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 그 끝없이 함께하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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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그 끝없이 함께하는 이름
  • 학오름
  • 승인 2018.09.2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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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섭 청렴교육 전문 강사

현) 청렴교육 전문강사
전) 인천광역시 인재개발원 교수

나는 인천광역시 공무원이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나도 20대에 공무원 직업을 선택한 후 30여 년간 쉴 새 없이 달렸다. 시간은 어찌 그리도 빠른지. 정신을 차려보니 집사람과 나의 머리는 뿌리부터 하얗게 눈이 내리고, 어린 줄만 알았던 아들은 젊었을 때 내 모습을 보인다.

끝이 없을 듯하던 나의 공무원 길에, 알지 못하는 사이 노을 빛이 서서히 비추고 있었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움으로 들어선다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도, 나는 그 노을빛을 보고서야 몸으로 느꼈다. 내 곁으로 스치는 무서움을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하던 끝에 무작정, 무엇이든 배우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배움을 선택하는 것조차 나 자신에게는 또 다른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논어』를 보면 제자와 공자와의 대화를 많이 볼 수 있는데, 그 중에 '염구'라는 제자와의 대화가 재미있다. 염구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좋아하지만 힘이 부족합니다"라고 말한다. 이에 대한 공자의 대답이 두려움에 떨던 내 등허리를 때리는 듯한데, "힘이 부족한 자는 중도에 그만두는 것이니, 지금 너는 스스로 한계를 긋고 있구나"라고 한다.

배움에 나이라는 스스로의 한계 긋지 말아야

그렇다. 나는 단순히 스스로 느끼는 두렵다는 감정으로, 그리고 은연중에 내 나이를 무기 삼아 스스로의 한계를 짓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조선 시대의 율곡 이이는 「자경문」에서 "공부에 힘쓰되 늦추지도 말고 보채지도 말며, 죽은 뒤에야 그만둔다"라고 하였다. 순자도 "진실로 힘을 다하여 오랫동안 정진한다면 죽을 때까지 계속되며 죽은 뒤에야 비로소 끝난다"라고 한다.  공부에 죽음 이외에 결승점이 없는데, 두려움이 무슨 상관이며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나는 그렇게 평생토록 배움을 손에서 놓지 않기로 했다. 공무원이라는 길의 막바지에 비추던 노을빛이, 내가 새로운 길에 들어서자마자 당당한 빛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내가 선택한 공부는 '산림치유'라는, 일반적으로 보면 생소한 분야였다. 평소 산과 동물을 좋아했던 나 자신에게 잘 맞을 것으로 생각했다. 공부를 시작한 후 그간 내 오감을 스쳐 지나갔던 자연의 여러 생명이 살아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시작한 산림치유 과정은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과 팀을 만들어 스터디를 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었다. 팀이 구성되고, 잘 모르던 사람들과 공부를 시작했다. 사람마다 성격과 개성이 다르다 보니 의견이 충돌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함께' 공부해 나가는 것이 정말 좋은 방법이라고 느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물론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등의 이유는 아니다. 공자는 "세 사람이 길을 감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으니, 그중에 선한 사람을 가려서 따르고, 선하지 못한 자를 가려서 자신의 잘못을 고쳐야 한다"라고 하였다. 스터디를 하다 보니 나와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보는 사람을 보며 깨달음을 얻고, 다른 사람의 공부내용을 보면서 스스로의 공부를 되돌아보는 일도 있었다. 여기에서 나는 누구에게나 배울 수 있구나, 라고 느꼈다.

배우려는 마음 가지면 주변 이웃 누구에게나 배울 수 있음이 느껴져

아들이 30대로 접어들 무렵, 나에게 어렵게 다가와 회사를 그만두고 동양철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말을 꺼낸 일이 있었다. 한창 경제활동을 해야 할 나이에 공부에 뜻을 두겠다는 결심을 하기까지의 시간이, 그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나 또한 고민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내 자식의 인생이 나의 소유가 아니기에 그 뜻을 꺾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이제 나도 배움에 들어선 시점에, 어려움이 있으면 아들에게 물어 고전을 들여다보고 깨닫곤 한다. 이제는 아들의 배움이 나의 배움으로 흐름을 느낀다. 아들조차 나의 스승이었다. 아들조차 스승이니 나와 함께 같은 공간에서 배워 나가는 사람들에게서 배울 점은 또 얼마나 많겠는가.

얼마 전 인천 평생학습 실천대회에 사회자로 초청되어 '전문MC'라는 이름을 걸고 다녀왔다. 그때의 감동을 다양한 사람들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평생학습, 동아리로 물들다'라는 주제에 걸맞게 인천 내 다양한 학습동아리들이 이날 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같은 공간에서 멋진 재능과 솜씨를 자랑하였다. 얼마나 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남녀노소, 연령불문하고 모두가 하나되어, 함께 즐기는 열린 배움터의 현장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나눌 수 있는 배움은 과연 얼마나 클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삶과 배움을 함께 한다는 것이 평생교육의 묘미이자 학습동아리의 힘이 아닐까 생각된다.

나는 주변 사람들, 무엇보다 내고장 인천사람들이 배움에 좀 더 다가가고, 그 시간을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도 '죽어야 끝날' 배움에 나이를 무기로, 두려움을 핑계로 피하지 말자. 그리고 배움의 길에 함께 나아가는 사람들, 나의 ‘스승’인 그 사람들과 함께 걸어가자. 그럼으로써 내 인생의 2막에 새로운 해가 떠오른 것처럼, 인천 시민들의 인생에 각자의 밝은 태양이 떠올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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