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흑산도 - 자전거 라이딩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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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흑산도 - 자전거 라이딩의 천국
  • 이창희 시민기자
  • 승인 2017.11.03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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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딩 금수강산] (1) 흑산도

'칠형제바위' - 너무 아름다워 눈을 뗄 수 없어...





‘한국의 3대 비경’이라는 울릉도 송곳바위와 설악산 공룡능선과 함께 흑산도는 칠형제 바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흑산도 하면 옛 가요로도 알려진 '흑산도 아가씨’와 콕 찌르면서 입안을 시원하게 만드는 ‘흑산도 홍어’가 떠오른다.
 
흑산도 아가씨와 홍어는 어딘가 설화적인 인상을 주는데, 그런 만큼 흑산도는 직접 가기에는 너무 먼 섬으로 느껴진다. 실제로도 흑산도는 먼 섬이다. 목포에서 93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어서 육지가 보이지 않는다.
 
아주 맑은 날 동쪽으로 보이는 산들은 육지가 아니라 비금도 같은 섬들이다. 웬만해서는 가장 가까운 홍도마저 가물가물하고 사방이 수평선으로 둘러싸인 망망대해다. 흑산도는 길이 8킬로미터, 폭 4킬로미터에 면적은 19.7제곱킬로미터의 작은 섬이다. 근처에 영산도, 대둔도, 다물도, 대장도 같은 섬들이 빙 둘러싸고 있는데 이들 섬들이 모여 흑산면을 이룬다. 흑산도에서 가장 높은 산은 문암산으로, 섬 면적에 비하면 꽤 높은 편인 405미터에 달한다.
 
이 때문에 흑산도는 전체가 산악지형으로 들판을 찾아볼 수 없다. 오랜 시간 대양에 밀려드는 거친 파도에 씻겨 해안은 백사장이 적은 대신 단애를 이루며 바다와 거칠게 맞서고 있다. ‘흑산도 아가씨’는 1960년대에 어업이 성한 포구에서 비정기적으로 열린 바다시장인 파시의 산물이다.
 
흑산도 예리항은 파시가 서면 2천 대 이상의 배가 몰려들어 일대성황을 이루며 흥청거렸다. 술집과 다방이 성업하면서 외지에서 ‘아가씨들’이 모여들어 많을 때는 4 ~ 5백 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당시 이들을 ‘흑산도 아가씨’라고 불렀고, 노래는 고향을 떠나온 아가씨들의 애환을 담고 있다.

흑산도의 해안도로는 동해의 장쾌함과 서해의 애잔함 그리고 남해의 잔잔함을 함께 모은 듯,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의 최고조에 달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작은 섬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길과 경치가 다채롭다.
해안도로를 자동차로 일주해봐야 25킬로미터 밖에 되지 않지만, 자전거 라이딩으로 경치를 제대로 보려면 거의 종일을 잡아야 한다.
 
자전거라이딩으로 오르락 내리락하는 길을 따라 고개 8, 9개를 넘어야 하고, 놀라운 경치를 감상하기 위해 수시로 멈추다 보면 태양은 어느새 서쪽 자락으로 넘어가 있다. 흑산도는 홍어의 집산지이면서 어업 전진기지이자 홍도와 더불어 관광지로도 알려져 오가는 사람과 배가 많고 그만큼 풍요롭다.


 


포구는 깨끗하게 정리되었으며 해안도로는 아스팔트로 말끔히 포장되었고 집들은 세련되게 바뀌고 있다. 생활 속의 미적 감각도 상당한 수준을 유지해서 풍경은 가치를 얻고, 사람들은 섬의 품격을 높였다.
 
조선시대 이전에는 한 번 가면 나오기 힘든 유배지로 애절한 흔적을 남겼고 ‘흑산도 아가씨’마저 연민의 정에 젖게 하지만 지금은 쾌적한 여행지로 사랑받는다.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이 천주교를 전파하다 이곳에 유배되어 생을 마감했는데, 흑산도 연해의 어류들을 조사해 어류도감이라고 할 수 있는 [자산어보, 玆山魚譜]를 펴냈다. 조선말 독립운동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최익현도 이곳에 유배되어 울분을 삭혔다.
 
해안도로는 최익현이 비분강개하며 조선의 독립을 주장하는 글(箕封江山 洪武日月, 기봉강산 홍무일월: 고조선 때 기자가 봉해진 땅이고, 명나라 홍무연간에 이성계가 나라를 세운 이후 지금은 조선시대라는 뜻)을 새겨 넣은 각석(지장암)을 지나 정약전이 암울한 유배생활 중에도 아이들을 가르치고, 어류도감을 지은 사촌서당을 지난다. 서쪽 절벽 위에 걸린 ‘하늘도로’나 상라산 전망대에서 얼핏 노을이라도 만나면 이 멀고 작은 섬이 주는 강렬한 인상에 다시 올 다짐을 저절로 하고 만다.


