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끊이지 않는 '학력향상 선도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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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끊이지 않는 '학력향상 선도학교'
  • 김주희
  • 승인 2011.02.09 18: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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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교육청 선정 결과 발표에 심사 기준과 평가 방법 등 '문제' 제기

취재: 김주희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1일 인천시교육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택희(전 한국교육개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심사위원장이 학력향상 선도학교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평준화 정책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학력향상 선도학교' 선정 결과가 발표됐다.

인천시교육청은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1일 교육청사 영상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역 거점별 학력향상 선도학교 10개 고등학교를 발표했다. 인천고, 제물포고, 신명여고, 논현고, 인천여고, 세일고, 부평고, 계산고, 가림고, 원당고 등이다.

함께 발표한 잠재성장형 학교는 학익여고, 인하부고, 인일여고, 광성고, 만수고, 동인천고, 옥련여고, 송도고, 산곡고, 부평여고, 영선고, 계산여고, 서운고, 가좌고, 서인천고 등 15곳이다.

시 교육청은 인천과 연고가 없는 심사위원들이 이틀간 합숙해 심사한 결과라며, 심사의 공정성에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뛰어난 학교에 지원을 하는 방안이지, 일부에서 우려하는 학교를 차별화하거나 평준화 정책을 포기하는 정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결과를 두고 교육계 안팎에서는 소위 '전통 명문고'로 이름난 곳이 대거 포함됐고, 각 권역에서 '공부 잘하는 학교'로 인식돼 온 곳들이라며 "예상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반응이다.

전교조 인천지부는 이날 곧바로 성명을 내 심사 기준과 기간, 방식 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교육 정책의 근간인 평준화정책에 역행하는 것이고 예산을 특정학교에 집중 배분해 교육의 균등 기회를 잃게 하는 것"이라며 이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학력향상 선도학교

송영길 인천시장의 공약사항이었으며, 나근형 인천시교육감과 함께 진행한 '10대 명문고'가 본디 이름이다. '학교 평준화 정책 포기', '학력 양극화 조장' 등 논란이 일자 이름을 '학력향상 선도학교'라 바꾼 사업이다.

총 예산만 280억 원으로 교육프로그램비에 160억원, 기숙사 건립비에 120억원을 쓰는 사업이다. 시와 시교육청이 사업비를 반씩 부담한다.

학력향상 선도학교에 선정되는 학교에는 2014년까지 매년 4억원을 지원한다. 기숙사를 짓는 학교 3개를 선정해 40억원씩 준다. 이 학교 출신이 국내외 유수대학에 입학하면 인천장학회의 장학기금을 활용해 장학금도 지급한다.

학력향상 선도학교는 학교 정원의 20% 범위에서 신입생을 선배정할 수 있다. 교장공모제를 할 수 있고, 교사 초빙권도 비지정학교보다 확대해 시행할 수 있다.

지난 9월3일 '학력향상 선도학교' 사업의 계획을 수립한 시와 시 교육청은 10월4일 '교육발전협력'에 관한 협약을 맺으면서 이 사업을 본격화했다.

시는 네 차례에 걸쳐 '인천교육 미래발전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고, 교육청은 교장·교감 워크숍을 두 차례 진행했다.

11월1일 학력향상 선도학교 공보 계획이 발표됐고, 12일 공모 서류 접수를 완료했다. 지역 내 85개 일반계 고교 가운데 67개 학교(특목고와 자율형 공·사립고 등은 제외)가 응모했다.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 보였던 이 사업은 그러나 만만찮은 반대 기류에 멈칫했다. 시 교육청은 서류만 받고 심사는 진행하지 못했다. 뒤늦게 공청회가 열렸고, 인천시의회의 심의가 진행되는 등 해를 넘기며 좌충우돌했다.

지난 1월21일 시 교육청은 "인천지역 인사가 아닌 인사로 심사위원을 전원 구성"했다. 이어 25일부터 28일까지 심사를 했고, 1일 결과를 발표했다.


인천시의회가 지난해 12월6일 시민 공청회를 열어 '학력향상 선도학교'에 대한
여론을 수렴했다. 당시 이 사업이 교육평준화의 근간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어 열린 심의에서 시의회는 학력향상 선도학교를 통과시켰다. 

 ▲뚜껑 여니 '역시나'

전교조 인천지부 조우성 정책실장은 "결과만 보면, 예전에 '지역의 명문고'였거나 현재 소위 '공부 잘하는 학교'로 인식되고 있던 학교들이 대부분 선정됐다"면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조 정책실장은 "학력향상 선도학교에 지원한 67개 학교 중 25개 학교를 제외한 42개 학교는 들러리를 선 꼴이며, 이류·삼류 고등학교로 낙인이 찍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전 학국교육개발원 정택희 수석연구원은 "심사위원들 모두 (인천) 지역의 명문고가 어딘지 몰랐다. 심사기준에 따른 결과다"라고 말했다.

시 교육청은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서 심사위원에 인천지역 인사를 배제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정부출연 교육연구기관 연구위원 4명과 타 시도 장학과 2명, 타 시도 교장 4명, 타 지역 대학교 2명, 그리고 간사를 맡을 인천시교육청 2명 등 총 14명으로 구성됐다.

