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함과 절제가 요구되는 정치인의 말과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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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함과 절제가 요구되는 정치인의 말과 행동
  • 박인규
  • 승인 2017.07.2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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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박인규 / (사)시민과대안연구소 소장

극심한 가뭄 끝에 찾아온 반가운 장마가 순식간에 수마가 되어 애타는 농심을 할퀴고 많은 국민들의 생활과 생명에 생채기를 냈다. 가뜩이나 편치 않은 국민들의 마음이 정치권의 행태와 일부 정치인들의 막말로 더욱 심란해지고 있고 분노로 들끓고 있다.
 
전국이 수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사이에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45일만인 지난 22일에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가결되었다. 일자리를 강조하며 의욕적으로 제출된 추경안이지만 여야간의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으로 처리가 미뤄지다 뒤늦게 통과된 것이다. 그러나 추경안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여야의 행태는 또 한 번 정치 불신을 가져다 주기에 충분했다. 낮은 지지율이 야당으로 하여금 생존을 위한 강력한 대여투쟁에 나서도록 만드는 상황에서 그 어떤 정부여당의 인사와 예산도 쉽게 통과시켜 주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야당을 대하는 정부와 여당 그리고 일부 의원들의 안이한 태도와 자세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5대 인사원칙을 스스로 깨버리며 야당의 반발을 자초한 점은 인사의 참신성과는 무관하게 오점으로 남게 되었고 이는 야당으로 하여금 추경안 처리를 미루게 한 빌미가 되었다. 더욱이 우여곡절 끝에 여야합의로 추경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하였지만 정작 표결에 이르러서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집단퇴장에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여러 시간 동안 우왕좌왕하다 여당의 설득으로 일부 야당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여 겨우 의결종족수를 채운 웃지 못할 사태도 벌어졌다. 26명에 이르는 여당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 것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도 역시 따갑다. 개인 일정부터 의원 외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추경안 처리 지연의 책임이 야당에 있다고 주장해온 여당 의원들로서 과연 불참한 사유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
 




한편 이러한 집단적인 정치행위가 초래하는 정치불신 못지 않게 이를 가속화시키는 것이 바로 정치인들의 막말이다.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로서 세계에 가장 영향력이 큰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시도 때도 없는 보여주는 상상을 초월하는 막말에 미국 국민들의 자부심과 자존감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고 이에 못지 않게 우리나라 제1야당 대표의 습관적인 막말은 한국정치를 희화화시킬 뿐만 아니라 국가의 품격마저 떨어뜨리고 있다.
 
또한 막말은 한 정치인이 쌓아온 화려한 경력과 이미지를 한 순간에 추락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에 관련해서 파업 노동자들을 미친놈으로 표현하고 급식조리원들을 아무것도 아닌 밥하는 아줌마로 취급한 모 야당 여성의원의 반노동자적이고 반여성적인 막말은 엘리트 코스를 밟아 출세해온 정치인이 가지고 있는 삐뚤어진 인간관과 사회의식을 뒤늦게 보는 것 같아 몹시 씁쓸하다.
 
이러한 정치인 막말의 끝판을 보여준 한 충북 도의원의 일련의 언행은 한 정치인의 잘잘못은 물론이려니와 대리인을 뽑는 유권자들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수해로 고통받는 시민들을 외면한 채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난 도의원들의 행위도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이러한 비판에 대해 자신을 선택해준 시민들을 집단행동하는 들쥐에 비유하여 자신의 행위를 은연중에 정당화시키고, 빗발치는 분노에 찬 항의에 마지못해 조기귀국하여 내 놓은 진정성 없는 사과와 이어진 정치권과 언론을 향한 또 한번의 들쥐 발언으로 충북도민은 물론 전국민들에게 재차 상처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치생명도 스스로 끊어버리고 말았다.
 
미국 대통령 링컨은 외모가 못생겼다는 지적을 자주 받았는데 중요한 유세에서 상대 후보가 링컨에게 "당신은 두 얼굴을 가진 이중 인격자야!"라고 하자 링컨은 "내가 정말 두 얼굴을 가졌다면 이 중요한 자리에 왜 하필 못생긴 얼굴을 가지고 나왔겠습니까?"라고 했고, 이 유머로 인해 링컨은 그 유세에 참석한 청중들을 자신의 지지자로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얼마전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방문에서 언급한 일화가 세간의 큰 화제가 되었다. 한국전쟁 당시의 장진호 전투에서의 수천명에 달하는 미군의 희생과 10만명의 피난민을 구출한 흥남철수작전 그리고 그 속에 있었던 부모님으로 인해 자신이 존재할 수 있었다는 말은 미국 국민들과 정서적 공감을 이루게 하고 쉽지 않았던 한미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임 정부의 불통과 국정농단으로 인해 추락한 정치불신이 새로운 대통령의 소탈하고 친근감있는 행보로 인해 조금씩 정치에 대한 희망이 커가고 있는 살얼음 같은 작금의 정치상황에서 정치인들의 사려깊은 행동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또한 정치인들의 대화나 연설이 늘 근엄할 필요도 없고 때로는 적절한 유머가 국민과의 간격을 좁히고 정치에 윤활유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정치인이 국민들에게는 주는 메시지는 진중하고 절제된 언어로 표현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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