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도서관협회' 강행은 시민 '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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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도서관협회' 강행은 시민 '기만'
  • 이병기
  • 승인 2011.03.1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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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공공도서관 정책 만들기' 토론회서 밝혀져


주제발표 중인 윤희윤 교수

취재: 이병기 기자

공무원총정원제로 시립 공공도서관을 위탁해야 한다던 인천시가 전국 16개 광역시·도의 도서관 소속 공무원 수를 비교한 결과 꼴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책 읽는 도시'를 만들겠다던 인천시는 시립 공공도서관의 가장 중요한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독선과 아집'으로 시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도서관 전문가들은 인천시가 강행하는 사단법인 도서관협회 설립에 조목조목 반대하며 울분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시민과 소통하겠다'던 인천시의 문화예술과 공무원은 토론회에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인천시의 바람직한 공공도서관 정책을 만들기 위한 토론회'가 11일 저녁 인천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주최하고 '도서관을 사랑하는 인천시민모임' 준비위원회, 인천 작은도서관 협의회, 청학동 마을공동체, 희망을 만드는 마을사람들, 청소년인문학도서관 '느루' 준비위원회가 후원한 이번 토론회는 오용섭 인천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상복 교수이상복 대진대학교 문헌종보학과 교수와 안찬수 책 읽는 사회 문화재단 사무처장, 윤희윤 대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주제발표에 나섰으며, 박소희 인천작은도서관협의회 회장과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윤희윤 교수는 '인천시 공공도서관 정책, 제3의 길은 없는가' 주제발표에서 "인천시가 공공도서관의 협회설립을 추진하는 결정적 이유인 공무원총정원제는 인천시만의 난제가 아니다"면서 "다른 광역시·도와 기초자치단체는 직영체제를 고수하면서 한정적으로 위탁하는지를 반추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설령 공무원총정원제와 총액인건비제가 최대 걸림돌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시도가 아닌 인천시가 이를 명분으로 삼는 것은 매우 궁색하다"면서 "인천시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공도서관의 1개관 당 평균 정규직원 수와 사서직원 수, 지방공무원 대비 공공도서관 정규직원과 사서직원 비율 등에서 서울이나 부산, 광주, 대전보다 훨씬 열악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윤 교수가 제시한 자치단체 소속 공공도서관 인력 현황(2009년 기준)에 따르면 인천시 소속 공공도서관의 1개관 당 평균 정규직원 수는 5.5명으로 16개 시·도 중 꼴찌에서 네번째를 기록했다.

인천시보다 정규직원 수가 적은 곳은 충남(5.1명), 울산(4.0명), 강원(3.6명) 세 곳이었다. 가장 높은 자치단체는 대전으로 11.1명, 부산 9.3명, 경기 9.1명, 광주 8.4명, 경남 7.7명 순으로 나타났다. 평균은 7.2명이었다.


공공도서관 1개관 당 평균 사서직원 수도 평균에 못 미쳤다. 대전이 5.6명, 부산 4.7명, 경기 4.6명, 서울 3.7명, 광주 3.7명으로 평균은 3.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은 경남 3.5명에 이어 3.3명을 기록했다.

인천시가 도서관에 인력을 배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인천시교육청 공무원 수를 더한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지방공무원 수 대비 공공도서관의 사서직원 비율(%)을 보면 인천은 1.17%를 기록해 경기(1.65%)와 광주(1.34%), 대구(1.22%), 서울(1.19%)의 뒤를 이었다. 이는 평균 1.10%보다도 높은 수치다.

또 지방공무원 수 대비 공공도서관의 정규직원 비율도 2.24%를 기록해 평균 2.44%에 근접했다.

안찬수 사무처장결국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인천시 전체의 도서관 소속 공무원 현황은 평균 수준이지만, 교육청 소속 공무원을 제외하면 현저히 낮아진다는 것이다.

윤희윤 교수는 "서울을 제외한 다른 시도는 총액임금제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직영체제를 고수하고 있다"면서 "반면 인천시는 공공도서관의 정규직 인력배치 비율이 다른 시도보다 적은 상황을 성찰하지 않고, 총액임금제를 빌미로 직영의 대안을 찾는 데 혈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혹세무민이다"라고 꼬집었다.

윤 교수는 서민계층을 위한 공공도서관의 운영과 서비스 제공에는 다른 문화선진국처럼 행정기관의 무한책임주의가 대입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시가 협회 설립으로 공공영역의 정책과 책무를 다하고 민간영역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수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심각한 논리적 비약이며 호도라는 것이다.

