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봉'인 사회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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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봉'인 사회는 안 된다
  • 이병기
  • 승인 2010.01.28 18: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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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상권, 소비자 불만 낮추려는 의식 필요

#. 핸드폰을 구입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한 A씨는 직원에게 핸드폰 가입 시 월 1만3500원의 데이터존 프리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두 달 사용하고, 월 5만원 이상 사용하면 매월 1만원씩 할인 받는 요금제를 적용해 공짜로 핸드폰을 살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A씨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집에 돌아와 다시 확인해 보니 계약서에는 구매 당시 매장 직원이 설명하지도 않았던 T존, 컬러링 퍼팩트콜 등이 적혀 있었다. A씨는 소비자연맹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고, SKT는 매장 측에 과다부과서비스 시정을 요구했다.

#. 진모(여)씨는 3년 계약의 KT 인터넷 상품을 2년째 사용하고 있다. 작년 말 이사를 가게 된 진씨는 KT에 인터넷 이동 요청을 신고했지만, 1주일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 없이 설치가 되지 않았다. 신고한 후에도 1주일 넘게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했던 진씨는 너무 화가 나 해약을 하고 싶었으나 위약금 걱정으로 해약도 못했던 상황. 소비자연맹은 KT에 공문을 보내 결과를 의뢰했고, KT는 "설치 협력업체 변경과 폭설로 개통이 지연됐다"며 사과와 요금 청구분에 대해 감액을 조치했다.

#. K씨는 얼마 전 인터넷에서 코트를 주문했다. 그러나 실제 상품을 보니 인터넷에서 보는 것과는 차이가 커 물품을 받은 당일 판매 사이트와 택배사에 반품을 신청했다. K씨는 반품 신청 후 판매자에게 수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판매자는 받지 않았다. 홈페이지에 올린 글 또한 답변이 없었다. 소비자연맹은 판매자가 반품 물건을 수령한 것을 확인하고, 수 십 번의 시도 끝에 판매자와 연락이 됐으나 판매자는 "순차적으로 취소하고 있으니 기다려달라"며 시간을 끌었다. 이후 판매자는 갑자기 K씨가 입던 옷을 보냈다며 환불을 거부했다. K씨는 판매자에게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소비자연맹은 업체가 속한 지자체 관계자에게 피해 사정을 설명하고 환불을 받아냈다.

인터넷 상품, 통신기기 관련 소비자 상담 많아



사은품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인터넷 사이트들. 이럴 때 일수록 소비자들은 계약서 점검을 꼼꼼히 해야 한다.

다음 달 설을 앞두고 제수용품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해 정부가 특별점검에 나섰다. 명절이 되면 해마다 거론되는 제수용품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인터넷 상품과 통신기기에 대한 소비자 피해 역시 늘고 있는 추세다.

영세상인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고객만족'을 내걸고 있지만 피해를 입은 개개인의 소비자들은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다. 한국소비자원과 한국소비자연맹,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소비자들의 억울한 사연을 풀어주기도 하지만, 단체가 행할 수 있는 법적 제재도 미약할 뿐더러 일손도 넉넉치 않다.

작년 11월 시가 인천소비생활센터에 문의된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한 '2009년도 소비자 상담 실적 분석자료'에 따르면 총 2638건의 소비자 상담 중 '정보통신기기 및 서비스' 관련 문의가 430건(16.3%)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로는 '의류 세탁서비스'가 309건(11.7%), '식품' 200건(7.6%), '학원 교육서비스' 170건(6.4%), '자동차 및 승용물' 168건(6.4%) 순으로 집계됐다.

품목군별 분류를 129개 세부품목으로 분류했을 때는 방송서비스(124건, 4.7%)가 가장 많았고, 건강식품(94건, 3.6%), 이동전화기기(91건, 3.4%), 인터넷서비스(90건, 3.4%)가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또 세탁서비스도 85건(3.2%)으로 다소 높게 조사됐다.

