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영국 런던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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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영국 런던의 '지혜'
  • 양준호
  • 승인 2010.01.25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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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 양준호 교수

                             양준호(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작년 12월 인천시의회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를 골자로 하는 '인천시 사회적 기업 육성 지원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그간 인천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의 비전을 제대로 제시해 오지 못했던 인천시의회가 세계의 '명품도시'라면 한 곳도 빠짐없이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 레벨의 사회적 기업 지원정책을 모처럼 촉구하고 나섰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시의원들의 사회적 기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우리는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조례안의 핵심은 시가 매년 사회적 기업에 대한 종합적인 육성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하도록 하고, 또 시장 직속으로 '사회적 기업 육성지원위원회'를 설치해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결정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특히 시가 사회적 기업에 대해 부지ㆍ시설 확보 비용을 일부 지원해주거나 직접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마련하고, 사회적 기업이 생산한 물품 및 서비스를 시가 우선적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내용을 조례안에 포함시킨 것은 시의회가 더 구체적인 사회적 기업 육성책을 지향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인천지역 일부 사회적 기업의 경우 현재 노동부로부터 받고 있는 인건비 지원이 올해 말로 종료돼 존폐의 기로에 놓인 상황에 처해 있음을 고려하면, 더 적극적인 지자체 차원의 사회적 기업 지원을 담보해낼 수 있는 이번 조례안 통과는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 조례안이 갖는 아쉬운 점 역시 많다. 사회적 기업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크게 활성화하고 있는 영국 런던의 사례를 보면, 사회적 기업의 육성 주체로서 지자체만을 상정하지 않고 다양한 시민 레벨의 주체를 포함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SEL(Social Enterprise London)은 런던 사회적 기업의 중간지원조직으로, 지자체에 대한 로비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사회적 기업 관련 시설을 구축하기 위한 지자체와의 협력과 사회적 기업 플랫홈으로서의 정보교류 및 지원을 하고 있다. 런던 사회적 기업의 경우 SEL은 그야말로 든든한 지원군과 같은 존재로 작용하고 있다. SEL은 각 지자체의 사회적 기업 관련 담당 부서의 참가 및 협력을 얻어 2004년 이후 34개의 런던 지자체와 함께 사회적 기업의 성공 사례 교류 및 정보교환, 나아가 EU로부터의 자금조달 등의 조정을 시행함으로써 더욱 효과적인 사회적 기업 지원을 실현해내고 있다. 즉, 런던의 SEL에는 사회적 기업가 및 NPO 활동가 등의 지역사회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어 지자체에 사회적 기업과 관련한 '밑에서부터의 수요'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다. 또 지자체는 이와 같은 수요에 의거해 사회적 기업 지원책을 수립하므로 정책 수립의 거래비용 및 정책 실패의 리스크를 크게 줄이고 있다. 

이와 같은 런던의 사례를 볼 때, 사회적 기업 육성은 지자체에만 의한 것이 아니라 지자체와 시민사회의 '멀티 파트너십'에 의거한 것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 즉, 지역사회의 사회적 기업에 관한 '제도화한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이 구축될 때 사회적 기업이 지속가능한 존재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도, 또 그 시장개척 지원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지만, 지역의 사회적 기업들과 지자체 관련 부서가 끊임없이 머리를 맞대고 성공사례 및 관련 정보를 교환해야 한다. 또 사회적 기업을 고용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서만 간주해서는 안 되고, 지역사회 디자인에 매우 중요한 주체로서 인식해야 한다. 우리의 사회적 기업 담당 정부부처가 노동부임에 반해 영국은 무역산업성이, 또 일본은 경제산업성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사회적 기업을 고용창출을 위한 작은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에, 사회적 기업 선진국들은 이를 더 큰 틀에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런던의 SEL 역시 '지역 및 근린 재생'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영국정부의 정책기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런던의 지자체가 단일예산 및 커뮤니티 뉴딜 자금을 수급하려고 사회적 기업과의 연대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태어난 조직이다. 이와 같이 지금 세계의 사회적 기업은 고용정책이 아니라 지역개발과 같은 큰 틀에서 인식되고 또 육성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귀하고 귀한 '사회적 기업 육성 지원 조례안'이 통과됐고, 또 노동부의 사회적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완료되는 이 때, 더 실효성 있는 사회적 기업 육성 보완 과제와 사회적 기업의 '위치설정'에 관한 지역사회 차원의 진지한 논의가 시작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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