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들은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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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들은 괴롭다"
  • 이혜정
  • 승인 2011.03.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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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중한 업무에 낮은 임금 … 사회의 인식 변화 절실


지난해 9월 중구 자유공원 광장에서 열린 사회복지박람회.


취재 : 이혜정 기자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이 과도한 업무량과 시민들의 인식부족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말 그대로 '사회복지'를 위해 애를 써야 할 이들이 처우도 변변치 않은 데다 잡다한 일에 치여 제대로 '사회복지'를 꾸려나가지 못한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사회복지사들은 프로그램 기획을 비롯해 자원봉사자 모집, 교육비 수납, 이용자(수용자) 수송, 일반 잡무 등 처리해야 할 업무가 너무나 많다. 초과근무를 하는 건 다반사다.

그러다 보니 정작 어려운 이웃을 돌보아야 할 시간에 그저 '업무'를 처리하는 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들을 위한 처우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인천지역 노인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A씨(28)의 말을 들어보자. 

"노인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주로 재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요. 이 때문에 직접 방문을 나가 어르신들을 만나고 기관에 들어오면 그날 처리해야 하는 행정사무 업무가 쌓이게 됩니다. 여기에 갑자기 유관기관에서 자료를 요구하면 이를  준비하느라 어르신들을 찾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못 나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장애인 기관에서 일하는 B씨(28)의 얘기.

"장애인의 경우 여러가지 일상생활과 기본적인 일들을 대신 처리해줍니다. 이런 외부활동을 마치고 나서 업무일지 쓰기, 프로그램 준비 등 일반사무를 하다 보면 8시~9시에 퇴근하는 건 일상이지요. 사회복지사로서 일을 하고 있는 건지 행정사무원으로 일을 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이처럼 사회복지사들의 일과는 고달픔의 연속이다. 그래서 이들은 정부나 지자체를 중심으로 시민들이 '복지'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하소연한다. 사회복지 규모가 2000년에 비해 10년간 7배 이상 증가하고 있음에도 아직도 사회복지는 '봉사'라는 생각이 뿌리 깊이 박혀 있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사 C씨(33)는 "열악한 급여수준에다 밤까지 일하기 일쑤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복지사를 봉사자로 보고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들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남발되면서 복지사가 전문직이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으로 여기다 보니 사회복지사 처우문제가 제기된다"면서 "심지어 주변에선 퇴직한 후 할 수 있는 일 중 만만해서 사회복지사를 선택했다는 사람도 있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사회복지사의 평균연봉은 수당까지 합쳐 1700만원 남짓이다. 4년제 정규대학을 졸업해 국가시험에 합격해 자격을 취득한 사회복지사들의 첫 해 연봉은 1300만원~1400만원 수준.
 
보통 이용시설에 종사하는 사회복지사들의 임금수준은 생활시설에 종사하는 사회복지사들에 비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사회복지사들의 임금수준은 일반 노동자보다 매우 낮다는 지적이다. 
 
근로시간을 봐도 1주일에 평균 52시간을 일해 법정 기준 근로시간(주 44시간)을 크게 초과하고 있다. 또 주 5일 근무는커녕 격주 휴무조차 할 수 없는 사회복지사가 많다.

조대흥 인천사회복지사협회 회장은 "사회복지라는 어느 분야 할 것 없이 모든 삶의 영역과 연관성이 깊다"면서 "사회복지사들의 처우 문제가 해결되려면 우선적으로 사회복지사들이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영역 등 지역 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초 사회복지사 처우와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법률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처리됐다. 하지만 앞으로 열악하기만 한 사회복지사의 근무 여건이 좀 괜찮아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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