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의 문화적 욕구를 해소하는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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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의 문화적 욕구를 해소하는 쉼터
  • 이민지
  • 승인 2019.07.31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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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연수역 뒤 '야곱의 우물'



 

<동네방네 아지트> 18번째 주인공은 수인선 연수역 뒤 아파트단지 입구에 자리한 지역주민들의 작은 문화쉼터 ‘야곱의 우물’이다.

‘야곱의 우물’ 이라는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 이곳은 교회의 목회자로부터 시작되었다. (*야곱의 우물: 구약성경에서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으나 사마리아인들과 유대인들이 공히 야곱이 파서 이용했던 우물로 믿고 있었던 수가 성 근처의 우물)
 
그러나 ‘야곱의 우물’은 종교와는 무관한 공간으로, 모든 지역주민들에게 개방된 문화쉼터 역할을 하는 마을공동체다. 이 공간의 이름은 종교적인 뜻 외에도, 하나의 우물을 모든 마을사람들이 함께 마시고 나누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문화를 누리고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우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야곱의 우물’ 권행운 대표는 국내 외국인 근로자, 다문화여성, 다문화가족 등의 이주민 지원을 위한 비영리단체인 ‘글로벌패밀리’를 운영하는 책임자다. 본래 이 ‘야곱의 우물’ 활동 장소는 글로벌패밀리의 이주민 지원 사업을 위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이주민들은 생계를 위해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이주민 대상 프로그램은 평일 근무시간을 제외한 주말에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평일의 이곳은 빈 공간으로 남아있기 일쑤였다. 2015년부터 비어있는 공간을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한 것은 권 대표였지만, 지금의 문화쉼터로 키운 것은 주민들 스스로의 힘이었다.
 
“처음엔 단순하게 비어있는 공간을 활용하고자 했어요. 거창한 활동이 아니더라도 지역주민들이 쉽게 배울 수 있는 것, 관심 있는 것, 재미있어 하는 것들을 함께 해보고 싶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다 기타와 캘리그라피를 생각하게 되었죠. 직접 발로 뛰어 강사를 발굴하고 지역주민들에게 공고를 내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기타와 캘리그라피 각각 10명 남짓의 적은 회원들이지만, 벌써 4년차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야곱의 우물’은 현재 기타동아리와 캘리그라피 2개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회원들의 회비를 통해 자치적으로 이끌어간다. 또한, 동아리에서 배우고 연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1년에 1회 정기적인 지역문화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기타는 연주공연을 하고, 캘리그라피는 작품을 전시하여 판매하고 수익금을 기부하는 방식의 마을축제이다.

“지역에 더 가까이 다가가자는 취지에서 지역문화축제를 기획했습니다. 특별한 것은 아니고 우리가 해오던 것들을 조직화하는 것이지요. 동아리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축제 진행 위원회를 구성하고, 동네 편의점 사장님, 떡집 사장님과 같은 주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마을회의도 주최합니다. 처음엔 크게 반응이 없으셨던 동네 분들이 지금은 공연 게스트에 누구를 불렀으면 좋겠다는 식의 제안도 해요. 모든 의견들을 수용할 수는 없어도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축제라는 것이 굉장히 의미 있죠.”

이러한 동아리활동과 마을축제 개최 외에도 ‘야곱의 우물’에서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다른 기관의 청소년 멘토링과 다른 점은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학생들을 비롯한 많은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의 노고 덕분에 약 50명에 달하는 지역 내 청소년들이 학습 멘토링을 받을 수 있었다.
 
“현재 한국사회는 개인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지역단위의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공동체는 상업적인 성격 안에서만 묶여져 있어요. 문화라는 매개체로 무언가 할 수 있는 계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쉽게 배우고 누리고 나눌 수 있는 생활문화를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특정대상이 아니어도, 그리고 돈이 없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문화의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기타와 캘리그라피는 바로 그것에 적합했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 멘토링 역시 문화적으로 가치를 나누는 방식이지요.”
 
권 대표는 ‘야곱의 우물’ 대표로서, 그리고 목회자로서, 이주민지원센터의 운영자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달려왔지만, 오랜 시간 봉사를 하며 매너리즘에 빠진 스스로를 고백했다. 더구나 지금은 비영리단체의 고질적인 재정적인 어려움과 인력난에 봉착하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사실 목회자로서 종교적 가치에 기반하여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지만, 후원금에는 한계가 있고, 재원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에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자생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하겠지요. 하지만 지역사회 주민들의 참여와 양질의 강사님들, 공공에 기여하고자 하는 취지 등이 알려진다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바야흐로 뜨거운 여름축제의 계절이다. 유명하고 규모가 큰 축제에서 즐기는 것도 좋지만, 지역의 주민들과 어우러지는 문화를 누리는 것은 어떨까. 작은 문화쉼터지만 동네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생각보다 큰 감동이 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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