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뉴딜 50조원, 서둘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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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뉴딜 50조원, 서둘러선 안 된다.
  • 윤현위
  • 승인 2017.08.0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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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지리학박사



인구 고령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할 무렵인 2000년 중반 이후로 노후한 기성시가지를 정비해야한다는 이야기도 같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람만 나이를 먹지 않고 도시도 나이를 먹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도시재생이란 단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시기이다. 도시쟁책에서 도시재생에 관한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논의되었고, 서울, 인천, 부산 등 원도심의 쇠퇴가 감지되는 지역부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구상하기 시작했었다.

2015년 이후에는 도시재생에 관한 특별법이 조성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계획들이 공식적으로 등장했다. 그 전에도 재개발, 재건축, 도시개발사업 등과 같이 기존의 주거지역과 시가지를 정비하기 위한 사업들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소규모 혹은 물리적인 측면의 개발만으로는 쇠퇴한 지역을 회생시키기 어렵고 성남에 분당을 만들었던 것처럼 더 이상 모도시 내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방식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이제 우리도 피부로 체감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10년간 정부는 도시재생사업단을 만들어서 도시의 쇠퇴정도를 규명하기 위해서 다양한 지표를 개발하고 쇠퇴에 대한 효율적 대응을 위해서 쇠퇴유형과 이에 대한 전략들을 모색해왔다.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매뉴얼이 만들어지고 지역의 자산활을 활용하고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서 일정부분 제도화되었다. 도시재생사업은 다른 지역에 관련된 사업들과 유사하게 공모사업의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인천에서도 개항장창조도시란 이름의 원도심과 강화읍을 중심으로한 강화도 일부 구역이 도시재생사업이 선정된바 있다. 그리고 올해 정권이 바뀌면서 도시재생뉴딜이란 새로운 이름이 등장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의 사업대상지역을 선정하고 지원하는 방식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도시재생과 관련된 학회단체와 업계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군다나 많은 사람들이 도시재생뉴딜에 투입되는 예산이 50조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50조원이면 1년 정부예산의 1/7에 해당되는 수치이다. 1년에 소요되는 비용은 아니지만 이명박정부 시절의 4대강 전체 예산보다 많다는 점에서 그 규모가 불러올 영향은 예측하기 힘들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성시가지들은 대부분 노후되어 있다. 대부분 조성된지 30년 이상된 지역이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하기 때문에 한번 조성되면 이를 정비하는 일이 쉽지 않다. 노후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적으로 나왔지만 부동산경기와 맞물리면서 큰 변화없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늘 이 순간에도 계속적으로 노후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시재생사업은 필요한 사업임에는 분명하나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과거 도시재생사업이 갖고 있던 문제점과 주민참여의 문제 예산집행의 문제 등 도시재생사업 자체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고, 그 이전에 재개발이나 재건축 지구로 지정된 이후에 실제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방치되어온 지역들도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지역들은 인천과 같이 뉴스테이사업과도 맞물려 있다.

지역은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다. 여기에서 이해관계가 발생하고 갈등이 생기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도입되면 누구 하나 쉽게 방향을 제시하고 계획을 집행할 수 없다. 2000년대 초반에 주택재개발사업구역으로 지정되었다가 실제 사업이 진행되지 않은 지역의 주민들은 이미 조합운영에 많은 비용을 지불했을뿐만 아니라 여전히 사업이 진행되길 원하는 주민들도 많은 것으로 안다. 10년 넘게 아파트단지의 건설을 희망해온 사람들을 도시재생의 이름으로 보듬기는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 동안 마을만들기와 관련해서 많은 활동가가 참여하고 사업들이 진행되었지만 주민들의 호응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고 보기는 아직은 어려운 것 같다. 주민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일에 관하여 조직된 의견을 내는 작업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도시재생사업을 서두르면 안되는 이유이다.

한 가지 더, 도시재생사업을 받아들이는 지방정부의 자세이다. 도시재생사업이 필요하다고 진단이 내려진 지역과 지방정부들이 그 동안 고민해왔던 지역이 일치되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와는 무관하게 자신들이 역점으로 시행하는 사업을 끼워넣거나 지자체장들의 공약사항을 강조하기 위해서 무리하게 도시재생사업과 연계시키려는 모습을 자주 보여왔다. 지방정부, 지방자치단체는 도시에 관한 행정업무를 보는 곳이지 도시를 만드는 주체가 아니다. 스스로 도시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인식하는 순간 도시정책에서 주인공은 시민이 아니라 구경꾼이 되고 도시는 몇몇 특정인들의 심시티가 될 수 있다. 도시재생사업의 민원업무와 실무를 처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도시재생사업지원센터를 어느 기관의 산하에 둘 것인가를 두고 갈등하는 모습도 시민의 입장에서는 꼴사납고 자신들이 속한 기관의 체급 늘리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도 아닌 것으로 느껴진다.

한국 사회가 지난 수 십 년 동안 아파트에 열광해온 것은 아파트가 주는 편리성이 아니라 아파트가 지닌 환금성이었다. 몇 번의 부동산 거래로 계층이 달라지는 것을 계속 봐온 상황에서 나에게도 이런 기회가 온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는 사이 우리나라는 아파트공화국으로 변모했는데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나 지역의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는 일들은 실상 우리의 영역이 아닌 게 되어 버렸다. 도시재생사업은 마을의 변화가 나의 삶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하며 우리의 삶이 자본이 이해관계나 부동산 이익이 아닌 당신들의 후세들도 편리하게 살 수 있는 지속가능한 지역과 마을을 만드는 일이라는 점을 이해시켜야한다.

도시재생뉴딜은 기존에 진행되었던 도시재생사업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를 결정해야하고,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할 수 있는 방안을 좀 더 세부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50조란 돈은 너무 많은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대통령제를 생각하면 임기 중에 50조를 모두 사용하면 전국이 모두 공사장이 될 수도 있다. 도시재생사업의 방식과 대상을 정하는데 급할 이유가 없고 급해서도 안 되겠다. 사업방식을 종전의 사업보다 시민사회의 참여를 늘리고 단계적으로 구역을 지정해야겠다. 그래야 속도도 조절되고 예산의 규모도 줄어들 수 있다. 도시재생뉴딜의 50조가 부동산투기의 마중물이 되어선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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