일주도로 25km를 자전거라이딩으로 여유로운 휴식과 풍경 감상을 원한다면 5시간은 필요하다. 배가 닿는 예리항이 기점이다. 숙박업소와 식당, 가게가 모여 있는 섬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가장 힘든 구간인 상라산 전망대 고개(180m)를 넘지 않으려면 예리항에서 시계방향으로 도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이 길도 처음부터 오르막이다.
 
100m 남짓한 고개 2개를 넘으면 작은 바닷가 마을인 예리2구 마을이 반긴다. 다시 나지막한 고개를 넘어서면 해변이 깊숙이 파고든 천촌리다. 이곳이 최익현이 3년간 유배생활을 했던 곳으로, 길가에 그의 유배지를 알리는 비석과 지장암이 남아 있다.
 
예리항에서 7km 지점(최익현 유배지에서 1km)에는 작은 샛게해수욕장이 아늑하게 숨어 있다. 여기서부터 꽤 길고 높은 고개길이 시작된다. 고개마루의 고인돌을 지나 다운힐하면 정약전이 유배생활을 한 사리마을이다. 내리막길 시점에 ‘자산어보 전망대’가 있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사리항과 해안절벽은 실로 절경이다.
 
사리는 꽤 큰 마을로, 정약전이 머물던 사촌서당은 마을 뒤쪽 언덕 위에 복원되어 있다. 사리에서 심리로 넘어가는 한다령 고갯길은 일주도로 중 최고의 고비다. 하지만 험한 대신 오르막이 길지 않아서 잠시 땀을 흘리면 오를 수 있다.



 

심리부터는 섬의 서쪽 해안이다. 이제 길은 북향하며, 바다 저쪽으로는 대장도와 소장도가 길게 뻗어 있고, 길 오른쪽은 가파르게 솟아오른 문암산 줄기가 쏟아질 듯하다. 길가의 작은 약수터를 지나 정상에 군사시설이 있는 깃대봉을 돌아가면 길은 절벽의 허공에 매달려 간다. 이 길을 ‘하늘도로’라고 부르는데 벽화를 그려놓아 구간을 알아보기 쉽다.
 
하늘도로를 지나면 비리와 마리 마을이 차례로 나오고, 다음에는 상라산 전망대를 오르는 긴 오르막이 막막하게 펼쳐진다. 고개에 오르면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반겨주고, 오른쪽으로 가면 전망대, 왼쪽 산으로 오르면 상라산 정상이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쉬며 흑산도를 만끽해 보자. 출발지인 예리까지는 거의 내리막이고 거리도 3km 정도여서 남은 부담이 적다.
 
상라산 전망대에서 열두 구비 길을 내려오면 진리해수욕장이다. 진리를 지나는 낮은 언덕길을 넘으면 곧 예리항에 도착한다.상라산 전망대를 오르는 길은 극단적인 열두 구비 지그재그를 그려 현실감이 떨어질 정도다.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하루 5차례 쾌속선이 운항한다. 1시간 50분 소요. 도중에 비금도와 도초도를 거쳐 가며, 홍도와 가거도행 배도 흑산도를 경유하는 코스도 있다. 이왕 흑산도까지 오는 길이라면 시간을 좀 더 내서 홍도와 가거도(구 소흑산도)도 함께 찾아보기를 권한다. 흑산도에는 공항이 추진 중으로, 머지않아 비행기로 쉽게 갈 수 있는 날이 올 것 같다. (주)동양훼리와 남해고속 두 회사에서 배를 운항한다.
 
상라산 전망대예리항 서쪽에 관문의 기둥처럼 가파르게 솟은 봉우리가 상라산(227m)이다. 상라산 기슭에는 봉수대와 함께 장보고가 쌓았다는 반월산성 유적이 남아 있다. 상라산 맞은편 봉우리에 매점을 겸한 전망대 시설이 되어 있는데, 예리항과 주변 일대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전망대 아래의 고개에는‘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서 있고, 열두 구비를 그리며 산을 내려가는 길도 아름답다.

숙박은 예리항에 여관이 많이 있다. 진리해수욕장 가는 길목에는 호텔도 하나 있다.흑산도는 역시 홍어의 본고장답게 홍어 요리가 기본이다. 전복과 생선회도 신선하다. 최익현 유배지, 샛게해수욕장, 자산어보 전망대, 사리 정약전 유배지, 깃대봉 약수터, 상라산 전망대, 진리해수욕장 등은 쉬어가지 않을 수 없는 명소들이다.
 
주의할 점으로 흑산도 일주도로는 전체가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고, 자동차는 관광용 택시 밖에는 거의 없을 정도로 한적하다. 오르막이 많은 만큼 내리막도 가파르고 길어서 과속에 주의해야 하고, 만약을 대비해 차선을 잘 지켜야 한다. 예리항 외에는 식당이 없으니 행동식과 식수를 여유 있게 챙긴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섬 전체를 자전거라이딩으로 모두 둘러 볼 수 있도록, 도로 미개설 구간인 옥녀봉과 대봉산까지 자전거둘렛길 건설을 원한다. 
 

시민기자 이창희 lee9024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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