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축제 나오신 94세 할머니, 70세 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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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축제 나오신 94세 할머니, 70세 며느리
  • 김인자
  • 승인 2017.08.29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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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마을 책축제


나는 내가 글쟁이라서 좋다.
나는 내가 할머니 할아버지 꼬시기 대장이라서 좋다.
내가 sns를 하면서 sns의 순기능 중에 고맙게 생각하는 건 작년 오늘 내가 무얼 했는지 알려주어서다.
당장 어제 한 일도 기억이 안나는데 sns는 내가 일 년 전에 이러이러한 일을 했었다고 알려주니 참 고맙다.
작가의 옷을 입고 저자 강연을 통해 온 세상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내가 작가가 아니고 스토리텔러가 아니면 우리나라 곳곳에 살고 있는 좋은 사람들을 어찌 만나겠는가.

나의 꿈은 온세상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몽땅 그림책으로 써서 온세상 사람들에게 읽어주는거다.
글로 써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노고를 칭찬해 드리고 그 글을 읽어드림으로써 잠깐이라도 아프신걸 잊게 해드리고 싶다. 그리고 자식과 손주들이 진심으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사랑하고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래고 바래서다.

"얘들아, 치매가 뭐게여?"
"정신이 없는 할머니요."
"기억을 잃어버린 할머니요."
"치마 입은 할머니?"
"하하 치마입은 할머니? 우와 어떻게 알았지? 치마입은 할머니 ~우리 친구들 지금 앉아있는 자리에서 고대로 일어나보까여? 저 앞에 앉아계신 예쁜 할머니들 보여요?~~"
"네~~"
"(앞에 앉아 계신 할머니들은 잘 들으시게 아주 큰소리로) 그러면 저 앞에 앉아계신 할머니들 중에서 나이가 제일 어려보이는 할머니가 누굴까아?
(아이들에게는 작은 소리로) 우리끼리 얘긴데 제일 연세가 많은 할머니는? 누굴까아?
무슨 색 옷을 입으셨을까? 하나 둘 셋하면 알아맞혀볼까요?"
하나 둘 셋
"파란색~~~"
"우와 우리 친구들 모두 다 천재다아~"

마을 책축제에 초대되어 저자강연을 하는 자리.
작은 마을 책축제답게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도 모두 함께 한 자리. 그게 너무 좋아 강연하는 내내 나는 신바람이 났다.





"그럼 파랑할머니 연세는 앞자리가 뭘까?"
"68세여~"
땡~
"73세여~ "
땡~
"81세여~ "
땡~
"할머니 연세는 94세~~"
와~~
"여기서 제일 나이가 어리신 정경애 할머니를 소개합니다. 우리친구들 큰 박수로 정경애 할머니를 맞이해 주세요~~"

마을 책축제에서 만난 94세 정경애 할머니.
정신도 또릿또릿 맑으시고 식사도 앉은 자리에서 밥 한 그릇 뚝딱 하시는 파랑할머니.
정경애 할머니의 장수 비결은 무얼까?
마을책 축제에 어무니를 모시고 나와 함께 즐기는 아들과 며느리의 그 따뜻한 마음 때문이 아닐까

"고맙습니다 이쁜 언니~"
파랑할머니의 며느리에게 두손 모아 배꼽인사를 했다.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담아 예쁜 언니라고 불러드렸다.
파랑할머니의 며느님도 70이 넘으신 할머니시다.
"아유 선생님 제게 왜 인사를 하세요?"
파랑할머니 며느리가 내 손을 끌어다 가슴에 모아 잡으신다.
고마와서요... 할머니 저리 잘 모셔주셔서 고맙습니다. 진짜 진짜 고맙습니다.
"제가 한번만 예뿌신 언니 안아드려도 될까요?"
"아유 유명한 작가선생님이 날 안아주면 나야 영광이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고운 마음 잘 따르고 본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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