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커피향 기억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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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커피향 기억 속으로…
  • 김주희
  • 승인 2011.02.1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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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립박물관, 커피 특별전 위해 3월11일까지 관련 유물 수집

취재: 김주희 기자



인천시 중구 중앙동 2가에서 40년 가까이 '삼화다방'을 운영하고 있는 조화자씨가
손님이 주문한 커피와 쌍화차를 만들고 있다. (사진=인천시립박물관)
인천시립박물관은 커피와 인천지역에서 오래된 다방 이야기를 엮어 오는 4월 특별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양탕국'. 조선시대 '커피'를 이렇게 불렀다고 한다.

아관파천(1896년) 당시 러시아 공사관에 머물던 고종이 처음 접한 뒤, 그 맛에 반해 덕수궁에 러시아식 연회장인 정헌관을 짓고 즐겼다는 커피. '가비', 또는 '가배'라고도 했지만 '시커멓고 쓴 국물이 마치 탕약 같다'해서 붙은 이름이 바로 '양탕국'이다.커피 특별전때 전시할 '서유견문'. 서양의 커피와 음식 문화 등을 담고 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독일인 손탁이 세운 서양식 호텔(1902년)에서 커피가 최초로 대중화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은 1888년(또는 1884년) 인천 개항장에 문을 연 대불호텔이고 이곳에서 커피를 팔았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문건이 엄연히 존재한다.

1885년 4월5일 제물포항에 도착한 선교사 아펜젤러는 '캘리포니아 크리스찬의 주장'이란 보고서에서 "이곳(개항장)에는 미국인이나 영국인이 운영하는 호텔은 없고 일본인의 것(대불호텔)만이 하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저녁식사를 위해 테이블에 모여 앉았다. 서양음식이 잘 마련돼 있었고, 입에도 잘 맞았다."고 적었다.

이 문건에는 커피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지 않았으나, 인천지역 향토사가들은 "서양 음식에서 커피는 빠질 수 없는 음료이니 대불호텔에서 커피를 팔았다는 증거로 충분하다"면서 커피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곳은 인천의 대불호텔이었다고 주장한다.

국사편찬위원회의 커피 도입 시점에 대한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어찌됐든 고종이 즐겼다는 '양탕국'은 1920년대 서울의 명동이나 종로, 충무로 등지에 다방이 등장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게 됐다. 6·25 한국전쟁 이후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원두커피와 인스턴트 커피를 즐기게 됐고, 1970년대 들어 국내 커피 브랜드가 등장한다.

인천에서도 1930년대 전후 다방이 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시립박물관 배성수 전시교육과장은 "인천의 다방문화를 알 수 있는 기록을 찾기 어렵다"면서 "다만 인천상공회의소 등지의 기록에 따르면 1930년대 인천에 3곳 정도 찻집이 있었다"고 말했다.

1954년부터 <주간인천>에 '인천석금'을 연재한 고일도 맛집과 술집 등과 달리 다방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록하지 않았다. 다만 용동 일대에 '목연'(牧燕) 다방 등이 있던 다방거리 존재를 다른 이야기를 하며 언급하기는 했다.

배 과장은 "1970년대 옛 인천시청(현 중구청) 주변에 다방이 성행했다. 이들 다방의 주 영업대상이 인천시청이었다. 시청에서 전화를 해 커피를 주문하면 다방 종업원들이 배달했는데, 향다방이란 곳은 전성기때 하루 8,000잔 이상을 팔았다."라고 말했다.

1975년부터 중구 중앙동 4가에서 영업을 시작한 향다방은 종업원을 12명이나 뒀다. 커피를 배달하는 '아가씨'의 월급이 당시 하위직 공무원과 비슷한 7만원이었다고 한다. 커피 맛은 주방장의 손맛에 달렸는데, 이들의 월급은 12만원 정도였다.


인천시 중구 중앙동2가에 있는 삼화다방은 1970년대 초반 문을 열었다.

이들 다방은 주로 커피와 쌍화차를 판매했다.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배달하는 '모닝커피'에는 계란 프라이가 꼭 따라갔다. 해장용 커피에는 계란 노른자를 띄워주기도 했다.

커피 믹스와 자판기의 등장으로 1990년대 들어 다방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은성다방, 국제다방, 경동다방, 통일다방, 귀족커피숍 등 많던 다방이 사라지고 몇몇 곳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인천시립박물관이 이런 인천의 다방과 커피 이야기를 다룬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4월15일부터 5월29일까지 '커피, 양탕국에서 커피믹스까지'란 전시회에서 커피와 관련된 유물을 전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3월11일까지 시민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사용한 커피잔과 받침, 주전자, 티스푼, 커피 포장지 등 커피와 관련한 유물을 오는 3월11일까지 공개 수집한다.

특히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성행했던 다방과 커피 전문점 모습을 담은 사진과 1978~1985년 제작된 커피자판기를 모으고 있다.

문의 : 인천시립박물관(☎032-440-6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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