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초의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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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초의 경쟁력
  • 정세국
  • 승인 2018.07.31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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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경쟁력(2) - 정세국 / 인천대학교 산학협력중점교수

20여년 전 일본과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의 동급 차량 한 대를 생산하는 시간 차이는 11초였다. 그까짓 짧은 시간이라고 단정하기 쉬우나 간단한 숫자가 아니다. 하루를 20시간동안 생산한다고 할 경우 동일한 조건에서 약 1000대를 더 생산하게 된다. 이를 차량 한대당 3000만원으로 보고 계산하면 300억 원의 매출 차이로 나타난다. 하루에 300억원 차이는 한달이면 최대 9천억원, 일년이면 10조 이상의 격차가 생기게 된다. 매출을 중심으로 본다면 엄청난 차이가 된다. 이를 통상적으로 생산성 차이라고 하며 원가경쟁력, 시장경졍력이라고 한다. 물론 한국기업보다 많이 생산하는 일본 회사는 다른 차종을 포함해 훨씬 많은 매출액을 가지고 있다.

보통 생산성이란 노동생산성을 의미한다. 산출물을 투입된 노동량으로 나눈 값이다.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분모인 투입 노동량을 줄이는 방법이 있고 분자인 산출물을 늘리는 방법도 있다. 분모를 적게 하는 동시에 분자를 크게 하면 생산성은 더 커진다. 일본의 자동차 회사는 한국의 기업보다 분모를 11초만큼 줄여 한국의 기업보다 더 큰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다. 분자를 적게 한다는 것은 투입 노동력을 줄이거나 노동 강도를 높인다는 것을 말한다. 실제 일본 기업의 현장노동자는 하루 8시간 근무 이후에는 탈진하다시피 퇴근하여 집에서 푹 쉬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반면 한국의 그 기업 노동자들은 3교대 작업 이후 퇴근해도 다음날 여유롭게 생산에 임할 수 있게 된다. 11초의 이면에 있는 세부사항에는 이런 심각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최근에는 한 대당 생산 시간 간격(사이클 타임)이 더 늘었다고 한다. 자동차 생산 라인 가운데 판금 용접, 도색 등 생산현장에서는 로봇의 도입으로 생산성을 올리고 있지만 조립 라인은 일부 구간 이외 아직도 사람의 숙련도에 의존하고 있어 생산성의 차이가 발생할 여지는 남겨져 있는 상태이다.

콘베이어 벨트 시간에 쫒기면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 품질수준을 유지하는 일이다. 이 일은 중요한 공정흐름의 요소 가운데 하나이며 생산원가 구성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 여기에 더하여 현장개선활동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노동자들을 스트레스에 쌓이게 한다. 최고경영자들은 원가경쟁력을 위해 현장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꾸준하게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생산에 꼭 필요한 동작이나 부품 이외에 낭비하고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최일선인 현장에서 찾아내야 대량 발생 소지를 차단한다는 것이다. 요즘도 일부 기업에서 추진 중인 품질관리 분임조활동이 그렇고 경영혁신운동이나 식스시그마운동이 그렇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생산성 향상만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아니다. 무한경쟁의 시대에도 노동력의 제공이나 자동화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설비의 확충은 이런 노동생산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선택이었으나 오히려 일자리를 없애는 결과를 만들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협동로봇의 도입을 통해 해소되는 경쟁력 또한 무한히 확장할 수는 없다. 4차산업혁명의 초입에 들어선 최근의 현장은 다양한 기술의 개발에 따라 원재료나 부품의 대체를 비롯한 하드웨어의 혁신과 노하우의 발전은 이미 반영된 기술진보이며 일자리 확대보다는 감소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다. 이를 뛰어넘을 묘수를 찾고자 하는 게 경영에 참여하는 모두의 과제이다. 시장경쟁력의 확보를 위한 기업의 변화는 전통적인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 로봇으로, 자동화로 사람들을 현장으로부터 내몰지 않고 4차산업혁명 시기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아이디어를 짜내야 경쟁력과 일자리를 동시에 만족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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