예쁜 웃음을 짓는다.
 
"할무니 아니라니까 자꾸 할무니래."
뒤에서 내 허리를 껴안으며 큰 소리로 말씀하시는 분. 와 꽃할머니시다.
"내가 보기에 할무니 소리 들을 나이는 아니구만."
"하하 그래요? 저 곧 할무니되요."
"그거야 그르치. 새끼가 있으믄 할무니 되는거야 당연하지. 그래두 너무 일찍 할무니 소리 듣는거 나는 싫드구만."
"아 그르시군요. 저는 할무니 소리 듣는거 제 친구들 중에서 제일 늦은 걸요. 다른 친구들은 진작 할무니가 되었는데."
"하하 이거 자랑인데 자랑. 맞지? 어때요 나 젊어보이죠? 그러는건가?"
꽃할머니가 하하 웃으며 내 앞치마 주머니속에 오이 하나를 찔러 넣어주신다.
"어 할무니~"
하는 내게 꽃할머니 눈을 찡긋하신다. 아무말 마라시는 눈 언어 찡긋.



 
"저게 설화야. 눈속에서만 핀다는."
"어떤거요, 할머니?"
"저거 ."
"안보이는데여..."
"저거 안보여? 배춧잎처럼 생긴거 저거 말이야."
"아 저게 설화예요 할무니? 할무니는 천재세요. 어쩌믄 모르는 게 없으세요?"
"나도 모르는거 많아. 저건 알지? 무화과."
"예"
"이건 백목단이야."
 
"이게 백목단이에요?" 이쁜할머니가 나서신다
"빨간 색은 많이 봤는데 흰목단은 처음 보네요" 이쁜할머니가 화단을 바라보시며 말씀하신다.
"누가 이르케 이쁘게 가꿨대여?"
"울 할무니가여 "
내가 꽃할머니 어깨에 손을 척 하고 얹자 꽃할머니도 내어깨에 손을 척 얹으며 말씀하신다.
"내가 그랬나보네~~~ 참 잘했나보네.
"하하 예 할무니 참 잘하셨어요."
"내가 저걸 74년도에 사다가 심어놨지.
우리 아파트 사람들은 모두 내가 1층에 사는거로 알어. 8층에 팔십 서희 잡순 한의사할아버지가 사는데 이 하얀게 약이 된다구하믄서 보기 귀한건데 여기서 본다고 좋아하시더구만. 그래서 내가 씨내서 하나 드렸지."
"아 꽃씨를 나누시는군요."
"그럼요, 좋은 것은 나눠야지. 이쁜거 이쁘게 가꿔서 같이보고 나누고 그러믄 좋잖아여."
"예,그렇지요."
 
"그나저나 아무리 봐도 그짝은 내가 볼때 할무니가 아닌데."
"하하 저 할무니 맞아요. 한 달 있으믄 할머니되요."
"아고 나랑 비슷하겠구만. 나도 며느리가 큰손주를 가졌다고 하는데 기쁜 게 아니라 그르케 서운하고 싫더라고. 이것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나를 일찌감치도 할망구로 만들어 놓는다 싶어서 그케 싫더라고."
"할머니, 몇 살에 할무니가 되신거예요?"
"오십 여덟."
"일찍 할머니가 되셨네요"
예쁜 할머니말에 꽃할머니 활짝 웃으며 말씀하신다.
"그랬지. 나는 일찍 할머니된건 싫었는데 오랜 시간 할머니되서 살아보니까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아."
"그르시구나 할머니 멋있어요."
"또또또 나 할무니 아니라니깐. 언니라고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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