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도 아기 염소의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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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도 아기 염소의 생명력
  • 문미정 시민기자
  • 승인 2019.04.25 08:52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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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철쭉 먹고 중독된 아기염소 살리기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젊은 부부가 인천 앞바다 장봉도로 이사하여 두 아이를 키웁니다. 이들 가족이 작은 섬에서 만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인천in]에 솔직하게 풀어 놓습니다. 섬마을 이야기와 섬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일상을 이야기로 만들어 갑니다. 아내 문미정은 장봉도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가끔 글을 쓰고, 남편 송석영은 사진을 찍습니다.

 



주말마다 육지로 나갈 때마다 아기 염소 깜지도 함께 데리고 다닌다. 하루 세 번 아직도 우유를 먹어야 하고 밤에 내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어마어마하게 소리를 지르며 울기 때문이다. 지나 주말엔 깜지와 자유공원 벚꽃놀이를 함께 했다. 졸졸 잘 따라다니는 깜지를 보며 사람들은 연신 사진을 찍어 댔다.
 
점심 때가 되자 배가 고픈지 깜지는 연신 무언가를 먹어 댄다. 철쭉이다. 독성이 있는 화초라 배웠다. 말렸다. 그러나 깜지는 아랑곳 하지 않고 너무 맛있게 먹는다. 찾아다니며 먹는다.
염소농장 사장님의 말씀도 떠오른다.
“염소가 먹는 풀은 사람도 다 먹어도 되어요. 얼마나 영리한 동물인지 몰라.”
‘그래. 설마 자기 죽을 줄 알고 먹기야 하겠어?’ 하며 조금 그냥 두었다.
 
그날 저녁 나는 토하며 소리 지르며 마비증상이 와서 괴로워하는 깜지를 들고 가축병원으로 뛰어야 했다. 철쭉으로 인한 중독증인 것이다. 수의사는 응급처치는 해주었지만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눈치다.
“얘 엄마는 어디 있어요?”
“엄마가 젖을 안줘서 제가 데리고 다니면서 우유를 먹여요.”
“모유를 안 먹으면 면역력이 떨어져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네. 월요일에 한 번 더 나와요.”
“제가 장봉도에 사는데 월요일엔 섬에 들어가야 해요. 섬에 들어가면 농장 있어서 주사 놓을 수 있어요. 치료비는 얼마나 드릴까요?”
“됐어요. 그냥 데리고 가요. 섬에서 데리고 다니면서까지..... 동물을 굉장히 아끼고 사랑하네. 그냥 데려가요.”
감사하는 마음과 절망의 마음이 교차했다. 가망이 없어서 치료비를 안 받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되었다.
 
밤새 토하며 울부짖는 깜지를 간호했다. 깜지도 나도 제대로 잠을 못 잤다. 안아주어야 좀 안정을 취하기에 계속 토하는 깜지를 안고 있느라 옷을 여러 번 버렸다. 그래도 그냥 내려둘 수가 없었다. 토할 때 서고 싶어하는데 마비가 와서 서지를 못하니 자꾸 고꾸라지고 아파서 우니 안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살고 싶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는 깜지를 보며 “미안해”를 연발하며 겨우 조금 눈을 붙였다.
‘내일 아침이면 주검을 품에 안고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무지한 주인이 너를 죽인다. 미안해. 미안해......’

이른 새벽 잠이 깼다.
다행히 깜지는 죽지 않았다.
희망이 보였다.
그길로 다시 씻기고 나갈 준비를 했다. 가면서 친구들에게 부탁해 여기저기 동물병원에 전화를 했다. 아무 것도 못 먹고 계속 토해서 탈수가 올까 걱정되어 수액 주사라도 놔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일요일이라 진료하는 곳이 별로 없었고 그나마 찾은 곳은 가축은 하지 않고 애완동물만 한다고 해서 결국 그대로 장봉으로 들어왔다.
 
평소보다 4시간이나 빠르게 들어와 염소농장부터 갔다. 휴일이라 농장 사장님은 일부러 섬으로 들어오셔야 했다. 사장님은 걱정 말라며 주사를 두 대 놔주셨다. 그날 저녁, 깜지는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기적 같았다. 한꺼번에 물을 세 그릇이나 먹고 풀도 조금 뜯어 먹었다. 다음날 아침부터는 우유도 평상시처럼 먹었다. 우리 가족에게 부활절 선물 같은 기적이었다.
 
깜지를 살리기 위해 여러 사람이 애를 썼다.
치료비도 받지 않으며 성심껏 진료해준 가축병원 수의사, 이 병원 저 병원 알아봐준 친구들.
나의 실수로 죽을 고비를 넘기는 모습을 보고도 전혀 걱정하지 말라며 오히려 나를 걱정해 주시는 염소농장 사장님.
“엄마 괜찮아. 다음엔 철쭉 안 먹이면 돼”
하며 위로해 주는 아이들....





인천은 도시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이런 정스러움이 많이 남아있다. 마을의 마음이 남아 있어 그럴 터이다. 마을은 이렇게 생명을 살린다. 사람들은 서로 서로 이렇게 의지 할 때 살 수 있고, 희망을 품을 수 있음을 다시한번 깨달은 계기가 되었다.

나는 인천이 좋다. 여기 장봉도는 더 좋다. 이런 마을스러움이 곳곳에 남아 있는 곳이다.
깜지의 생명력처럼 인천도 강한 생명력으로 아름다움을 지켜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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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2019-04-29 09:25:06
http://www.incheonin.com/2014/board/view.php?code=news&cat=0&sq=13877

드림 2019-04-29 09:16:57
장봉도에 진짜 정서진이 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드림 2019-04-29 09:14:29
깜지 참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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