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피난주민 방치, 행정불신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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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피난주민 방치, 행정불신 자초
  • 이병기
  • 승인 2010.11.30 15: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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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미분양·재건축 주택 임시숙소' … "주민들 미칠 지경"


27일 연평도 주민이 머문 신흥동 찜질방.
곳곳에는 주민들의 짐들로 누울 자리조차 없어 보인다.

취재: 이병기 기자

"누울 자리도 없어. 미칠 지경이야. 바닥에 깔고 자는 것도 부족하고. 바닥에 보이진 않지만 먼지가 많거든. 한 번 툭툭 털어서 깔고 자면 좋을 텐데. 이불도 없었는데 오늘 그나마 구호물품 안에 얇은 이불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지." - 최경화(69) 할아버지

연평도 주민들이 신흥동 찜질방에 자리잡은지 28일로 4일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인천시와 옹진군, 정부는 찜질방과 모텔 이외에 뚜렷한 숙소 제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행정당국의 안이한 태도로 연평도 주민들의 몸과 마음은 점점 가눌길 없이 피폐해져 가고 있다.

이곳 찜질방에 모인 200여명의 주민들은 인천에 연고가 없는 이들로 노인이 다수를 차지한다. 생소한 잠자리, 딱딱한 마루바닥에서 홑이불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내가 신경성이 있어. 시끄러워서 여기 있을 수가 없어. 오늘도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토요일이라고 월요일에나 진료가 가능하대. 자다가 일어나면 비행기소리, 배소리가 들린다니까. 귀가 이상한 건지 머리가 이상한 건지 모르겠어." - 김수연(74) 할머니

"늙은이 둘이 살다가 군인들한테 끌려나왔어. 아버지(남편)가 이렇게(몸짓) 기어다니거든. 우리 둘이선 나오지 못해. 군인들이 차 태우고 배 태워서 여기 오게 됐지. 죽어도 거기서 죽는다고 했는데 끌려 나온 거야. 여기선 밥도 맛이 없고, 밤에는 잠도 못 자. 앉았다 일어났다 해." - 최은녀(87) 할머니

아이들 역시 불편을 느끼는 건 마찬가지.

천은주(연평초 4) 학생은 "밤에 이불이 없어 추웠다"면서 "먹는 건 잘 먹는다"라고 말했다.

윤중보(연평초 3) 학생은 "심심해서 학교에 가고 싶다"면서 "집에는 가고 싶은데, 우리가 가는 것보다 군인인 아빠가 나오는 게 더 좋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집을 잃어버린 연평도 주민들의 하루하루는 불안과 고통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인천시는 옹진군으로 책임을 미루고, 옹진군은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하겠다면서 탁상공론만 하고 있다.

연평도 주민들은 지난 26일 주민대책위를 구성하고 인천시장과 옹진군수를 만나 주민들의 요구를 전달했다.

인천시는 "주민들이 요구한 ▲연평도 특별 재난구역 선포 ▲자녀교육, 부상자 입원 병원을 시민이 머무는 인근으로 옮길 것 ▲안정적인 생계대책 수립 및 안전한 곳으로 이주대책 등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면서 "주민들이 임시 거처할 수 있는 주택(미분양, 재건축 주택 포함)을 신속히 마련토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취재진의 확인 결과 인천시 재난상황실과 옹진군 관계자들은 임시 숙소와 관련해 별다른 방안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 관계자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옹진군으로 교부금 10억원이 내려갔고, 군 측에서 주민들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며 "찜질방이나 모텔에 머물고 있는 주민들에게 미분양, 재건축 주택으로 임시 숙소를 마련하는 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임시 숙소 이전 문제는 다른 여러 기관과 협의를 통해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숙식을 제공하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면서 "옹진군에 내려간 10억원으로 찜질방과 여관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행태는 옹진군 역시 마찬가지.

옹진군 관계자는 "찜질방에 있는 연평도 주민 중 원하는 사람에 한해 여관이나 모텔로 옮길 수 있다"면서 "언제까지 있어야 한다는 기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연평도 주민들은 인천시와 옹진군이 임시 숙소를 마련하기 전까지 찜질방과 여관을 전전하며 기약없는 생활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옹진군 관계자는 "윗 분들이 어떻게 하는지 모르지만 미입주 주택 관련해서는 아직 계획이 없다"면서 "당분간 교부금 10억원으로 필요한 구호품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현재 연평도 주민 1361명 중 1272명이 인천으로 이동했으며, 대연평도와 소연평도에 잔류를 원하는 주민 30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당분간 연평도 주민들은 찜질방에 거주하게 될 것"이라며 "100% 주민 이주 관련 협의를 추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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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사람 2010-11-29 09:10:50
최소한 피난민(?)을 방치하지는 말아야겠죠.. 시장님! 대책은 세워놓고 중국 갔다와야하는거 아냐? 옹진군청에서 뭘 알아서 하겠어. 시에서 해야지. 당신 바라보는 눈 많습니다. 거 똑바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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