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에 대한 애착심, 전통의 '박물관'을 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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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에 대한 애착심, 전통의 '박물관'을 남기다
  • 류재형
  • 승인 2017.09.28 0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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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문갑도의 수집가 김현기씨

[인천in]이 지난해 연재해온 류재형 사진가의 <힐링의 섬 문갑도>에 이어 <문갑도 사람들의 전통 생활도구>를 9월 부터 매주 한차례씩 연재합니다. 인천문화재단의 도움을 받아 문갑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통 생활도구와 전통음식 발굴 프로젝트를 현장에서 생생히 보고하는 연재입니다. [인천in]은 이 연재를 통해 문갑도 주민의 자긍심과 인천의 섬이 가지는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합니다.


문갑도 김현기 어르신


 

마을마다 유별난 분들이 한 두 분씩 있게 마련이지만 문갑도에도 유난히 눈에 띄는 한 분이 계시었다. 갑자기 지난 봄에 하늘나라를 가셨는데, 계실 때 좀 더 자세하고 많은 이야기를 통해 문갑도의 역사와 에피소드를 담아야 했었는데 아쉬움이 많다.

 

한 때 유명한 강신무이었던 김현기씨는 고향인 문갑도에 들어와 당산 아래 당집에 굿당을 차렸다.

문갑도에는 기독교(장로교, 감리교) 2개 교회와 천주교의 공소, 그리고 굿당이 공존하는 독특한 섬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던 80여명이 사는 섬에서 서로 다른 종교가 어우러져 공존한다는 사실은 특별하다. 인천 서해의 섬들이 기독교와 천주교의 전파에 의해 문화적으로 많은 발전이 된 것이 사실이다.
그것도 하나의 공간에 옹기종기 사는 원포인트의 마을에서 문갑도 역사상 4개의 종교시설이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갑도에서의 굿은 어르신이 연로하셔서 2000년대 초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꾸준히 지인들이 찾아와 어르신과 대화를 나누곤 했다.


 

오른쪽이 김현기 어르신 집이고 왼쪽 문갑도감리교회와 가운데 당산이 보인다


문갑도감리교회를 끼고 올라가면 당산과 당집이 있다


평소 고양이를 좋아하시던 김현기씨
 

당집에 모신 굿당의 모습이나 2017년 봄에 없어졌다


 

누구나 항상 반갑게 만나 대화하고 외지에서 온 분들에게도 배려심이 깊었다.

묵묵히 밭에 나가 열심히 일하시고 마을의 행사나 공연에도 빠짐없이 참석한다.

대대로 내려온 유물에 대한 애착심이 유별나 하나도 버리지 않고 소중하게 보관해 왔다.

또, 그동안 섬에서는 많은 집들이 공가(空家)로 남겨지거나 이삿짐을 정리해 육지로 나가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부는 빈집에 남겨두었다.

어르신은 방치되어있는 마을의 잡다한 물건들도 집으로 날라 보관하기도 하였다.

마을의 우물을 지나 집으로 올라가는 언덕의 석축 위로 크고 작은 장독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정리 안된 모양의 온갖 생활도구들이 마당과 집을 중심으로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지금은 5남매의 큰아들 김남준씨가 이어서 관리하고 있다.

그의 여동생이 초등학교 시절 인천에 나가 박물관을 구경했는데 돌아와서 하는 말,

“오빠, 박물관에 갔는데 아무 재미가 없었어, 우리 집에 다 있는 것인데,,,” 하더란다.

큰아들 김남준씨는 불 같은 성격의 아버지 밑에서 묵은 밭(경작을 하지 않는 밭)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많은 밭에 보리, 밀, 수수, 기장, 땅콩, 등을 일군다.

4년 전 작고하신 어머니는 잡곡밥을 찰지게 잘 지으셨고 음식도 잘 만들어 마을 분들의 칭찬이 자자했다. 특히 알타리무, 짠지, 동치미 등 김치는 일품이었다.

 

우리 프로젝트 팀은 여러 차례에 걸쳐 당집 생활도구(호롱불, 나무절구, 멧돌, 돌괭이, 절구, 옛날 멍석, 뒤주, 다듬이돌, 재봉틀)들을 연재해 올릴 예정이다.

 

 

김현기씨댁에 보관중인 화로와 옛날 그릇들
 

집에 보관되어있는 옛 생활도구들


 

옷을 다릴 때 사용했던 화로와 숯다리미.

다리미는 전통적으로 오래된 것들이 모두 있었다.

가장 오래된 것은 큰아들인 김남준씨 할머니가 7-80년 전에 사용하던 도구로, 화로에 숯불로 달구어 사용했던 숯다리미이다. 방에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

천의 구김살이나 솔기를 꺽어 눌러 사용한 소형 인두와 숯을 넣고 넓은 옷감을 다리던 작은 프라이팬 모양의 숯그릇 다리미, 그 이후 다리미는 특허445호라고 표기되어있는 숯다리미까지 모두 보관하고 있었다.

이 숯다리미는 중간부분 이음새 철사 핀을 제거하면 위의 손잡이 부분과 밑의 숯이 들어가는 바닥부분으로 분리된다.

아래의 주물 공간 내에는 바닥에서 3cm 높이로 숯이 바닥에 닿지 않도록 주물로 성형된 철판 틀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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