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KBS 공영방송의 '공범자들'
상태바
MBC-KBS 공영방송의 '공범자들'
  • 송정로
  • 승인 2017.08.17 18: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칼럼] 송정로 / 인천in 대표



“끌려나가 짓밟히더라도 생물학적인 생명만 붙어 있으면 부정한 저들에 맞설 것”
 
비장한 이 문장은 노조원들의 것이 아니었다. 막말 잘하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말도 아니었다.
 
MBC의 오정환 보도본부장이 지난 13일 보도국 간부들에게 보낸 메시지 중 한 문구였다. 뻔뻔함일까, 갇혀있는 그들 인식의 괴리감일까. 투사가 된 공영방송 보도 책임자의 문구 하나하나에 기가 차지 않을 수 없다. MBC 기자 등 구성원들이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제작 거부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김 사장의 측근으로 오 본부장은 MBC의 현 사태를 감히 ‘사내 특정 단체가 외부 세력과 정치권력의 지원 속에 일으킨 분규’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JTBC가 왜 떳을까? 근본 이유는 MBC, KBS가 심히 망가졌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이나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민간 종편 중 하나인 JTBC 채널을 찾게 만들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란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가 공론화됐을 때에도 MBC-KBS는 애써 이를 외면하고 엉뚱한 보도로 국민의 시선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이 중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17일 한국기자협회 창립 53주년을 맞아 발표한 기자 여론조사에서 MBC의 신뢰도는 처참하게도 1.3%에 불과하다. JTBC가 30.3%로 1위, 이어 한겨레(12.1%), KBS(6.0%), 중앙일보(4.2%), 한국일보(3.4%), 조선일보(3.3%), 경향신문(2.8%) 순이다.
 
2008년 8월 2,500명의 경찰을 투입해 정연주 KBS 사장을 강제로 해임시킨 이래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9년간 공영방송을 그들의 전리품처럼 장악하고 저항하는 이들을 지속적으로 탄압해온 결과다. MBC 노조는 170일이라는 언론사 최장기간 파업을 벌이며 저항했다. 200여명의 기자, PD 등이 해고되거나 제작현장에서 쫓겨나 시설이나 관리하며 떠돌았다. 그 때 KBS와 MBC는 더 이상 공영방송이 아닌 권력의 홍보 기지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생각이다.
 
16일에는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과 경영진 사이의 속기록이 ‘문화방송판 블랙리스트’라 불리며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고영주 이사장 등이 권재홍 당시 부사장을 면접하는 과정에서 언론노조 소속 기자, 앵커, 피디의 현업 배제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퇴행적인 비정상, 적폐에 다름 아니다.
 
17일 MBC에서 해직된 최승호 피디가 만든 영화 ‘공범자들’이 개봉됐다. 지난 9년 동안 KBS와 MBC가 정권에 인해 어떻게 장악돼 왔는지, 어떤 희생이 있었는지 기억들을 생생히 재생시키고 있다.
 
법원은 14일 MBC 법인과 김장겸 사장 등 전현직 임원 5명이 제기한 ‘공범자들’에 대한 상영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판결문은 ‘‘공범자들’의 표현 내용은 허위사실이라고 볼 수 없으며’, ‘신청인들에 대해서도 MBC의 전현직 임원으로서 ‘공범자들’이 제기하는 비판과 의문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할 지위에 있음에도 그러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명예권이 침해되었다고만 주장하고 있다’고 나무라고 있다.
 
공영방송의 정상화에 박차를 가해야한다. 그 핵심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를위해 지배구조를 개선해야하며 또한 보도, 제작, 편성권과 언론사 경영의 분리·독립 등의 공약들을  적극 실현해 나가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