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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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 최원영
  • 승인 2019.04.29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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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하루를 대하는 자세





풍경 #108. 지금 이 순간

지인이 보내준 글을 읽으며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글의 제목은 ‘위대함과 평범함의 차이’이었는데 그 차이는 바로 ‘하루’를 대하는 자세라는 것이었어요.
 
‘평범한 사람은 하루보다는 한 달이나 일 년, 또는 일생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하루를 소홀히 보낸다. 그러나 위대한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언제나 특별한 날, 최고의 날로 여긴다.’
 
맞는 가르침 같습니다. 그런데 이 글 다음에 나오는 문장에서 저는 더 큰 감동을 느꼈습니다.
‘하루를 소중히 여긴다고 해서 하고 있는 일에 얽매이거나 바빠지라는 것이 아니라, 감동과 감사로 하루를 맞이하고 보낸다는 뜻이다.’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요? 누구나 하루를 맞이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니까 의무적으로 일하면서 짜증스럽게 하루를 마주합니다. 오늘 만나야 할 사람이기 때문에 만나지만 그 만남이 의무적인 만남에 그치기 때문에 감동이 일어날 여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을 만나서는 다투기 일쑤이고, 일을 해도 짜증을 내며 어서 일이 끝나기를 고대하며 하루를 대합니다.
 
그런데 위대한 사람들의 삶은 그와 반대로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유명한 사람을 만나든 평범한 사람을 만나든 그 순간순간을 감격과 감동으로 채웁니다. 왜냐하면 그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그 사람과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을 감사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 일을 얼마나 정성스럽게 해낼까요? 그러니 그 사람을 얼마나 소중히 여길까요?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과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 사이에는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는 시선에 차이가 있다는 생각 말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귀하게 여기며 사는가, 아니면 짜증스럽고 불편하게 느끼며 사는가?, 이것이 그들을 평범한 사람과 위대한 사람으로 결정짓는 게 아닐까요?
 
만약 이런 생각이 틀린 생각이 아니라면, 해야 할 일이 비록 힘든 일이라고 할지라도 ‘기꺼이’ 하겠다는 생각으로 그 일을 하고, 그 일이 기쁜 일이라면 즐기면서 일을 하면 될 겁니다. 일을 바꾸고 사람을 바꾸기는 힘들어도, 그 일을 바라보는 우리의 생각, 그 사람을 바라보는 우리의 생각만큼은 쉽게 바꿀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행복한 삶은 누구라도 가능해집니다. 일과 사람을 대하는 우리의 생각만 바꾸면 될 테니까요.
 
 
풍경 #109. 젓가락 드는 힘만 있어도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기적일 수 있습니다. 아니, 우리가 기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제 외할머니가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젓가락 드는 힘만 있었어도” 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당시에는 할머니의 말씀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 젓가락 들 힘이 없지?’라는 의구심뿐이었습니다. 튼튼한 어린 시절의 저로서는 젓가락을 들지 못한다는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나이가 되고 보니 당시 할머니의 말씀이 비로소 이해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나 봅니다.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안다. 젓가락 드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행복감은 나이에 따라 달리 느껴지나 봅니다. 젊었을 때는 큰 것을 얻었을 때 행복감을 잠시나마 느끼겠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지극히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감을 느끼곤 합니다. 젊었을 때는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을 때, 원하는 이성과의 만남이 이루어졌을 때 큰 행복감을 느꼈지만, 지금은 가까운 사람의 친절한 미소에서 또는 엄마의 등에 업힌 어린애가 곁을 지나가던 저에게 살짝 미소를 짓는 모습에서, 대문 열고 집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반갑게 꼬리치며 달려드는 강아지의 모습에서 가슴 벅찬 행복감이 가득 밀려듭니다.
 
마리 드 엔젤이 쓴 「살 맛 나는 나이」에 이런 글귀가 나옵니다.
“감탄하는 것, 이것은 어느 누구나 손에 쥘 수 있는 행복이다. (…) 우리가 이렇게 이 순간 아직 살아서 오고가고, 맞이하고 맞이되고, 갈망하고 갈망되고, 주변의 모든 것을 느끼고 음미하고 관조하는 것을 보는 것은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다.”
 
행복이 ‘감탄하는 것’이라고 하면, 어느 누구가 행복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이 순간을 그저 감격하며 바라보면 되니까요. 지금 이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느끼며 살면 되니까요. 지금 이 일이야말로 내게는 가장 소중한 일이라고 여기며 일을 대하면 되니까요.
독자 여러분 모두 행복하셨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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