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도 젊을 때 얼릉 고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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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도 젊을 때 얼릉 고쳐야지"
  • 김인자
  • 승인 2018.02.0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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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경비할아버지들의 말씀


우리 아파트 재활용 수거하는날 아침.
경비 할아버지들이 드럼통으로 만들어 놓으신 난로불 앞에 서 있으니 따뜻하다.
"아니, 김선생님 손이 왜 이래요? 이런 이런 얼음백였나보네?"
1초소 경비할아버지가 불을 쬐던 내 손을 보더니 깜짝 놀라시며 혀를 차신다.
"아 예 그르게여. 이게 왜 이럴까요?"
창피해서 얼릉 두 손을 주머니속에 집어 넣었다.
"그거요? 저 손이 왜 그릉가 내가 말해주까?"
중앙경비할아버지가 나서신다.
"반장님이 김선생님 손이 왜 저런지 안다고요?" 2초소 경비할아버지말에 중앙경비할아버지가 "그럼 알지." 하며 나를 보고 웃으신다.
"저 손이 왜 그러냐면 우리 김선생이 하두 물질을 많이 해서 그럴거요."
중앙경비할아버지가 내말이 맞죠?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또 웃으신다.
"물질이요?아니 요즘은 수도꼭지만 틀믄 뜨신물이 안에서도 철철 나오는데 요즘 세상에 무슨 동상이 걸리나 그래? 옛날 우리 엄니들이야 추운겨울에 시냇가에 가서 얼음깨감서 빨래해서 그랬다지만 요즘 세상에 그것도 아파트에 살믄서 얼음백일 일이 어딨어?"
"그건 이반장이 잘 몰라서 하는 소리요. 아마도 우리 김선생은 아파트 살아도 뜨건 물 뽑아서 설겆이하고 빨래하고 그러지 않을걸?
내말이 맞지요 김선생님?"
"예 맞아요. 반장님. 요즘은 세제가 좋아서 찬물에도 기름때도 쏙쏙 빠지는데요 머. 뜨건물 잘 안써요."
"거봐, 이반장 내말이 맞지? 근데 이거 동상 걸린거 맞어? 오른쪽 손가락들이 죄다 부었네. 거뭐냐? 류마티스 관절염 그런거 아냐? 병원에 가봐요. 방치해 뒀다가 괜히 나중에 고생하지말고."
"예, 반장님."
"예예 우리 김선생님 언제나 대답은 시원하게 잘하지. 꼭 가봐요. 은제까지 청춘일까봐? 병도 젊을 때 얼릉 고쳐야지. 늙어서 고칠라구 하믄 약값이 더 들어. 약값만 더 들게? 약발도 안들어.

그러고보니 사람들 차암 말 안들어."
"죄송해요, 반장님 말씀 잘 들을께요."
"아, 김선생님 얘기가 아니고 아파트 몇몇 개념없는 사람들 얘기예요."
"개념없는 사람들이요?"
"예.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사람들이요. 앞베란다에 있는 수도틀지말라고 그렇게 관리실서 방송 내보내는데도 계속 앞베란다에서 세탁기 돌리는 사람들은 뭐야?
1층 세대에 물이 역류해서 베란다에 물차니 사용하지말라고 몇 번 씩 방송하는데도 모르쇠야. 저만 괜찮으믄 단가?"
"그르니까요. 애들한테만 뭐라고 할것도 아냐.어른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서 아이들한테 뭘 가르치려고 들어."
"세탁기들 돌리느라 그러지뭐."
2초소 경비할아버지말에 중앙경비할아버지 더 흥분을 하신다.
"아니 겨울에 땀나는 것도 아니고 며칠씩 입으믄 될걸. 남의 집에 피해주는 줄도 모르고 저만 깨끗하믄 대순가? 사람들이 점점 이기적으로 변해가니 세상 말세야.
정 빨래를 해야겠으면 당장 급한 것만 손으로 빨아입음 되겠구만.양말하고 속옷 같은거 그러다만 날풀리믄 큰 빨래해 입고.그런게 배려지. 조금씩만 불편하믄 될걸."

얼굴이 벌개져서 말씀하시는 중앙경비반장 할아버지말씀에 나도 모르게
"예, 반장님 잘 할께요."하고 대답을 했다.
"누가 김선생님한테 그러나? 김선생님은 잘하고 있는데 뭘 더 잘해? 못하는 사람들 얘기지.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긴데 김선생 손꾸락 그리 퉁퉁붓고 빨간거 찬물에 손빨래해서 그런거 아냐?"
"아 ?그게요."내가 머뭇거리자 "반장님 말씀이 맞나보네. 손빨래 할거믄 뜨건물 틀어서 하지.손을 그 지경을 만들어? 동상 그거 허투루 보믄 안되여."2조 경비할아버지가 안스럽다는 듯 또 혀를 쯧쯧쯧 차신다.
"내말이 바로 그말이요. 우리 김선생은 자기몸을 너무 안 챙겨요.저 손꾸락도 틀림없이 손빨래한다고 막 굴려서 저리 됐을거라고 분명히."
"에고 ,우리 경비반장할아버지 잔소리 시작되셨네~~~저는 이만 들어갑니다."
서둘러 그자리를 벗어나니 경비반장할아버지 등뒤에서
큰소리로 외치시는 소리가 들린다.
"나도 잔소리하기 싫어요.거 쑥이 좋대드만. 여자들한테.인식쑥이 여자들한테 그르케 좋다고 하니 김선생 꼭 사다먹어여."
우리 경비반장 할아버지는 모르시는 것도 없으시다. 척척박사 할아버지, 경비반장 할아버지
봄에 쑥캐서 쑥범벅해드려야겠다.
이렇게 춥다춥다해도 봄은 곧 오겠지?
봄아 어서 오너라. 쑥캐러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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