소비자들의 청구 이유별 현황을 보면 '계약해제 및 해지'가 926건(35.1%)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소비자들이 약정 기간 내 계약 해지 시 위약금 관련 분쟁과 청약 철회기간이 모든 계약에 적용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록희 인천시 경제정책과 전문위원은 "소비자들이 상담을 문의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최초 구매시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보지 않아서 발생한다"며 "예를 들어 인터넷 서비스를 가입하더라도 가격이 싸거나 사은품만을 쫓아다니다 보니 계약서 내용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전문위원은 "또 소비자들은 몇 년 동안 계약서를 보관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시간이 흐른 뒤 문제가 발생하면 계약서를 보관하고 있는 업체 측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이럴 때는 소비생활센터에서는 업체가 '중요사항을 소비자에게 고지했는가'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지만, 과실은 소비자에게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불 못한다고? 규정상 가능, 현실적으론 글쎄

의류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상담도 해마다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더불어 최근 10년에는 새로운 소재의 의류가 쏟아지기 때문에 일반 세탁소에서 일일이 옷감의 특성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또 의류 제조사에서도 세탁표시 등을 명확히 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피해는 가중된다.

이에 인천시는 연 1회 세탁협회와 함께 세탁업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관내 대부분의 세탁 업소들이 영세하기 때문에 소비자와 분쟁이 생겨도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세탁업자들은 "드라이클리닝 한 번으로 4천원을 벌지만, 옷이 잘못되면 100만원을 변상해야 할 때도 있다"고 하소연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류심의' 제도가 존재한다. 의류심의는 의류를 생산하는 제조처와 소비자, 세탁업자 간 상품 불량으로 인한 분쟁을 중재하고자 마련된 것으로 소비자 단체의 전문가들이 책임 소재를 가리게 된다. 인천에서는 유일하게 인천소비자연맹에서 의류심의를 하고 있다.

의류서비스의 소비자 상담은 세탁뿐만 아니라 교환이나 환불에 대해서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인천의 경우 영세 옷가게들이 밀집된 부평지하상가에서 일어나는 소비자 상담 건수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

최재성 인천녹색소비자연대 운영위원장은 "부평지하상가에선 옷가게나 액세서리 매장에서 '환불 불가'라는 표시를 붙여놓기도 한다"며 "그러나 규정상 환불을 해줘야 하는 게 맞지만,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 운영위원장은 "환불 표시가 있건 없건, 혹은 구두로 설명을 했더라도 상품에 하자가 있다면 교환이나 환불을 해줘야 한다"며 "그러나 개인간의 거래고 소비자단체가 행정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조치를 취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크게 보면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질 경우 지역 상권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상인들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자기 상권의 발전에 장애가 되는 요인들을 줄여나가야 한다"며 "이는 한 두 곳만 지켜서는 될 일이 아니며, 지역 상권 차원에서 소비자 처리시스템을 만들어 발전하려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업체 측의 잘못된 처리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기도 하지만, 종종 상식을 넘어서는 소비자들의 억지 태도도 올바른 소비생활 문화를 저해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박혜영 인천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소비자 단체는 분쟁을 중재하거나 조언자 역할을 하는 곳인데 소비자에게 유리한 결정이 나지 않으면 욕을 하거나 술을 마시고 전화하는 시민도 있다"며 "담배 구멍이 있는 옷을 세탁소에 보냈는데 증거를 위조하는 등 그 책임을 상인에게 떠넘기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 사무국장은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회사도 변해야 하지만, 소비자도 과도한 요구를 줄이고 변화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청소년이나 노인, 외국인, 새터민 등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올바른 소비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소비자 단체들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인천 소비자 고발센터

소비자상담센터 전화: 1372                      홈페이지: www.ccn.go.kr
인천소비자연맹 전화: 032-434-4123~4  홈페이지: cu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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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근 2010-01-25 20:21:34
모든 것을 한번에 바꾸긴 힘들어 보인다.
바뀌고 바꾸어야 할 것이 곳곳에 산재해 보인다.
위에 휴대전화 판매에서 컬러링이나 t존 퍼펙트콜 이야기를 보았는데 이 분야에 종사하는 나로썬 소비자와 대형 대리점 사이에서 피해를 보는 판매점의 고충도 이해됐으면 한다.

물론 비양심적이고 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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