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그렇게 또 1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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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그렇게 또 1년을
  • 강영희
  • 승인 2018.12.27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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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다양한 시대의 모습, 독특한 멋 - 새해 또 전합니다

@오랜만에 달이네 생활사 전시관이 열렸습니다.


<인천in>에 격주로 <배다리통신>을 써 온지가 오늘로 38번째네요. 쉽게 접할 수 없는 작은 마을 이야기를 소통할 방법이라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2005년 인천지역 공부방 청소년들과 인문학공부를 함께하던 시절부터 시작된 인연이 2007년 배다리 관통 산업도로 반대운동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끝난 듯 끝나지 않은 도로전쟁에 생활 속에서 일상적인 문화운동과 마을운동으로 끊임없이 소통하며 알려내는 것이 의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중동구 관통 도로문제는 지상이냐 지하냐 전면폐기냐 하는 기로에서 ‘얼마가 들었네~ 그래서 꼭 해야하네’ 하는 종합건설본부와 인천시 관계부처의 주장과 함께 ‘배다리는 지켜야할 역사고, 문화다.’라는 주장에 삶의 환경문제를 더한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들의 주장은 여전히 대립중입니다. 
 
지난 해 초 도로부지 양쪽으로 7미터 소방 도로를 내고, 중앙에 4차선 작은 도로를 내자는 어느 구의원의 제안으로 다시 도로문제는 수면위로 떠올랐고, 9월 송현터널 앞에 도로 전면폐기를 위한 천막농성장이 세워졌고, 오늘로서 471일차입니다.

 

@폭우에 찟어진 천막은 다시 지어졌습니다.


배다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담는다고는 하지만 작은 원도심 마을이 그렇듯 사건사고가 많은 곳도 아니고, 큰 변화가 많은 곳도 아닙니다. 어디에나 있는 작은 마을, 일상들이 부딪히고 만나고 변화해가는 곳일 뿐입니다.
 
다만 100년 이상의 역사가 있고, 교육의 역사가 시작됐고, 30대 중후반 이상의 인천출신이라면 모를 리 없는 ‘배다리 헌책방’의 기억이 지탱하고 있으며, 수십 년 수많은 개발광풍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다양한 시대의 모습을 담고 있고, 십 수 년 문화운동들이 독특한 멋을 더하고 있습니다.

 

@인천양조장 옆 한옥상가에는 꽃집 옆에 공예점이 들어왔습니다.


이런 모습들이 영화나 드라마, 각종 예능프로그램이나 광고 등에 쓰이면서 언제 사라질지 몰랐던 마을이 세대들에게는 신기하고 멋진 힙한 곳으로 떠올라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재개발 계획이 사라지며 옛 집을 고치고 새롭게 드는 사람들도 있고, 오래된 상가를 고쳐 카페와 갤러리, 공방 등으로 만들어 자리 잡으면서 새로운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그런 일들은 매일매일 또는 한 두주 사이에 짠! 하고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겨울 서너 달은 거의 아무 일도 없는 일상이며, 같은 일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공간들이 펼치는 활동들은 때로는 쓸 시간도 없이 시작되고 끝나기도 합니다. 계속 관심을 갖고 있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것이 그런 일상들입니다.
 
2018년에는 필자가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인 ‘희망지사업’을 하느라 일도 많고 생각도 많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시, 구 행정과 같이 주민들과 밀착해 하는 일이었고 수많은 서류들을 써야하는 일상이었습니다.
 
2주마다 돌아오는 배다리에 대한 글쓰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매일매일 바라볼 때는 사이 시간이 길어 다른 기사를 몇 개씩 쓰기도 했는데, 다른 일을 하면서 2주는 순삭(순식간에 삭제)이었습니다. 시간이 없어 새벽에 일어나 대여섯 시간을 붙들고 있어서 영 마음에 차지 않을 때가 많았죠. 못쓰든 잘 쓰든 ‘써야한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썼습니다. 배다리의 각종 이야기들을 담기보다 배다리, 마을, 도시재생, 공동체, 마을이라는 공간과 사람들에 대한 제 인식의 변화를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엉망진창의 글쓰기조차 새카맣게 잊어버려서 한 두 번은 쓰지 못했던 것으로 압니다. 얼마나 더 배다리통신을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왕이면 도로전쟁의 끝을 글로 쓰는 날이 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 위에 쓰일 아름답고 즐거운 이야기는 다른 누군가 쓰더라도 말입니다.
 
‘2주 동안 배다리에는 또 무슨 일이 있었지?’ 하며 지인들의 sns를 모니터 하고, 핸드폰 속 일정표를 스캔하다가 2018년 마지막 배다리통신에 무엇을 담아야 할까 하는 고민으로 이어졌습니다.
 
어제는 나비날다 책방에서 이병국 시인과의 만남도 있었고, 엊그제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요일가게에서 쓸친소도 있었는데 .. ‘배다리 마을로 가는 교실 2기, 손맛 나는 솜씨전’도 있었고, 달이네 생활문화전시관이 오랜만에 열려 배다리마을사진전도 있었고, 텃밭정원에 사슴모양 트리도 걸렸고, 반려동물 배변봉투함도 설치됐고, 2018년 배다리 마을 그림지도도 그려졌는데...
 
그 이야기는 2019년 새해에 전하려구요. 지난 이야기와 새로운 이야기가 함께 있는 게 일상이니까요. 건강한 연말연시 되세요.



@철로변 갤러리 석판화 - 4계절을 담은 기차가 비바람을 뚫고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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