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에 나포된 그린피스 환경감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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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에 나포된 그린피스 환경감시선
  • 김연식
  • 승인 2017.08.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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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북극해 원유 시추 반대 시위

<인천in>은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의 에스페란자호 항해사 김연식과 함께하는 <에스페란자의 위대한 항해>를 지난해 3월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환경감시 선박 에스페란자호에서 부딪치며 겪는 현장의 이야기를 한국인 최초의 그린피스 항해사의 눈으로 보여드립니다.



2013년 9월 19일, 그린피스 환경감시선 ‘아틱 썬라이즈’(Arctic Sunrise, 북극의 일출)호가 러시아 해안경비대에 나포된다.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인 가즈프롬(Gazprom)의 해상 원유 시추선을 상대로 해적 행위를 한 혐의다.

하루 전인 18일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북극해에 인접한 러시아 북서부 피코라 해(Pechora sea)에서 원유 시추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녹아 열린 북극해로 진출하는 석유기업을 막으려는 시도였다.

시위 현장은 주인 없는 공해였지만 러시아 해안경비대가 출동한다. 자국 기업을 위협했다는 명분이다. 경비대는 수면을 향해 실탄을 수십 발 쏘고, 민간 활동가들에게 총을 겨누기도 했다. 시위 이튿날인 19일에는 악명이 자자해 ‘코만도’로 불리는 러시아 연방보안대 특수부대가 출동한다. 헬리콥터에서 강하한 요원들은 무력으로 선박을 장악한다.

배는 곧장 러시아 무르만스크 항으로 예인되고, 선원들은 범죄자 신분으로 감옥에 갇혀 재판을 기다린다. 검찰은 활동가들에게 해적 혐의를 적용한다. 러시아에서 해적은 법정 최고형이 15년에 달하는 중형 죄목이다.

전 세계에서 푸틴 대통령을 압박하는 시위를 벌인다. 국제 여론이 이를 집중 보도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 11인도 활동가의 석방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해상법을 둔 법정분쟁도 제기됐다. 그린피스는 축구나 자동차경주 등 석유기업 가즈프롬이 후원하는 운동경기장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다.

마침내 나포 석 달을 갓 넘긴 11월 22일, 활동가들은 무죄로 석방된다. 추운 러시아 감옥에서 100일 가까이 보내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린피스에게도 큰 위기였다. 훗날 이 배의 피터 윌콕스 선장은 “물러서지는 않겠지만, 솔직히 감옥에 가는 건 정말로 싫다”고 고백했다. 항간에는 이번에 운이 좋았다, 러시아 정부가 석 달 뒤 개막하는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국제 여론과 반대 시위를 의식해 물러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1 아틱 썬라이즈 호가 노르웨이 북동부 415km 지점의 북극해 해상원유시추선에 접근했다.<지난 18일 그린피스 아틱 썬라이즈 호가 노르웨이 북동부 415km 지점의 북극해 해상원유시추선에 접근했다.>
 

같은 일이 거듭 일어났다. 아틱 썬라이즈 호는 지난 18일 활동가 35명과 함께 노르웨이 해안경비대에 나포됐다. 러시아 사건 이후 4년만이다. 이날 노르웨이에서 북서쪽으로 415km 떨어진 바렌츠 해에서 해상 시추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시추선 주변 500m 안전구역에 진입한 혐의다. 무장요원 3명이 승선해 선원 35명을 체포하고 배를 노르웨이 트롬소 항으로 예인했다.

여름이면 노르웨이의 시추선들은 녹아 열린 북극해에 접근해 오일을 탐사한다. 그린피스는 ‘석유보다 재생가능에너지가 필요하며, 보호해야 할 북극해에서 석유를 캐는 건 전 지구적으로 너무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석유 기업은 반대 입장이다.

다행히 이번 노르웨이 정부는 시추선에 진입한 활동과 다섯과 선장에게 각각 벌금 3천 유로화(약 400만원)를 부과하고 나흘 만인 22일에 선박을 석방했다.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북극 환경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아틱 썬라이즈 호는 북극해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될 때까지 같은 일을 반복할 것이다.

아틱 썬라이즈 호 피터 선장의 말을 바꿔본다. ‘감옥은 무섭지만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이다. 그 말이 곧 활동가들의 의지다.


2 그린피스 활동가 다섯명이 카약을 타고 시추선에 접근하고 있다.
<18일 그린피스 활동가 다섯명이 카약을 타고 북극해 원유 시추선에 접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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