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대학은 지금 '취업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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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 대학은 지금 '취업전쟁 중'
  • 이병기
  • 승인 2010.10.2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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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시즌 전략 치열…모의면접·취업컨설팅 등 다양한 지원


인천대 인재개발원 취업지원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 모의면접을 보고 있다.

취재: 이병기 기자

모의면접인데도 학생들 온 몸엔 긴장이 가득하다. 경직된 어깨서부터 허벅지 위 말아쥔 주먹까지 힘이 뻣뻣이 들어가 있다. 그러나 연습한 대로 가슴을 쭉 펴고 당당한 시선으로 면접관을 바라보며 자신감을 나타낸다.

이미 취업을 대비하는 준비생들에게는 보편화한 모의면접. 하지만, 하반기 취업시즌을 맞은 대학생들에게는 절실하기만 하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2010년 하반기 공개채용은 많은 대기업이 접수를 마감한 상태지만, 아직도 일부 공기업을 비롯한 중·대형 기업들이 청년 구직자들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취업시즌을 맞아 인천지역 대학들 역시 한 명이라도 많은 학생들을 취업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천대 인재개발원, 모의면접-취업컨설팅 적극 공략


인천대학교 잡카페 '라온'

인천대학교는 신입생과 재학생, 졸업생까지 취업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 제공과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인재개발원을 두고 학생들의 취업 성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재개발원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취업동아리는 현재 16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8개 직무 그룹으로 나눠 모의면접이나 취업컨설팅, 이력서/자기소개서 작성 요령 등을 교육한다.

아울러 취업역량 강화를 위한 정규강좌를 마련해 학년별로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조기에 진로를 선택하는 걸 돕고 자신의 능력 개발과 효과적인 입사지원 방법 등을 알려준다. 1, 2학년을 대상으로 한 '자기개발과 진로선택', 3학년의 '능력개발', 4학년 '핵심취업전략', 전 학년 모두 들을 수 있는 'UI CEO 특강'을 마련하고 있다. 70명에서 250명까지 수강이 가능하다.

최근 들어 다양한 면접기법으로 인재를 선발하려는 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현직 인사담당자를 면접관으로 초청하는 모의면접도 학생들에게 인기다. 인재개발원은 연 1회 모의면접 경진대회를 열어 많은 학생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취업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취업지원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잡 카페 '라온'도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라온'은 '즐거운'이란 순수 우리말로 인천대 학생들이 직접 공모해 지어진 이름.

이곳은 인터넷이 설치된 20여대 컴퓨터와 각종 취업 관련 전문 책자들을 비치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취업지원관이 상근해 취업 관련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취업지원관은 직업상담사 등 관련 자격증을 소지했거나 인사·노무 경력자, 노·사단체 고용관련 연구기관 경력자, 직업소개·직업정보제공 종사 경험자들로 구성된 전문 취업인력으로 라온에서는 하루 평균 4~5회 상담이 이뤄진다고 한다.

곽현민 인천대 인재개발과 취업지원관은 "어떤 학생들은 자기소개서 작성 시 아직도 '어머니, 아버지'로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장점을 갖고 있는지 호소력 있게 이력서를 쓸 수 있도록 상담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인천대의 노력으로 작년 40위권 후반대였던 전국 대학별 취업순위도 올해 20위권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 10월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DB연계 졸업생 취업현황'에 따르면 취업대상자 총 1277명 중 696명이 취업해 54.5%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임병미 인천대 인재개발과장은 "노동부에서 지원하는 청년 직장체험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직접 현장에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학기 중 학과목으로도 현장실습을 개설해 학생들의 현장 경험 확대를 늘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취업 관련 교과목 중 4학년 과목인 '핵심취업전략'의 경우 인재개발원 조사 결과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임병미 과장은 "수강생을 분석한 결과 50%의 수강생이 졸업을 유보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준비기간이 부족함을 깨닫고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위해 졸업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인하대, 동문 기업 해외 인턴십 인기


KT&G가 인하대를 찾아 학생들에게 채용설명회를 열고 있다.

2010 교과부 건강보험 DB연계 졸업생 취업현황에 따르면 인하대학교는 총 취업대상자 3439명 중 2017명이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58.7%의 취업률을 보인 셈.

인하대에서 학생들에게 지원하는 취업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있는 것은 바로 '모의직무적성검사'다.

취업 관련 정보의 경우 학교에서 제공하는 것보다 이미 인터넷 상에서 각종 전문적인 취업 내용을 담고 있는 사이트가 다수 있기에, 학생들은 실질적으로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유덕 인하대 취업진로지원팀 부팀장은 "모의 직무적성검사 등 몇몇 검사는 외부에서 20만~30만원을 자신이 부담해야 응시할 수 있다"면서 "학교에서는 대기업별로 한 차례씩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하대는 인천지역 타 학교에 비해 기업 채용설명회나 캠퍼스 리쿠루팅이 활발한 편이다. 취재진이 찾아간 날도 한국인삼공사(KT&G)의 채용설명회가 열리고 있었다.