각 학교에서 제출한 서류도 봉인해 보관해 왔으며, 심사 현장에서 개봉했다고 시 교육청은 덧붙였다.

시 교육청은 "지역의 한 호텔에서 이틀간 합숙하며 심사위원을 두 그룹으로 나눠 서류심사와 교장 면접을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서류 심사 후 25개 학교를 1차 선정해 26일 오전 7시부터 해당학교 교장에게 통보한 뒤 오후 1시부터 학교장 대면 면접을 봤다고 했다.

정 심사위원장은 "자료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면서 "평가기준 이외에는 어떤 정책적 사항이나 사업 내용 등을 포함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인천지부 조우성 정책실장은 "67개 학교에서 낸 서류를 검토하기에 이틀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애초 하기로 했던 현장실사도 없었고 고작 십여분 진행된 교장 면담으로 낸 결과라 심도 깊은 심사가 있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 교육청은 심사위원들이 25일 밤부터 26일 새벽까지 서류심사를 마쳤다고 말했다. 정 심사위원장도 교장 면접 시간이 10~15분 정도였다고 밝혔다.

현장실사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시 교육청은 "교장 면접이나 현장 실사, 둘 중의 하나를 하는 '또는'의 개념으로 계획을 잡았다"면서 문제될 것 없다는 반응이었다.

▲예상되는 논란

우선 심사 기준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 인천지부 조우성 정책실장은 "심사 기준이 일부 특정 학교에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 데다, 급조한 정책에 따라 10일 만에 실질적인 사업을 세울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전교조가 대표적으로 지적한 심사 항목은 △지역의 대표성이 있는가 △교육청 관련 사업을 내실 있게 추진했는가 △학교가 선도학교 제안서 작성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했는가 △3년간 진학 상황이 우수한가 등이다.

학력향상 선도학교의 목적은 '지역 사회 리더형 학교로서 좋은 학교 모델의 확산 주도'인데, 심사기준은 본래 취지와 무관한 데다 시교육청의 정책에 협조적이었거나 '좋은 대학'에 학생을 많이 보낸 학교에 유리하게 작성됐다는 것이다.

예산 편중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학력향상 선도학교 10개 학교 중 제물포고와 인천여고, 계산고, 가림고, 원당고 등 5개 학교가 '교과교실제'나 '특색 있는 학교' 등으로 이미 시 교육청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학교에 지원되는 예산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른다.

제물포고는 교과교실제(A형)로 15억8천200만원, 특색 있는 학교 5,000만원을 지원받고 있다. 이번 결과로 2014년까지 4억원씩 총 16억원을 또 받게 됐다.

시 교육청은 잠재성장형 학교로 선정된 서운고가 제2과학고로 지정될 경우에 따른 후속 대책을 마련해 놓지 않아 이 또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순환근무제에 따라 인사이동이 있으면 현 교장이 주도해 세운 사업의 지속성은 보장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 심사위원장도 "순환근무제가 중요하다"면서 "올해는 교장 인사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12년 적용될 신입생 20% 선배정도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

시 교육청은 우선 선발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교육계 안팎에선 "공부 잘 하는 학생이 대거 몰릴 테고, 그 안에서 뽑는 것이라 우선 선발과 다르지 않다"라고 지적한다.

전교조 인천지부는 "시 교육청이 심사 결과와 심사기준표, 각 학교의 운영계획서를 공개하겠다고 한 만큼, 이를 확보해 면밀히 검토해 보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시 교육청은 학력향상 선도학교에 선정된 학교를 대상으로 7일까지 수정계획안을 받기로 했다. 이어 2월 중 학교 관계자들을 모아 워크숍을 열 계획이다. 또 6월과 12월에 컨설팅을 진행, 사업 진행에 따른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점을 모색하기로 했다.

시 교육청은 "2년마다 정기 평가를 벌여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거나 지정을 취소하겠다"라고 말했다.

 

권역별

학력향상
선도학교

잠재성장형학교

비고

1권역

남구

인천고

학익여고

인하부고

 

2권역

중・동・옹진

제물포고

인일여고

광성고

 

3권역

남동구1

신명여고

인천만수고

 

 

4권역

남동구2

인천논현고

동인천고

 

 

5권역

연수구

인천여고

옥련여고

송도고

 

6권역

부평구1

세일고

인천산곡고

 

 

7권역

부평구2

부평고

부평여고

인천영선고

 

8권역

계양구

계산고

계산여고

서운고

 

9권역

서구1

가림고

가좌고

 

 

10권역

서구2

인천원당고

서인천고

 

 

사립2, 공립8

사립4, 공립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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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2011-02-08 13:54:51
이전 추진하고 있는 제물포고에 교과교실제로 15억6천2백만원을 지원하고, 특색있는 학교로 5천만원을 지원을 하고 있는 중이고, 이번에는 학력향상선도학교로 지정되어 2014년까지 총16억원을 지원받는다. 이전 추진학교에 교과교실제를 실시한다고 교실공사는 하느라고 15억6천2백만원을 투입하면서 송도국제도시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분명히 인천교육청의 중점추진사업이
명문학교라는 덧에 걸려 엉망이 되게 하였다. 제물포고 송도국제도시 이전도 주먹구구식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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