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지위 향상은 '단결과 연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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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지위 향상은 '단결과 연대'로…
  • 이병기
  • 승인 2011.03.14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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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 - 인천여성노동자대회서 '자유와 평등' 외친다


지난해 3월 6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102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한 인천여성회 회원들. 

취재: 이병기 기자

인천지역 여성정책센터 설립 시급

"현실적인 문제들이 파악돼야 대안을 만들 텐데, 인천지역 여성문제 현실이나 조건들은 전혀 모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상황에서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해 무언가를 본격적으로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죠. 이 때문에 여성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인천여성정책센터' 설립이 절실합니다. 인천발전연구원에 여성정책센터가 있기는 하지만, 연구원 한 명 없고, 예산도 책정되지 않은 상태죠. 담당자가 한 명 있기는 하지만, 다른 업무를 중복하다 보니 일각에선 '개점휴업'이라고 합니다. 문은 열었지만, 휴업상태인 겁니다." - 김영란 인천여성회 회장

1908년 3월8일, 대공황의 경기침체로 생활고에 허덕이던 미국 섬유여성노동자 수만 명이 뉴욕 루트거스 광장에서 빵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이듬해 미국 전지역 2만여 여성 노동자들은 "세계 모든 나라에서 여성의 정치적 권리 인정"을 요구했다.

191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국제여성노동자회의에서는 미국 섬유노동운동의 기폭제가 된 3.8 운동을 매년 '세계 여성의 날'로 기념할 것을 결정했다. 이후 매년 3월8일이면 세계 각국의 수만명의 여성노동자들이 나라 방방곡곡에서 집회와 기념식을 열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거리를 행진한다. '여성의 정치적 자유와 평등을 외치며 실천을 결의하는 날'로 기념해 투쟁을 벌이고 있다.

"OECD 가입국가 중에서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큰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여성 대부분이 비정규직이어서 그렇기도 하고,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남성보다 더 고용불안에 시달립니다. 임금격차가 큰 인도의 경우 남성임금을 100만원으로 했을 때 여성은 60만원 정도 됩니다. 우리나라는 100만원에 70만원이죠. 유럽은 90만원 정도입니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임에도 열악한 현실입니다."

김영란 인천여성회 회장의 말이다.

김 회장은 "여성 노인문제, 여성 폭력문제, 여성의 경제 문제 등 많은 문제점들이 어느 한 부분에만 걸쳐 있는 게 아니다"면서 "특히 성폭력 문제의 경우 도시계획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성폭력 전과자나 아동성범죄자들이 남구에 많이 사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는 등 인천이 여성 관련 사건·사고가 타 지역에 비히 높은 편"이라며 "이주율이 높은 것이나 교육이 낮게 평가되는 것도 인천의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영란 인천여성회 회장

'여성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려면 현 상황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인천은 이를 주도할 단체가 없다는 지적이다. 인천발전연구원에 여성정책센터가 있긴 하지만, 센터장 1명만 소속돼 있으며 그나마도 다른 업무를 겸하고 있어 사실상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지역 7개 여성 시민단체로 구성된 인천여성연대는 오는 9일 시의원과 공무원 등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여성정책센터 설립을 논의할 예정이다.

여성이 저출산 위기의 '주범'인가

103주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발간된 '노동과 삶의 권리를 위해. 여성, 이제는 행동이다!' 해설집에는 여성 관련 문제점들이 자세히 나타나 있다.

해설집은 "한국의 출산율은 2009년 기준으로 1.15명,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해 최하위 수준이다"면서 "'저출산은 생산 인구를 감소시키고 경제 성장을 둔화시켜 결국 젊은 세대의 부양 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정부와 언론을 통해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위기 속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은 저출산 위기의 주범인 것처럼 취급한다는 것이다. 위기 속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은 저출산 위기의 주범인 것처럼 취급되고, 국가를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여성으로만 그려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수년째 계속되는 청년실업과 노년층 실업 문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단순히 아이를 많이 낳는 생산 가능 인구 증대가 가장 바람직한 방향인가?'라는 물음은 사라졌다고 한다. 몇명의 자녀를 낳고 키울 것인지를 결정할, 여성이 가져야 할 출산권, 즉 출산의 자유와 선택권은 늘 국가적 목표의 수단으로만 여겨질 뿐 적극적으로 보장받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해설집은 또 "보육과 교육의 공공성 강화 없이 무조건 자녀를 낳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여성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보육과 교육을 남성과 여성, 사회가 함게 책임질 수 있는 사회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될 때 우리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 폭력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된다.

<2010년 전국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65세 미만 부부 6쌍 중 1쌍이 한 번 이상 배우자에게서 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 경제 위기가 지속되면서 경제적 이유로 부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가정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수많은 여성들이 성희롱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다수가 비정규직인 여성 노동자들은 해고의 두려움 때문에 자신들이 경험하는 성희롱을 공개적으로 제기하지 못한다. 따라서 수면으로 나타나지 않는 성희롱 문제 또한 매우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다.

해설집에서는 이외에도 '성소수자'를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과 '여성이 살고싶은 농촌, 여성농민이 행복한 농촌', '낙태 단속 여성 처벌 반대, 여성의 몸과 삶에 대한 결정권 보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제24회 인천여성노동자대회가 8일 오후 5시에 부평역 쉼터공원에서 열린다.

(사)인천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 인천지부,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지역 18개 단체가 후원하는 이번 여성노동자대회는 여성의 권리의식과 정치의식을 일깨우고, 모든 여성들이 하나가 되는 연대의 날이다.

인천여성노동자회 김태임씨는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 사회 노동시장에서 성차별과 양극화의 가장 큰 피해자인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희망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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