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의 문을 활짝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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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의 문을 활짝 열자
  • 박인규
  • 승인 2017.09.27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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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박인규 / (사)시민과대안연구소 소장
 

지난 5월초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꺾일 기세가 보이지 않던 높은 국정지지율이 최근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촛불혁명에 기대어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짧은 기간 동안 강력한 적폐청산 의지 표명과 이를 뒷받침할 파격적인 인사 선임 그리고 특유의 소통 행보를 통해서 국민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일부 국무위원 후보자의 자진 사퇴와 장기간 보류되었던 헌법재판소장에 대한 국회임명동의안 부결로 여야 간의 대립이 첨예해지고 여기에 정부 출범 이후 부쩍 잦아지고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발사 시험에 따른 한반도 정세 불안정과 여야 간의 안보를 둘러싼 논란이 가속화되면서 어느덧 국정지지율은 60%대 중반까지 하락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기대가 반영된 지지율이 이제 조정기에 들어감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여야간의 강한 대치 속에서 협치는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임명동의안 가결 이후 표류하고 있는 여야 협치 논의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정부여당의 조심스러운 기대가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 전에 정국주도권을 쥐려는 각 정당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시작조차 해보지 못했던 협치의 행보가 이제 다시 출발선에 서게 된 것이다.

 

협치가 가능하려면 무엇보다도 그 필요성에 대한 여야 간의 충분한 공감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권의 양상을 보면 여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야당이 대선패배의 후유증에 따른 내부 정비에 여념이 없고, 이를 위한 방안으로서 협력 보다는 대립을 선택하면서 협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제1야당으로서는 정부여당의 협치 추진을 소수 야당들과의 협력을 통해서 자신들을 고립시키려는 전략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비록 쉽지는 않지만 정부여당으로서는 이러한 의구심을 풀어주어야 비로소 더 큰 협치의 문이 열리게 된다.

 

일정 기간 안정적인 협치가 가능하려면 협치의 당사자 간에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협약이 체결되어야 한다. 비록 협약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정치정세나 당사자 간의 관계의 변화에 따라서 언제든 파기될 수 있다. 물론 협약의 폐기에 따른 책임도 따르게 된다. 이렇듯 협약에 따른 협치도 불안정하기 이를 데 없는데 하물며 야당이 원론적 수준에서 밝혔거나 애당초 공감하고 동의하지도 않는 것이라면 정부여당의 협치 선언은 그야말로 사상누각이거나 구두선에 그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반면에 대통령과 정부가 추진하는 행정에서의 협치는 정부와 민간 특히 시민사회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고, 김대중 정부 이후 계속 이어져온 국정운영 방식이기 때문에 정부의 이념적 성향이나 정책노선과 관계없이 유지되고 더욱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협치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정부의 정책결정의 정당성과 집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적 지지와 공감 그리고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협치의 성격은 지방차원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현재 경기도에서는 의미있는 협치의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2014년 당시 여당 출신 경기도지사의 제안에 대한 다수 야당과 시민사회의 화답으로 성사된 민생연합정치가 그것이다. 정치권의 극한 대립에 식상한 국민들과 시민들에게는 연합정치가 매우 신선하게 받아들여졌고 여전히 그 실효성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앙정치권이 쉽지 않은 협치를 이루어 나가는데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실험이다.

 

또한 서울특별시가 추진해온 협치 전략과 경험이 현재 다른 지방에는 물론 국정에까지도 수용되면서 늘 국가가 모델을 만들고 이를 지방이 수용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지방의 정책방향과 시스템이 중앙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협치가 행정의 주도 속에서 소수의 전문가와 시민단체 사이의 정책결정 단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마을과 삶의 현장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주도 속에서 스스로 주체가 되어 결정하고 집행하는 주민중심 나아가 주민주도의 협치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치가 한 단계 더 성숙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듯 정치와 행정 그리고 중앙과 지방에서의 협치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하더라도 협치의 본질 동일하다. 결국 권력과 권한을 강자와 약자가 나누고 중앙과 지방 그리고 마을이 나눔으로써 협치의 당사자 모두가 상생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작은 실패나 어려움 때문에 협치를 주저하거나 포기해서는 안된다. 그 어느 때보다도 협치가 더욱 절실히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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