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고 있네. 이쪽으로 가믄 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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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고 있네. 이쪽으로 가믄 길 없다"
  • 김인자
  • 승인 2017.07.11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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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나침판 할머니 할아버지
 
부산 사하구청 강연가는길.
장마로 국지성폭우가 쏟아져 여기저기 피해가 났다해서 마음이 심란한데다 부산천리 처음가는 강연장을 찾아가려하니 긴장감때문에 온 몸이 저릿저릿하다. 서울역서 6시 기차를 타고 오라셨는데 인천서 첫차가 5시 36분인지라 도저히 기차로는 강연시간을 댈 수 없어 전전긍긍하던 차에 사하구청 담당샘이 비행기표를 예매해주셔서 7시 비행기를 타고 김해공항까지는 헤매지 않고 잘 왔다. 
그도그럴것이 공항까지 남편이 데려다 줬고 발권하고 입국장에 들어갈 때까지 손잡고 데려다 줬으니 헤맬 일이 없었다.어쨋든 나는 비행기를 타고 김해공항까지는 잘 왔다.
그런데 문제는 김해공항도착에서부터였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그곳이 바로 강연장이 아닌지라 그때부터 나는 내딛는 발걸음 하나 하나에도 바짝 신경을 써야했다. 안그럼 비행기에서 내려 출국장까지 나오는 그 짧은 순간에도 나는 길을 잃는다. 화장실을 가고 싶었으나 사람들 뒤를 따라 나오느라 화장실을 포기한 대가로 김해 출국장까지는 잘 나왔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다.전철을 타고 버스를 갈아타고 또 택시를 타고 찾아가야하는 평생학습관. 왕길치인 나에게는 어렵고도 무서운 길.
 
일단 물었다.공항에 있는 안내원 아가씨에게 사하구청가는 방법을.
친절한 부산아가씨 종이에 꼼꼼하게 적어준다.공항서 사하구청까지 가는 방법을. 이미 사하구청 담당자에게서 받은 화살표 표식까지 되어있는 안내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눈뜬 장님인 나.
일단공항서 나와 전철역을 찾는게 첫번째 관문.
1번 출구로 나와 길을 건너 왼쪽을 보라고? 아 저깄네 경전철입구라는 반가운 표지가 보인다. 어찌나 반갑던지 과장없이 눈물이 날뻔했다.
전철역으로 걸어들어가 좌우 어느 쪽으로 가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세상에나 할머니 한 분이 의자에 앉아계셨다.나에게는 눈이 번쩍 떠지는 반갑고 고마운 울 할머니.김해공항에 있던 안내원 아가씨처럼 경전철에서 안내를 하시는 할머니셨다.




 
"할머니,사하구청가려면 어느쪽으로 가야 해요?" 하고 여쭈니 "왼쪽" 하시는 짧은 할머니 대답. 할머니가 알려주신 대로 왼쪽으로 올라 전철타고 공항안내원아가씨가 적어준 역에서 내리니 이번엔 할아버지 두 분이 출구에 앉아계셨다. 너 어디가니?내가 자세히 알려주마 하시며 나를 기다리고 있는거 같았다. 그런 마음이 들자 신기하게도 저릿저릿했던 온 몸의 긴장감이 일순간 모두 사라졌다.
"사하구청갈라믄 요짝으로 나가서... 일루 와봐라."할아버지가 출구밖까지 나오셔서 자세히 설명을 해주신다. 저기보이지. 저기 끝까지 걸어가지 말고 쭈욱 걸어가다보믄 첫번째 내려가는 계단이보일 거이다. 고짝으로 내려가서 거그서 125번 버스를 타믄 된다."
 
할아버지가 일러주신 대로 걸어내려오니 버스정류장이 눈앞에 보였다. 그런데 이번엔 버스정류장으로 내려 가는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저 앞으로 가다보면 있겠거니 하고 앞만 보고 걸어가고 있는데 암만가도 정류장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없는거다. 그런데 할아버지 한 분이 앞에서 걸어오셨다.분명 좀전까지도 안계셨는데 내가 길을 헤매니 나에게 길을 가르쳐주시려고 짠하고 나타나신 산신령할아버지같았다.
"거꾸로 가고 있네. 이쪽으로 가믄 내려가는 길이 없다." 하시며
할아버지가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주셨다.
"126번 타도 된다."
공항아가씨가 적어준 대로 125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가신줄 알았던 할아버지가 다시 와서 내 눈앞에 서 계셨다.
할아버지가 말씀해 주신 대로 126번 버스를 타고 구청에서 내려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번엔 걱정때문에 등짝에서 땀이 비오듯 흘렀다.사실 나는 혼자서 택시를 못탄다.예전에 대구 강연갔다가 혼자서 택시를 타고 놀란 일이 있어서 절대 택시를 혼자 못탄다.
하나,둘 오는 택시를 그냥 보내고 서있는데 세번째 택시가 스르르 와서 선다. 타라 내가 데려다주마 하듯이 할아버지가 운전하시는 택시였다.퇴직하고 9년째 택시 운전을 하신다는 할아버지덕분에 강연장까지 잘왔다 헤매지않고 무서움없이 편안하게.
 
부산 사하구청강연가는길.
부산 할머니, 할아버지들 덕분에 왕길치 한 번도 길을 헤매지 않고 강연장까지 잘 찾아갔다.길을 헤매려고 할 때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짠하고 나타나셔서 나에게 길을 가르쳐주셨다고 하면 지나친 억지일까? 우야둔지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덕분에 헤매지 않고 강연장에 잘 찾아갔고 거기다 강연장에 많이 참석해주신 할머니 할아버지 덕분에 강연도 아주 잘했다.
내 인생에 있어 최고의 선물, 나의 나침반 할머니 할아버지 고맙습니다.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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