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마을, 변하지 않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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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마을, 변하지 않는 마을
  • 정혜진
  • 승인 2019.10.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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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역사를 품은 가좌동 고택 앞에서
                            전통 찻집과 박물관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심재갑 선생님의 고택


마을에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것일까? 사람이 살아가는 것인지, 사람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인지? 생각해 본다. 거대한 지구에서 바라본다면 어쩌면 우리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에 불과한 것 아닌가?
 
그러나 역사는 우리를 기억하고, 그 기억은 고스란히 흔적을 남긴다. 우리가 사는 마을은 저절로 만들어 진 것이 아니며,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으로 이루어진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다시 심재갑 선생님의 고택<인천in 3월23일자 [정혜진의 마을탐험기] 2회 게재> 을 이야기하려 한다.
 
서구 가좌동에 그 마을을 지키며 300년 동안 사람들을 품어온 고택. 그리고 그 집을 닮은 심재갑 선생님. 과거 대대로 물려온 이집은 오랜 시간 만큼 많은 추억들을 품고 있다.
 
조선시대부터 일제 강점기를 지나 6.25를 겪으며 근·현대 한국과 인천, 그리고 서구 가좌동 일대에 벌어진 일들을 수세대에 걸쳐 목도해온 고택. 6.25 당시 피난민이 늘어나자 마을의 다른 우물은 다 말랐지만, 고택 안에 있던 우물에서는 물이 마르지 않아 피난민들이 집 앞에 길게 줄을 섰다. 피난민들이 머물 곳이 없자 인심 좋은 안주인은 집을 개방하여 30가족 이상이 이 고택에서 전쟁을 피했다. 인천상륙작전이 시작되자 더 이상 집에 있는 것이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피난을 가지 않으셨던 선생님 댁은 다행히 전쟁의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하신다.
 
“천마산으로 피난을 갔었고 천마산 꼭대기에서 답동 성당까지 보이는데 성당 주변은 다 불바다가 되었지만 성당만 오롯이 그대로 있었어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삼 급박했던 그때의 ‘인천’이 상상되었다. 인천상륙작전... 역사책속에서 듣던 이야기를 실제로 경험하신 분과 이야기 하니 더 이상 역사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이 집이 또 다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고택은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기와는 영흥도에서 병자호란 때 충신인 임경업 장군의 사당에서(서해안 어민들에게 조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어 각 섬마다 사당이 있었다고 함.) 사용하던 것을 선생님의 아버님이 배로 실어와 옮겨와 사용한 것을 그대로 사용했다. 고택 안에는 과거 마르지 않던 우물이 아직도 존재한다. 이 공간은 보수 후 마을 박물관과 전통 찻집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또 고택 옆에는 커다란 도서관을 연상케 하는 공간도 있는데, 조만간 고택과 함께 사람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이 고택은 예전에 지금의 위치가 아니라 앞쪽으로 100m정도 이전을 하려고 했다. 이집에 살면서 하도 힘들어서 풍수지리에 능한 분을 불러 이사를 하는 것이 어떨까 물었더니 그냥 이 자리가 좋다고 하여 지금의 위치에 놓여진 것이다. 심재갑 선생님은 그때 100m 정도 앞으로 옮겼으면 지금은 도로가 됐을 꺼라 하신다.
 
"지금이야 바로 앞이 도로이고 차량이 많이 다니지만 과거에는 논이고 밭이고 산이고 했었다"며 추억에 잠기신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실 상상이 잘 안되었다. 그다지 멀지 않은 마을의 과거도 까맣게 잊고 사는 것이 현대인이구나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마을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마을 안에서는 다양한 삶이 존재하고, 그 삶이 어우러져 마을을 형성하고 이어간다.
 
마을 안의 다양한 삶이 잘 융화되면 살기 좋은 마을이 되는 것이고, 마을 안에 문제들이 많아지면 살기 어려운 마을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마을을 '생태계'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닐까? 식물과 동물에게만 생태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조건들이 구성되어 있는 마을이야 말로 생태계라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마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얼마나 생각해 보았는지?

 

                               과거 고택 사진과 현재 수리중인 고택의 내부 전경

 
우리는 누구나 나만의 마을이 존재하는 듯하다. 내가 보는 시선으로 내가 생각하는 시각으로 내가 접하는 영역에서 나만의 마을이 존재하고, 그 마을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세대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것이 지금의 마을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다양성이 존재하는 마을에서 서로의 이상을 맞춰 발전해 가는 공동체성이 지금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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