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 보이즈'와 함께한 제주 원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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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 보이즈'와 함께한 제주 원정기
  • 유지선
  • 승인 2010.11.10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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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나이티드 리뷰]


어느덧 쌀쌀한 바람과 함께 K리그도 대장정의 막이 내렸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 7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쏘나타 K-리그 2010’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사실 인천은 이미 6강 진출권에서 멀어져있는 상황이기에 작년의 제주 원정에 비해 긴장감이 덜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재밌는 경기를 보고자하는 마음 하나로 먼 원정길에 오른 미추홀 보이즈. 그들과 함께한 제주 원정길을 소개한다. 

인천 팬들은 재작년부터 연안부두에서 선박을 이용하여 제주원정을 떠나고 있다. 배를 타고 13시간 남짓한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제주도에 도착할 수 있지만, 선상에서 불꽃놀이, 다양한 이벤트 등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 또 미추홀 보이즈와 함께하는 제주원정은 경기관전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추홀 보이즈 운영팀에서 사전에 기획한 일정으로 제주투어도 함께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원정길이라 할 수 있다.


배에 탑승한 뒤에는 삼삼오오모여 미리 준비해온 음식을 먹거나 대화를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모두가 인천 유나이티드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떠나는 여행이기에 더 쉽게 친해질 수 있으니 처음 보는 사람들일지라도 함께 하는 시간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제주도에 도착하면 대절한 관광버스를 타고 일정에 포함된 식당과 관광지를 다니면서 제주투어가 시작된다. 관광지는 경기 일정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통 10개 내외의 장소를 둘러보게 된다. 관광을 마친 후에는 깔끔하고 편안한 숙소에서 피곤도 풀 수 있다.


다음날 아침 몇 군데의 관광지를 더 둘러본 후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경기장에 들어서자 올 시즌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인천 선수들의 비장한 각오가 관중석까지 느껴진다.  

드디어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고 인천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됐다. 전반 5분 배기종이 수비수를 제치고 박스 내로 돌파하거나, 전반 8분 산토스가 오승범의 볼을 이어받아 중앙으로 단독 돌파하는 등 경기 초반은 제주의 공격이 매서웠다. 게다가 인천은 설상가상으로 전반 15분 안재준이 퇴장당하며 수적 열세에 처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선수들의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되면서 인천은 제주의 공격에 탄탄한 수비로 맞섰다. 인천은 전반 25분 이재권이 상대의 볼을 가로채 왼쪽에 있던 유병수에게 센터링했고, 이것을 이어받은 유병수가 골키퍼가 나온 상황에서 빈 골대를 향해 헤딩한 것이 아깝게 골대 오른쪽으로 빗겨가는 등 위협적인 역습을 펼쳤다. 경기 내내 정신력으로 무장한 인천은 끝까지 제주의 공격을 잘 막아냈고, 결국 0-0 무승부로 경기가 종료됐다.


특히 오늘 경기에서는 K리그 데뷔전을 치른 윤기원의 선방이 눈부셨다. 전반 초반 제주의 단독 돌파 상황을 막아내거나, 후반 30분 고메스가 인천의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들어 슈팅하려는 것을 달려 나와 선방하는 등 뛰어난 판단력을 보여준 것이다. 윤기원은 K리그 첫 출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맹활약을 펼치면서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또 비록 골을 터뜨리는 데 실패했지만, 추가 득점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유병수의 움직임도 인상적이었다. 상대가 몰아치는 상황에서도 과감한 돌파로 역습 찬스를 만들어내는 등 어느 때보다도 골에 대한 의지가 빛났다.


이날 경기에는 또 하나의 숨은 MVP가 있었다. 멋진 응원 소리로 경기장을 가득 메웠던 미추홀 보이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상대보다 적은 원정인원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저런 응원이 나올 수 있을까?’ 감탄할 정도로 압도적인 응원을 보여준 것이다. 경기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항상 변함없이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주는 미추홀 보이즈 또한 인천의 자랑거리가 아닐까싶다. 

특히 유병수의 콜 송을 개사하여 ‘Don't don't don't sell my Yoo'라고 외치던 팬들의 함성은 아직까지도 귓가에 맴돈다. 올해 인천의 성적은 팬들에게 다소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올 시즌 유병수의 득점행진은 팬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프랜차이즈 선수가 없었던 인천에 대표팀 선발과 함께 리그에서 22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오르는 등 뛰어난 활약을 펼친 유병수, 그를 아끼는 팬들의 마음은 당연지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팬들의 바람이 이뤄져 내년에도 인천의 그라운드 위에서 유병수의 득점을 손꼽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인천은 제주원정을 끝으로 리그 11위란 성적을 기록하며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비록 올해의 성적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아쉬움이 있기에 내년이 더 기대되는 것 아닐까? 그라운드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과 항상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주는 팬들, 거기에 새로운 목표를 향한 목적의식까지 더해진다면 인천의 2011년은 훨씬 더 흥미진진할 것이다. 2011년 달라질 인천의 모습과 함께 미추홀 보이즈와 떠나는 제주원정도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글 = 유지선 UTD기자 (jisun22811@hanmail.net)
사진 = 김지혜 UTD기자 (hide5-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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