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아이들의 '심리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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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아이들의 '심리불안'
  • 이혜정
  • 승인 2010.12.0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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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치료상담' 통해 불안감 표현


연평도 아이들이 아이클레이를 이용해 미술치료를 받고 있다.

취재 : 이혜정 기자

"어린아이들의 경우 미술치료를 통해 심리상태를 알 수 있어요. 도화지에 연평도 앞바다 그림을 그리는데 빨간색으로 바다 표면을 막아서 표현하고, 바다모형의 선을 거칠게 그리는 등 그림을 통해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보이고 있어요." -최명실 미술치료사(한세대 석사과정)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목격한 몇몇 어린이들이 심리적 불안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오후 인천시 중구 신흥동 인스파월드 2층에 마련된 미술치료상담소에서 만난 최명실(53)  미술치료사는 "연평도 아이들이 아직까지도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6살 정도 된 남자아이가 엄마와 함께 그림치료를 받으러 왔는데, 하얀 도화지에 빨간색 크레용으로 바다모형의 틀을 그리고 그 위에 파란색으로 덧칠했어요. '왜 그런거에요?'라고 물어보니 '못 가게 막은 거에요'라고 했어요. 이것은 연평도를 갈 수 없다는 걸 의미하죠."

"6세면 색칠을 할줄 아는 나이인데, 이 아이는 도화지 군데 군데에 거친 물결모양을 칠하는 등 신경질적으로 표현했어요. 또 아이는 고래가 물속에 산다고 알고 있는데, 고래를 물 밖에 그렸어요. 물 밖으로 나오면 어떻게 되냐고 묻자 '죽을 수밖에 없죠'라고 하는 거에요."

최 미술치료사는 "아이의 그림을 보면 자신이 집을 나온 상태를 의미하고, 고래가 물 밖으로 나오면 살지 못한다고 표현했듯이 연평도에 남아  있는 아빠에 대한 걱정과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아이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그림으로 표현했다"라고 말했다.

"얘기를 하다 보니 꿈속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쪽에서 검은 연기가 나왔어요. 한편에선 경비 아저씨가 쫓아와 무섭다고 했어요."
 
이는 아이가 연평도 포격 당시 인천으로 출항하는 배를 기다리는 동안 검은 연기를 보고 '트라우마'가 생긴 것이다.

최씨는 "아이가 직접 불을 보지는 못했지만 검은 연기를 보면서 충분히 불이 났다는 걸 연상할 수 있다"면서 "아이 엄마가 말하길 이 아이가 원래 바다를 이렇게 그리는 아이가 아닌데 최근 들어서 이렇게 그리기 시작했고, 밤에 잠을 잘 때도 엄마 손을 꼭 잡아야지만 잠자리에 든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아이들에게 상처가 났으면 약을 바르듯이 아이들의 심리적 치료를 위해서는 그림을 통해 좋지 않은 기억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점토 인형만들기를 통해 직접 뭔가를 만들어 보면서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끼게 해야 안정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최씨의 얘기다.

한편 인스파월드에는 연평도 주민들의 건강과 상담을 위한 진료소로 미술치료상담소를 비롯해 정신건강상담진료소, 심리안전지원상담소,  옹진군 임시진료소 등 4개가 있다.


미술치료상담을 한 연평도 아이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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