사단법인인데 일부 공무원이 파견된다고 해서 정책적 책무가 담보되지 않으며, 특히 사단법인은 정책기능을 담당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더욱 근원적인 문제는 '민간의 전문성이 높다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공공도서관 육성과 운영조례 일부개정안 중 인천광역시도서관협회의 사업을 보면 협회는  ▲시에서 건립한 공공도서관 운영 ▲도서관 발전을 위한 주요 계획의 수립 및 추진 ▲국내·외 도서관 및 유관단체와의 유대 및 상호교류 등의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박소희 회장오는 15일 인천시의회 상임위원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인천시의 도서관 발전을 위한 주요 계획은 '민간 비영리 사단법인'이 만들고 이끌어간다.

지난 2007년부터 시행된 도서관법에서는 특별시·광역시·도·특별자치도는 해당지역 도서관 시책을 세워 시행하고, 이와 관련된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지역대표도서관을 설립·운영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도서관법에서는 지역대표도서관의 업무로 ▲지역의 공공도서관 지원 및 협력사업 수행 ▲시·도 단위의 종합적인 자료 수집·정리·보존 및 제공 ▲도서관 업무에 관한 조사·연구 ▲국립중앙도서관의 도서관자료 수집활동 및 도서관 협력사업 등 지원 등을 규정했다.

전국에서 네 번째로 지역대표도서관으로 지정된 '미추홀도서관'이 민간단체인 비영리 사단법인에게 역할을 빼앗길 처지에 놓인 것이다. 상위법을 무시하면서까지 도서관 정책의 '옥상옥'을 만드는 인천시다.

사단법인의 공공도서관 운영에 대해 다른 이들도 법적인 면에서 우려를 나타낸다.

안찬수 사무처장은 "'협회'가 민법상의 사단법인이라 한다면, 이 사단법인의 최고 의결기구는 총회일 수밖에 없다"면서 "총회의 의결 방법은 일반적으로 사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사원 결의권의 과반수로서 하도록 돼 있다"라고 말했다.

안 사무처장은 "흔히 사단법인을 설립등기 할 때 구성원을 최소 100인 이상으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그러면 이 '협회'는 그 도서관의 직원으로 운영되는 것인지, 직원을 포함한 인천시민들이 '협회'를 구성하게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또 사무처장의 임면도 문제로 거론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무처장은 이사회의 의장이 되면서 협회의 재정과 사무를 통할하고 소속직원을 지휘·감독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협회의 실질적인 운영자인 셈이다. 사무처장은 총회의 위임을 받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임원 중에서 이사장이 임면하게 된다.

협회의 이사장은 당연직으로 시장이 된다. 임원은 시 도서관 업무 담당과장, 시 교육청 도서관업무 담당과장, 시 대표도서관장, 시의회 소관 상임위원회 위원 및 관련분야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중에서 총회 의결을 거쳐 이사장이 위촉한다. 임원은 명예직이 된다.

안찬수 사무처장은 이렇게 가정한다.

"예를 들어 사단법인체의 임원으로 규정된 '시 도서관업무담당과장'이 사무처장이 된다면, 그 과장은 이사회 의장이 됩니다. 하지만 이사회 이사장은 시장입니다. 사단법인이든 재단법인이든 이사장이 있다면 그는 당연히 이사회 의장이 돼야 하는데, 이번 조례안에 따른다면 이사회 의장(사무처장) 따로, 이사장 따로의 상태가 됩니다."

또 '시와 교육청의 과장과 대표도서관장은 보직을 가진 공직자이기 때문에 사무처장을 겸직할 수 없다는 말이다. 시의회 소관 상임위 위원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시의원은 선출직으로, 인천시의 의결기능을 담당하는 동시에 도서관 사무를 집행하는 기능을 겸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는 사무처장의 후보 임원군은 '관련분야 전문가'다. 그러나 관련분야 전문가들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기에 여러 제약이 따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토론자로 나선 박소희 회장은 "협회 설립 과정에서 타당성 검토 등 어떤 정책자료도 시민 입장에서 본 적이 없다"면서 "위탁이나 직영의 운영 근거자료를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박 회장은 "도서관협회 조례가 상정됐다가 보류되고 무산되는 과정에서 점점 포장돼 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처음에는 위탁 문제로 협회를 설립하겠다고 하다가, 다음에는 책 읽는 도시 추진을 위한 첫 단추로 변하면서 협회의 역할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행사는 참석자들의 뜨거운 열기로 예정 시간보다 1시간 이상 늦게 마무리됐다.

인천시의회 의원 중 유일하게 참석한 신현환 의원은 "토론회는 잘 봤지만, 마음이 변하진 않았다(협회 설립을 해야 한다)"면서 "오히려 이 사람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사단법인의 도서관 위탁 운영 관련 고문변호사 자문을 받은 결과 4:2로 찬성(협회 설립, 법적으로 문제 없다)이 많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소헌 부평구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공이 시행정에서 의회로 넘어오면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를 약속했지만, 결국 이행하지 못했다"면서 "그래서 마련한 토론회 자리조차 나오지 않는 행정과 의회 모습에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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