배수민 KT&G 인사실 대리는 "서울을 제외하고 지역별로 한 곳씩 대학을 선정해 취업설명회를 열고 있다"면서 "일반적인 설명회와는 달리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커피 무료 시식, 동문선배와의 면담, 상상존 운영, 캐리커쳐 그리기 등 취업준비생들이 즐겁고 편한 분위기에서 기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오전 10시 반께 시작한 채용설명회는 오전엔 다소 한가한 모습이었다. 인하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중간고사 기간에 맞춰 열리다 보니 관심 있는 학생들 외에는 많이 찾지 않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점심 이후에는 커피와 함께 채용 정보를 얻으려는 학생들이 꾸준히 찾아오는 모습이다.

배수민 대리는 "전국 각 대학을 돌아다녀 봐도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모두 지쳐 보였다"면서 "한 번 취업에 실패했다고 낙담하지 말고, '내가 이 회사를 위해 살아왔다'는 정신으로 자신감을 보여준다면 취업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동문과의 기업채용 면담

인하대는 1, 2학기 채용시즌에 국내 주요 대기업 인사팀장 초청 취업특강을 통해 구체적인 취업정보를 제공하고 산학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인사담당자 초청 취업특강'을 비롯해 '취업과목 개설 운영', '상설취업클리닉', 기업채용설명회와 캠퍼스 리쿠르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2학기만 해도 약 70개의 기업에서 인하대를 찾았다.

특히 경력개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리는 동문기업 해외 인턴십은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 인턴십은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취업준비생들은 외국어 습득과 현지경험을 통한 경력관리를 할 수 있으며, 미국 동문기업들과 연계해 1, 2학기 방학 중 시행된다. 

취업 성공은 '조기 준비'에 달려

각 대학들이 현장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데에는 청년들의 잦은 이직률과도 연관을 지닌다.

인하대 KT&G 채용설명회에서 만난 이상미(27, 가명)씨는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년 정도 회사에서 근무를 했는데, 계약직으로 근무하다 보니 정규직으로 다니고 싶어 다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주변을 둘러봐도 처음 입사해 1~2년 다니다가 이직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꽤 있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2년 전에 비해 스펙도 높아지는 등 어러모로 어려운 것 같다"면서 "스펙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의 가능성도 함께 봐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최재명(28, 가명)씨는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일단 가능한 곳은 모두 이력서를 써보자는 마음으로 KT&G 채용설명회에 참여했다.

최씨는 "전공은 아니더라도 가능하면 여러 곳에 이력서를 내고 있으며 지금까지 한 30곳 정도 낸 것 같다"면서 "그 중  10곳에서 서류 면접에 통과했고, 최종 면접만 남겨 둔 회사도 있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이공계다 보니 취업하는 것 자체는 크게 힘들지 않은데, 가고싶은 곳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면서 "학점도 중요하지만 자기소개서에 따라 합격 여부가 달라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특히 문과 학생에 비해 글쓰기가 다소 떨어지는 이공계 학생들의 경우 자기소개서 작성에 어려움을 나타냈다.

유덕 부팀장은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에 입사한 학생들도 2~3년 지나지 않아 이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월급을 많이 주는 곳은 업무량 등 그만한 이유가 있다"라고 말했다.

인천대의 경우 지역에 연고를 둔 기업들과의 교류에 애쓰고 있다. 인천의 주요 공업단지인 남동공단, 부평공단 내 기업들과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벤처기업연합회, 중소기업연합체 인사 담당자들과도 인재추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청년들의 구직난 문제는 대학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임병미 과장은 "기업에 인재를 추천하고 싶어도 공급이 어려운 입장"이라며 "수도권 대학이다 보니 대기업처럼 알려진 기업만 학생들이 가려고 하기 때문에 인재 매칭이 쉽지 않다"라고 토로한다.

유덕 부팀장도 "학생들을 보면 '내 주변 친구들은 대기업에 들어가는데 나도 질 수 없다'라는 생각에 취업 재수를 하고 있다"면서 "뚜렷이 자신을 내세울 만한 특기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많은 취업준비생이 모두 대기업에 들어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많은 취업준비생이 기업들의 '네임밸류'만을 쫓는다는 우려다.

취업 담당 부서 관계자들은 취업에 성공하려면 '조기 준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임병미 과장은 "스펙은 기본이고 면접관에게 자신의 가치관과 비전을 제시하려면 일찍부터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다양한 면접에 대비해 자신의 진로를 확실히 결정하고 강점을 찾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유덕 부팀장은 "요즘 일부 인사 담당자들은 취업을 위해 앉아서 공부만 한 지원자들은 별로 달가워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면서 "대학 초부터 동아리 활동이나 해외 자원봉사, 인턴십 등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임병미 과장은 "취업을 바로 앞 둔 준비생들은 "모의면접이나 자기소개서 작성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많은 중소기업 중에는 대기업에 비해 급여는 낮을지 몰라도 유망한 기업도 많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를 얻는 것도 도움을 받 수 있다"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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