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축제를 하면 지역문화가 발전하나?
상태바
맥주축제를 하면 지역문화가 발전하나?
  • 윤현위
  • 승인 2017.09.20 0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지리학박사

송도에서 얼마 전 맥주축제를 했었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하는 그 자리다. 정식명칭은 송도세계문화축제이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이 행사가 벌써 8년째 하고 있다는 점에 놀라며 송도에 가보았다. 필자가 일하는 사무실도 송도인데 이렇게 송도에 차가 막히고 많은 차가 있는 것은 처음 본다. 아직 송도는 출퇴근 시간에도 이 정도로 막히지 않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와서 놀라왔다.

맥주축제라고 하니 여기저기서 맥주를 판다. 우리나라 맥주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대기업 두어 곳과 외국맥주 몇 종류를 만날 수 있다. 송도에서 맥주축제를 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고, 그냥 맥주회사의 여름 프로모션을 좀 크게 하는 것 같았다. 세계문화축제라는데 문화는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 본 행사가 시작하자 연단에 인천과 관련 있는 기관장 약 40명이 연단에 선다.

행사를 진행하는 사회자는 이 사람들의 소속과 이름을 모두 말해야했는데, 과연 축제에 이들이 연단에 서고 이름을 부르는 일이 축제에 필요한 일이었는지를 묻고 싶다. 유정복 시장은 배트맨 옷을 입고 등장해서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냥 혼자 등장했으면 모르겠는데 이미 수십 명의 인사들이 나온 이후여서 다소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혹시 문화축제가 아니라 이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 이 행사를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수 십 명의 인사들이 인사하는 와중에 정의당 당대표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정미 대표가 정의당을 많이 사랑해달라고 하자 사회자가 바로 손을 휘저으면서 ‘정치적인 발언은 삭제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사회를 보는 사람은 아나운서가 아니라 경인방송에서 라디오를 진행하는 DJ였는데 아마도 정치적인 발언이 뭔지 잘 모르나 싶었다.

이 맥주축제의 메인행사는 무대 앞에 시민들이 자리를 깔고 삼삼오오 모여 앉고 출현하는 가수들의 노래를 맥주를 마시면서 듣는 것이었는데 사람들이 앉아있는 줄과 맥주와 음식을 사기 위한 줄이 구분되지 않아 불편하고 위험했다. 안전요원들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많이 부족했다. 요즘은 야외에서 진행하는 콘서트와 축제가 많은데 한번쯤 참고하라고 권하고 싶다. 파주에서도 하고 자라섬에서도 한다. 한 가지 더, 행사 중간중간에 폭죽을 터뜨리는데 폭죽을 터뜨리는 위치가 시민들이 앉아 있는 자리와 너무 가까워서 폭죽의 잔여물을 시민들 상당수가 맞아야했다. 행사 진행에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찾아오는 시민들의 숫자만 보면 이 축제는 실패한 행사는 아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와서 자리를 잡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간다. 비싼 돈을 주고 굳이 공연장에 가지 않아도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며 야외에서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이다.

시 재정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면 자주자주 유명 뮤지션들을 불러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게 세계문화축제니 맥주축제니 이런 이름으로 개최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지역과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지 않은가? 꼭 인천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인천시민의 날, 바다의 날, 각 구별로 구민의 날 등등 정말로 행사를 많이 한다. 만약에 초대가수를 부르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얼마나 올 것 같은가? 김경호 같은 유명가수가 오지 않는다면 행사에 사람들이 많이 올까? 





인천 가치재창조니 올웨이즈 인천이라는 말을 지겹게 듣는다. 차라리 이럴거면 시민의 위한 음악축제라고 이름 붙이고 시민들이 원하는 뮤지션들의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게 해주는 편이 훨씬 더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천축구전용기장에서 과거 인천을 연고로 하던 삼미, 청보, 태평양, 현대에서 뛰었거나 인천고등학고나 동산고등학교 출신 야구선수들이랑 토크콘서트를 하면 어떨까 싶다. 문화가 없으면 고민이라도 해야 한다. 아예 없는 것을 새롭게 만들라는 것이 아니다. 발굴하면 된다.

가치재창조를 말해 놓고선 배다리 산업도로공사를 재개하면 앞뒤가 안 맞는다. 기존의 오래된 마을이 갖고 있던 기억, 문화, 공동체를 날려버리면 인천의 가치를 재창조할 수 없다. 갯벌을 매립한 송도에서 맥주를 마시면 없던 지역문화가 생기지 않는다. 거기에 들어갔을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돈들이 아쉽고 아깝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