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에 무슨 일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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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에 무슨 일 있어요?
  • 강영희
  • 승인 2017.11.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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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조금 나아지는, 아주 긴 시간들에 대하여

꽤 쌀쌀한 날씨에 비도 부슬부슬 내리는데 한 청년이 갑자기 배다리 헌책방 골목에 가보고 싶어서 드르게 됐는데 사방 팔방이 공사중이라 갈데 없을까 해서 들렀다며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거예요?"라고 묻는다.

헌책방거리 이곳저곳이 파헤쳐지고 여러가지 공사가 벌어지자 주민들뿐 아니라 배다리에 관심과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배다리 위원회 제공


지난 10월부터 공사에 들어간 인천양조장의 안채 한옥 건물을 대대적으로 수리하고 있다. 또 옛 진보당 인천시장 사무실이었다는 건물 옆으로는 도로확장 및 인도를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주로 일방통행인 배다리 내부의 도로에 흐름을 원활히 하고, 보행자의 안전을 도모하는 차도와 인도 정비사업으로  '저층주거지 관리 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은 몇 년 전에 주민들이 모여 마을에 필요한 것들을 마련해 요청했는데 갑작스레 예산 취소가 되어 문제가 되었던 사업인데 단계적으로 다시 진행되게 된 것. 주민들의 기본적인 삶의 환경을 다듬는 사업의 일환으로 '하수구 정비사업과 전선과 인터넷 선등을 포함한 각종 선을 지하에 묻는 지중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 뿐 아니라 몇 년 전 재개발사업이 해제된 금창동 지역에서 낡고 위험한 건물을 허물고 새로 건물을 짓기도 하고, 오래된 건물을 정비하고 새 주인을 맞을 준비를 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공사들이 개별적으로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해마다 여름이면 지독한 하수구 냄새로 더운데도 문을 열어두기 힘들었던 책방거리 일대가 이 공사를 통해 조금 더 나은 환경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배다리 저층주거지관리사업은 재정비촉진지구 존치관리구역인 동구 금곡동 33-18번지 일대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13년 주민들과 동구가 인천시 저층주거지 관리사업 공모에 신청, 최종 선정됐고, 2014년 사업비를 받을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주민협의체는 주민워크숍을 여러번 진행해 하수구, 차도, 인도, 골목길 정비, 마을기업 운영, 굴다리 주변 청소년 흡연장소 개선등을 포함한 18개 주민제안을 선정했으나 지방선거 이후 유정복(당시 새누리당, 현 자유한국당)씨가 시장이 되면서 예산삭감을 하면서 사업이 중지되었다. 
이듬해인 2015년 10월 배다리 주민들은 이 사업에 대한 예산편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2017년 지속적인 주민들의 요청과 노력으로 애초의 사업과는 좀 다르지만 주민들이 논의하고 선정한 사업들을 하나하나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비가 많이 내려 물이 넘쳐서 인근 주민들이 많은 피해를 보았던 배다리 헌책방 거리 입구의 하수도를 정비하고 있다.


내년에는 배다리 텃밭정원을 중심으로 창영초교 방향의 금곡동과 창영동에 대한 다양한 공사와 사업 진행을 예정하고 있다. 주민들과 다가서려는 구청의 노력이 있지만 여러가지 구청의 의사결정 시스템 과정 때문에 원활하지 못하고 급하게 진행되고 있어, 주민들과의 대화 노력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과 문화공간 주인장들을 모으고 이야기를 나눴지만 인사하고, 사업을 소개하는 정도였다. 앞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마을을 위해 관에서 돕겠다는 취지로 설명됐다. 하지만 사업공모가 급작스레 나오고, 예산을 따오는 일이 공무원들의 큰 일중에 하나다 보니 주민들과 협의하고 논의할 시간도 여유도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외지인의 구경꺼리- 관광지를 목표로 만들어지는 여러가지 마을사업의 폐단이 적잖히 들어나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우려도 높다. 원주민을 내쫓거나, 주민들에 일상을 피폐하게 만드는 관광지 조성 사업의 끝자락을 동구가 추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염려가 나오는 이유다. 

주민들의 삶에 환경을 아름답고 편리하고 즐겁게 만들고, 주민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공동체 활동을 지지해 이웃과 어울리는 즐거움을 나눌 여유가 있다면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특히 젊은 주민들이 생각이다.





서툴러도 천천히 계속 해나가는 대화

주민의 삶을 돕는 것이 마을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고, 마을이 건강하면 찾아오는 이들도 즐겁다. 무조건적인 구시대적 개발사업과 관광지 조성은 더 이상 답이 아니다.

배다리 지역 주민들은 막연하게 관광지가 되면 돈이 벌린다는 생각을 하는 다른 지역과는 다르다. 10여 년 전 함께했던 '배다리 관통 산업도로 반대투쟁'의 과정을 통해 다양한 경험이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주민들은 시민으로 성장했다.

무조건의 반대도 무조건의 찬성도 하지 않는다. 여전히 주민들끼리도 의견이 달라 티격태격 하지만 서로를 설득하고 인정하며 조율해 나가고 있다. 그런 힘으로 동구를 관통하는 도로의 본질을 깨달았고, 선거를 앞두고 도로를 개통하려 한 인천시에 맞서 도로폐지 주민행동을 지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나 구의 다양한 사업도 무작위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주민들도 서로 토론하고, 구청이나 시 관계자와도 티격태격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처음엔 무시하거나 귀찮아하거나 힘들어했던 구나 시의 관계자들도 대화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구나 시의 관계자들은 행정의 경직성이나 관료화된 시스템의 한계를 인정하고, 주민들도 스스로 미숙함의 한계를 깨달으며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무조건 잘 된다고도 할 수 없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주민도, 공무원도, 행정도 함께 성장한다. 그것이 마을의, 지역의, 시의, 그리고 마침내는 나라의 성장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건강한 것은 시끄럽다고 한다. 싸우는게 나쁜 것도, 안싸우는게 좋은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 멋진 그늘이 되어주던 배다리 마을텃밭정원 옆에 십 수 년이 더 된 오동나무가 잘렸다.  3-4층 높이는 족히 될만한 나무가 잘리던 날 사람들은 많이 속상했지만 아마 누군가는 거기에 떨어지는 나뭇잎과 꽃잎과 열매같은 것들이 싫었나보다. 가지를 치는 줄 알았는데 자르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인근에 사는 이웃이 전해주었다. 진즉에 그 마음을 살펴 길을 쓸고, 떨어진 잎과 열매와 꽃을 쓸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저 언제나 있을 줄 알았던 그 나무가 갑작스레 사라지고 나서아 그 나무를 자르게 한 사람의 마음이 보였다. 사진 _ 2011년 5월, 2014년 5월, 2017년 11월, 2014년 6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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