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예산, 지방선거 대비 치적사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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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예산, 지방선거 대비 치적사업에?
  • 이병기
  • 승인 2010.02.0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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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이 피부에 느낄 예산은 확 줄어

2008년 현충일 추념식 모습. 국가유공자와 유족, 각급 기관 등 시민 3천여명이 참석했다.

인천시의 2010년 사회복지예산이 6.2 지방선거를 대비해 치적을 내세우기 위한 사업에 편중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올해 인천시 여성복지보건국 사업 계획에 따르면 보훈단체의 수당 지급과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대형 건축물 건립 예산은 증가한 반면,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이 투입되지만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복지사업들은 전년 대비 삭감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시민사회는 4년째 사회복지 예산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정책들을 시에 제안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시는 형식적으로 대한다는 것이 시민사회의 여론이다.

작년 12월 17일 유천호 시의원 등이 발의한 '인천시 참전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조례는 2009년 2월 제정 당시 2010년 7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으나, 조례를 공포한 날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개정되면서 올 1월부터 6.25 전쟁과 베트남전에 참전한 유공자들에게 매월 5만원씩 지원된다.

참전유공자 수당은 2009년 1/4분기 기준 전국 264개 자치단체 중에서 약 100곳에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 강남구(7만원)와 경기 용인시(7만원), 경북 울진군(5만원) 등 10여곳의 자치단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2~3만원 가량을 참전유공자 수당으로 책정하고 있다. 그래서 가뜩이나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인천시가 생색을 내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시는 올해 참전유공자 수당으로 1만8천명에게 5만원씩 108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물론 국가를 위해 희생한 유공자들의 예우 차원에서 수당을 지급하는 데에는 국민 대부분이 공감하지만, 현재 16개 시·도지사 명의로 국가보훈처에 지자체의 유공자 수당 통합을 요청한 상태에서 조례까지 개정해 가며 시급히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이다.

또 서구와 강화·옹진군은 자체적으로 조례를 제정해 참전유공자 수당으로 3만원을 지급하고 있어 인천시의 수당까지 더하면 8만원을 받게 된다. 나머지 관내 7곳에 거주하는 참전유공자들이 받는 5만원과 비교했을 때도 형평성에서 어긋나 지역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보훈 관련 예산 증가는 다른 곳에서도 발견된다. 시는 작년부터 보훈가족 격려 차원에서 보상금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호국보훈의 달 보훈가족 보상 ▲3.1절 독립유공자 보상 ▲4.19 및 재일학도의용군 6.25 참전유공자 보상 명칭으로 지급되는 보상금은 11억4천여만원으로 전년 6억2천여만원에 비해 82% 상승된 5억1천여만원이 증가됐다.

보훈단체 활동에 지원되는 민간경상보조금 역시 2억3천만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년 보훈단체 지원비는 7억3천만원으로 전년 5억원 대비 44%의 증가율을 보였다.

사회복지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의 사회복지 예산을 살펴보면 올해 들어 보훈 분야의 예산이 급격히 늘어나 지방선거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시의회 역시 비례의원 한 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시장과 같은 당이기 때문에 시의회에서 발의된 조례도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 관계자는 "보훈단체 운영 활성화 지원사업은 매년 반복되는 사업이다"라며 "금년도 신규사업으로 참전유공자 명예수당을 지급하고자 신청·접수를 하고 1월분을 지급 중이며, 본 사업은 국가보훈기본법 등 국가보훈관계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국가보훈대상자 등의 예우와 지원에 근거한 법적 사무다"라고 문제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서민 피부에 느끼는 사회복지 예산 줄어

어린이 과학관 조감도

이에 반해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사회복지 사업 예산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80%~90%가 국비로 지원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생활안정 주거급여의 경우 전년에 391억여원이 지급됐지만 올해는 약 48억원 줄어든 343억원이 배정됐다.

또 저소득 취약계층 중 가사간병이 필요한 시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사간병방문도우미 사업은 전년 대비 77%, 23억원이 대폭 삭감된 6억7천만원만 책정됐다. 따라서 간병 대상자인 장애인(1~3급), 소년소녀가장,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중증질환자 등 열악한 상황에서 간병 서비스를 받던 시민들이 예산 삭감으로 도움의 손길이 줄어들 경우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장애인 생활안정지원금(장애수당) 역시 32% 감소됐다. 저소득 장애인 가구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중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장애수당은 올해 138억원으로 전년 202억원에 비해 64억원 삭감됐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문화 프로그램인 청소년 문화존 사업도 전년 대비 8천만원 삭감된 1억원이 책정됐다. 지난 2002년 시작된 청소년 문화존은 각 권역별로 청소년 동아리 거리공연이나 역사·문화기행 등 지역의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청소년과 시민사회가 준비하고 있지만, 줄어든 예산으로 걸림돌이 생겼다.

더불어 어려운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지원하는 학자금 사업도 작년 2억원에서 3천만원 삭감됐으며, 사회복지관협회 지원금도 2천500만원 줄어든 700만원에 불과하다.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는 노인종합문화회관 건립, 중대형 경로당 시설 확충, 어린이 과학관 건립 등은 예산 대비 필요성의 의문이 제기된다.

올해 말 완공 예정인 노인종합문화회관의 경우 총 사업비 206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으로 올 한 해 36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또 부평구와 서구에 추진되는 노인복지관/노인문화센터 건립, 남구 노인문화센터 리모델링 사업 역시 총 340억원이 소요되며, 금년 예산으로는 43억원이 사용된다.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어린이 과학관은 총 사업비 775억여원으로 올해 150억원을 투입한다.

김병수 인천사회복지협의회 기획행정과장은 "어린이 과학관 건립 예산이 아동복지예산에 포함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아동복지예산이 줄어들게 된 것"이라며 "시의 순수 자체 예산이 2천~3천억원인데 비해 어린이 과학관의 700억원은 다른 부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 과장은 "전반적으로 올해 인천시 사회복지 예산은 다소 증가했다"며 "그러나 지난 2~3년 사이 인천에서 대규모 사업이 시작되고 지방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실제 주민들에게 서비스해야 할 사업 예산들이 동결되거나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민사회가 몇년 간 주민참여예산제의 일종인 예산정책토론회를 통해 시에 의견을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도 시는 형식적으로 대하는 면이 많다"며 "겉으로는 주민 의견을 수렴한다고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도 않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어린이 과학관은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역차별 받아온 지역 50만 어린이의 자긍심 확보 및 교육·문화시설 기반을 확충해 추진중인 정책사업이다"며 "사회의 고령화 현상으로 노인문제가 대두되고, 노인들의 사회적 수요욕구 증가로 서비스 제공을 위한 시설의 확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복지 예산의 경우 저소득층 지원사업이 대부분으로 시설투자비는 지원사업을 감안해 편성한다"며 "어린이 과학관, 경로당 등 시설사업의 예산 투입에 따라 다른 분야의 사회복지 예산이 축소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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