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채 스마트소설 '달로 간 자전거'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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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채 스마트소설 '달로 간 자전거' 출간
  • 송정로 기자
  • 승인 2018.01.02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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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미와 간결성, 시사성 살린 스마트소설...초단편 30편 실려


 

스마트소설. 스마트폰과 소설의 결합을 시도하는 새로운 변환의 문학장르. 첫째, 독자가 짧은 시간에 완독이 가능한 분량(집중해서 5분 내외, 1분짜리도 있다). 둘째 압축미와 간결미의 미덕을 갖추고, 세째 강렬한 시사성을 지녀야 한다. 짧지만 시의 원리를 품기도 하며, 문학적 품격을 잃지 않는다.

 

‘구멍’이란 제목으로 2014년 제2회 스마트소설 박인상문학상을 수상한 양진채의 스마트소설집 ‘달로 간 자전거’(문학나무)가 출간됐다. 한뼘 길이의 책, 256 페이지 분량의 아담한 소설집에는 30편의 스마트소설이 실려있다. 1부 15편이 강렬하고 함축적인 서사라면 2부 15편은 시에 가까운 이미지로 많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다양한 실험정신으로 소설의 경계를 파괴하면서 새로운 스마트소설의 경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아주 짧은 초단편들, 스마트소설의 새 지평을 열고 있지만 양진채는 지난해 장편소설 ‘변사기담’으로 높이 떳다. 이제 그는 길고 짧은 이야기의 호흡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작가가 됐다. 2008년 단편소설 ‘나스카 라인’으로 등단하고 소설집 ‘푸른 유리 심장’을 내면서 이제 11년차에 접어든 그는 의식적으로 ‘인천’을 챙겨왔다. 공저로 테마소설집 ‘인천, 소설을 낳다’ 등이 이를 증거한다. <인천in>에도 ‘소설로 읽는 인천’ 등 수년째 연재하는 데, 늘 현장에 가까이 다가서며 무엇인가 끊임없이 도전한다. 그리고 부지런히 움직이며 ‘팩트’와 ‘체험’을 쓴다.

 

그는 부평구 삼산도서관 상주작가로 매일 도서관에서 아홉 시간을 보내며, 이번 작품들을 써내려 갔다. '소설은 상처가 상처에게 건네는 위안'이라며, 소설 덕분에 일어설 수 있다며, 그리고 이번 소설들이 ‘자전거를 타고 달에 간 ‘그’에게 향한 기도’라고 읖조리며 썼다.

 

표제로 선택된 ‘달로 간 자전거’는 이번 소설의 깊은 속을 그대로 드러낸다. 멀지 않은 기억의 자전거포, 그리고 포쟁이. 정겨운 그곳에서 자전거의 바퀴처럼 둥그런 마음의 바퀴를 굴린다. 외계인 ET를 자전거 바구니에 태워 도망칠 때, 둥글고 환하게 지고 있는 해를 배경으로 하늘로 오르던 장면. 한 대도 아니고 다섯 대 나... 그렇지만 포쟁이의 왼쪽 허리춤에는 십여개 열쇠가 매달려 있고, 그 열쇠로 열어야 하는 많은 문 만큼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 한쪽으로 어깨가 자주 기울어지던 힘든 삶.

 

그는 과거의 인천, 오랜 기억을 종종 떠올린다. ‘자유공원’에서는 스무살의 나가 등장한다. 광장의 비둘기, 광장 슈퍼에서 옥수수 사료를 사서 던져주기도 했던. 지금은 비둘기집도, 수퍼도 사라진, 장군 동상만 남아 망원경을 쥐고 있는데, 눈물 한방울이 떨어진다. ‘물가에 심어진 나무같이 흔들리지 않게, 흔들리지 않게’ 어깨를 걸며 함께 가지고 했던 이들은 어디에 있는가.

 

‘월미도 초혼’에는 인천상륙작전 그 날, 공포의 밤에 총맞아 죽은 원주민이 망자가 되어 나타나 축포에 다시 놀란다. 인천상륙작전과 월미축제를 엮어 쏘는 축포에 망자는 ‘우리의 몰살을 딛고 성공시킨 작전이니, 살던 땅도 돌려주고, 집도 원상복구해주고, 비통한 마음으로 향도 피우고, 술도 한잔 올리면서 사죄한 다음, 그 다음에 축포를 쏴도 쏴야 되는 거 아냐?’라며 넋두리 한다.

 

지난 여름, 그는 서울 홍제천변 연희창작촌에서 더운 나날을 보냈다. ‘연희, 여름’ ‘연희, 다시’ ‘연희 가을’로 30편의 작품을 마무리 한다. 창작촌에서 버스로 두 정류장. 백련시장 정류소 앞에서 두리번 거려도 백련시장은 없다. ‘홍남교자전거대여소앞’ 정류소에서도 자전거대여소는 없다. ‘한때는’ 정류소 앞에 있었을 것을. 한때는 ‘나도 자전거포 포쟁이 마누라’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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