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워킹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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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워킹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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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2.3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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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

'워킹푸어'는 소위 식자층이 쓰는 말이다. 한국말로 옮겨도 '근로빈곤층'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즉, 열심히 일해도 먹고 살기 어려운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 말을 누구나 알기 쉽고 이해하기 좋은 말로 바꾸면 어떤 말이 될까. 아직은 찾을 수 없다. 다만 열심히 일해도 하루하루 지내기 어려운 사람들을 더 분명하게 표현하는 말은 따로 있을 거 같다.

인터넷신문 <프레시안> 기자들이 직접 취재하여 구체적인 사람들을 여러 직업군에서 만나서 그들의 실상을 하나하나 낱낱이 파헤친 이 책은 어려운 이론이나 주장을 담고 있지 않다. 다만 구체적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그 하나하나의 실상을 알아가다 보면 우리 주위에, 아니 우리가 바로 그러한 사람들 속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방끈이 길어 더 비참한 직업인 비정규직 교수는 1년에 많아야 1000만원도 못 버는 현실에서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그나마 6개월마다 해고될지도 모르는 불안한 생활을 살고 있다. 고급인력의 위기는 세계경제가 지식기반산업으로 무게중심이 옮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하나의 '위험신호'라고 할 수 있다.

동일노동 차별임금의 두 얼굴인 금융 비정규직, 치열한 경쟁을 핑계로 헐값에 팔리는 노동을 하는 영화 스태프, 드라마 보조작가, 비정규직 학원코치등과 이외에 최저임금 노동자, 이주 노동자, 지방대생, 고졸 노동자, 농민, 여성노동자들이 있고 이에 덧붙여진 빈곤 아동과 빈곤 청소년, 빈곤 노인이 그들이다.

또한 집이 있어도 가난하고 집이 없어도 가난한 도시 중산층과 대자본에 잠식당하는 자영업자들이 있다.

통계적으로 살펴보면 더욱 현실을 알기 쉽게 해준다.

2008년 파견근로를 포함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1750만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34.6퍼센트에 이른다.

연령이 젊을수록,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남성에 비해 여성이, 전일제 근로자에 비해 시간제 근로자나 임시직 근로자가 근로빈곤층으로 될 확률이 높다. 이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공통적으로나타나는 경향이다. 특히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가 급속하 확산되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워킹푸어가 급증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주요국의 근로빈곤율을 살펴보면 미국(14.5%), 일본(12.3%), 한국(11.7%)이나 유럽국가들의 근로빈곤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스웨덴등 사회민주주의 국가의 근로빈곤율은 5.0%로 가장 낮았고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은 5.9% 수준에 그쳤다.

미국, 일본, 한국에서 워킹푸어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이유는 첫째 고용제도가 미국의 '파트타임', 일본의 '파견직', 한국의 '비정규직'등으로 임금이 낮고 안정적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이다. 둘째는 너무나 낮은 사회복지 지출로 생활의 개선이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한국의 근로빈곤층문제만 따로 떼어 살펴보면 그 이전의 어렵고 못살던 시대와 분명한 차별성이 존재한다.

첫째, 규모로서 총취업자의 11.6%로 이 수치도 도시근로자 가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1인가구와 농어촌 지역은 빠진 수치이다.

둘째, 증가속도다. 1997년 외환위기를 포함해 2003년 카드대란과 2008년 금융위기까지 워킹푸어의 숫자는 급증하고 있다.

셋째, 구성의 다양성이다. 노인, 장애인, 여성가구주 등 전통적인 빈곤층뿐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워킹푸어를 구성하고 있다.

넷째, 갈수록 희박해지는 빈곤 탈출 가능성이다. 이전에는 교육을 통해 부의 대물림 현상이 상쇄되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교육으로 인해 부의 대물림 현상이 고착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다섯째, 사회적 박탈과 배제, 그리고 그 결과인 비가시화다. 박탈과 배제가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은 '유령'이 된다.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그들의 목소리는 잘 드러나지 않고 정치, 언론 등 공론의 장에서도 그들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다.

여섯째, 갈수록 커지는 '전염'에 대한 공포다. 고용에 대한 불안감은 실업과 빈곤에 대한 공포가 일상이 된다는 이야기이며 동시에 현 경제질서가 유지되는 매우 강력한 힘이다.

책은 서두의 결론으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워킹푸어의 증가는 나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워킹푸어는 충분한 소비생활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국내 소비가 부진해지면 기업의 생산활동 역시 정체될 수밖에 없다. 나라 경제 전체가 축소 균형화한다.

정부의 세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세금을 내는 것이 불가능한 계층이 증가한다면 정부의 재정은 더 악화한다.

결국 재정 재건을 위해 세수를 늘리려 한다면 그 부담은 부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하나 이 정부는 오히려 부자감세를 통해 부자들이 더 많은 돈을 쓰면 그 영향이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돌아간다는 미신에 사로잡혀 있다.

마른 수건을 계속 짜도 물이 나온다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다. 결국 그 수건은 찢어지고 말 텐데 말이다.

속된 말로 착취를 하든 빨아먹든, 빨아먹을 대상이 있어야 하는데도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공룡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쥐어짜면 결국 남는 것은 사회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것은 역사적 경험으로 입증되고 있다.

그럼에도 지배층은 그것을 전혀 모르고 아예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거기에 빌붙어서 소위 지식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곡학아세와 교언영색을 일삼고 언론은 거기에 장단을 맞추고 있다.

그러니 책의 마지막 항목이 "그대들 , 모두 죽지 말고 살아남기를" 하는 것으로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낸다. 좋은 날이 올 때까지 살아남으시라. 아니면 그 전에 들고 일어나라고.

더물어 이 책은 우리들에게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감'의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 당신은 당신만의 세상에서 사는가 아닌가 하고 .

한국의 워킹푸어 / 프레시안 특별취재팀 / 책보세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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