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명’의 대서사시, 그 가치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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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명’의 대서사시, 그 가치 앞에서
  • 김갑곤
  • 승인 2017.08.28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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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바이칼 탐사기] 제4회 시베리아 횡단

지난 5월29일부터 6월5일까지 동국대학교 부설 유라시아실크로드연구소는 우리 민족의 발원지 러시아 바이칼호와 독립운동가들이 활약했던 러시아 연해주 일대를 탐사했다. 탐사에는 공개모집한 시민 32명이 참여했다. 경기만포럼 연안보전네트워크 김갑곤 사무처장이 그 [연해주, 바이칼 탐사기]를 7월17일부터 격주로 <인천in>에 연재한다.


시베리아 횡단 철로 ⓒ김갑곤


몇날 며칠을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숲을 기차로 달린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로망이다. 이 대륙 횡단열차가 유라시아 실크로드의 중심이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낭만과 추억거리만으로 정리될 수 없는 한편의 대서사시인 게 맞다. 하바롭스크에서 이르쿠츠크까지 꼬박 2박3일의 기차 여정(旅程), 흐리고 비가 뿌리는 날씨였지만 거침없는 대자연의 향연과 시리도록 푸른 녹음들로 차창에서 한 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자작나무 숲 ⓒ김갑곤


누군들 삶으로 슬퍼하지 않는 이가 있겠으며, 누군들 이 자연과 대지 위의 저 자작나무 숲처럼 순수하고 정직하게 살아가고 싶지 않았겠는가. 고은 시인이 얘기한 ‘천부적인 자연’과 ‘강렬한 경건성’이 지나온 삶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삶에 대한 뜨거운 다짐으로 이어져 나오는 곳, 이 여행을 함께 한 ‘윤명철’ 선생이 말한 ‘비문명’의 의미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호수와 숲 ⓒ김갑곤


인공화되고 도시화된 우리 문명, 배려와 경외는 이미 다 사라지고 탐욕만 가득하다. 자연(自然)과 본질(本質)에 더 가까운 ‘비문명’의 가치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정직하게 하는 순수함과 경건함을 유지할 수 있다. 한 세기 전 말 달리던 선구자들처럼 나도 애국자가 되고 싶고 싶고, 가치 있는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이 대자연의 초원과 숲을 응시하는 나의 심정이다.


차창 밖 일몰 ⓒ김갑곤


기차는 우리 내면의 길을 파고들어 가듯이 거침없는 미지의 대륙을 항해 빨려 들어간다. '잠자는 땅', '버려진 땅'이란 의미의 시베리아, 이곳의 주인은 누구인가. 오랫동안 서북 유라시아 대초원에 살던 투르크계 유목민족이 이 땅의 주인이었다. 그리고 몽골인들이 5개 칸국으로 근 240년 동안 러시아 지역을 통치한다. '치키타이 칸국'은 현재 중앙아시아 지역이고, 러시아 및 동유럽 일대가 '킵차크 칸국'이었다. 러시아가 몽골인들의 '카잔 칸국'을 멸망시킨 후에, 16세기 말부터 농민들을 동쪽으로 대거 이동시켜 19세기 초에 퉁구스계와 몽골계 원주민들의 저항을 누르고 시베리아 전 지역을 장악하게 된다. 원래 이곳은 ‘칸국(한국)’이었다.


앙가라 강변 ⓒ김갑곤


시베리아 자연환경은 '타이거' 지대라 불리는 숲, 알타이, 바이칼, 우랄산맥 등 숲을 이루는 산맥과 앙가라강, 데나강, 예니셰이강으로 숲과 강이 만들어낸 지상 최대의 자연이다. 지평선이나 ‘水’평선이 아닌 나무과 수풀로 이루어진 '樹'평선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은 결코 불모지, 버려진 땅이 아니다. 고구려 발해를 이루었던 숲의 문화와 북방민족의 문명이 발생한 현장이다. 현재 우리로선 도저히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천부적 자연과 비문명적 가치와 삶의 의미, 한민족(韓民族)의 역사가 한데 꿈틀거리고 있었다.   

경기만포럼 연안보전네트워크 사무처장  김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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