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살림만…일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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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살림만…일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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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2.0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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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새일센터' 72곳, 취업 알선 등 원스톱 서비스




이달부터 비정규직 임산부 등 여성을 위한 고용지원이 확대된다.

우선 비정규직 임산부 근로자를 위한 임신 또는 출산 후
계속고용지원금 지급 요건을 완화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2월 중으로 계속고용지원금의 지급 대상 요건을
‘임신 16주 이상인 여성 근로자’에서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로 개정,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계속고용지원금은 2006년 임신 기간이나 출산 후 근로계약이 만료돼
재계약이 되지 않는
비정규직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대상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완화하고 근로자와 재계약을 맺는 사업주에게 근로계약 기간을 정할 경우
6개월간 월 40만원, 계약 기간 없이 고용할 경우
최초 6개월은 월 60만원,
그 이후 6개월은 월 30만원을 지원한다.

또한 육아 등으로 일자리가 끊긴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취업 기회도 넓어진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직업상담, 직업교육훈련, 주부인턴제도 등
종합 취업서비스를 제공하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전국 72곳에서 77곳으로 늘린다.

센터에서 지원하는 주부인턴도 지난해 3880명에서 올해 4620명으로
확대되며 취업설계사 또한 360명에서 539명으로 증원된다.
주부인턴제는 주부를 채용하는 기업에 정부가
3개월간 50만원씩을 지원하는 제도다.

여성들 이젠 '직업전선'에 뛰어들 때

여성은 결혼과 출산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 아내와 엄마가 된다는 사실은 이전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참고 체념하고 포기하던 시대는 갔다. 가사와 육아 걱정을 덜어주고 취업을 알선하는 다양한 정책들이 여성들을 지원하고 있어서다.


                             전국 각지의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는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원스톱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새일센터에서 취업을 원하는 여성들이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1
“저 같은 사람도 일할 곳이 있을까요?”

지난해 봄 모 여성인력개발센터를 찾은 김주영(가명·39) 씨는 죄지은 사람마냥 위축된 모습으로 힘없이 말했다. 김 씨는 지난 11년간 세 남매를 키우면서 살림만 해왔다. 결혼생활 처음부터 전업주부로만 지낸 것은 아니다. 첫 직장에서 7년 동안 근무하면서 나름대로 인정을 받았고 직원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았다. 그런데 첫 아이 출산휴가를 마칠 즈음 복직하기 위해 아이 맡길 곳을 찾았으나 마땅한 곳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일을 포기해야만 했고, 갑작스럽게 그만두게 된 회사에 미련이 많이 남았다.

열심히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언젠가는 다시 일터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처지로는 ‘다시 일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생각만 들어 우울증에 빠지기도 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김 씨의 재취업 꿈은 멀어져가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정보지에서 여성인력개발센터의 공고를 보게 됐고 용기를 내 센터를 찾아갔다.

지속적인 상담 서비스를 통해 김 씨는 자신감을 되찾고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4개월여 동안 컴퓨터, 전산회계 등 다양한 자격증을 따낸 그는 결국 자신에게 취업의 의지를 불어넣어준 상담사들처럼 취업 설계사가 됐다. 김 씨는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끝까지 하겠다는 도전의식만 가진다면 어떤 여성이든 취업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2
문영희(가명·55) 씨는 전업주부로 25년을 보냈다. 자녀들이 장성해 일을 하거나 학교에 다니면서 뒷바라지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런 자신을 떠올리면 참 열심히 살았다고 뿌듯해 하지만 한편으로는 좀 서글프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슬픔 속에 망연자실해 있던 문 씨는 새로일하기센터에서 취업을 지원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이곳에서 취업 상담을 받으면서 ‘이제 주부가 아닌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했다. 6개월간 열심히 공부해 자격증을 따낸 끝에 원하던 곳으로 취업하게 됐다. 문 씨는 자신과 같은 전업주부 여성들에게 “일을 하면서 제2의 삶을 살게 됐다”며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도전해보라”고 조언했다.

여성들은 결혼하면 대개 ‘슈퍼우먼’을 꿈꾼다. 일터에서는 커리어우먼으로, 가정에서는 똑똑한 엄마로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러나 마음만큼 쉽지 않다. 돈도 많이 벌고 아이들도 멋지게 키우고 싶은데, 막상 현실에 매여 있다 보니 그저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청소년 성교육 상담가로 유명한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신의진(45) 교수와 스타 아나운서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오영실(45) 씨도 최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란 정말 힘든 일이었다고 털어놨다. 신 씨는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할 때 육아 스트레스가 심한 나머지 정신과 상담을 받았고, 오 씨는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기 위해 좋아하는 방송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200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여성(15~64세 기준) 경제활동참가율은 54.7퍼센트로 OECD 가입국 30개국 가운데 28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보다 낮은 곳은 터키(26.7퍼센트)와 멕시코(43.4퍼센트)뿐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이유로는 출산과 육아 부담이 가장 크다. 2008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고학력 여성들도 자녀 양육 및 교육 등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비중이 낮고 재취업하는 비율도 낮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저출산과 노동시장의 고령화에 따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무엇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여성 고용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 기본계획’을 최종 확정됐다.

정부는 ‘경력단절여성’을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경제활동을 중단했거나 경제활동을 한 적이 없지만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들로 정의하고 있다. 이런 사유로 비경제활동 상태에 놓여 있는 여성(25~54세 기준)은 2008년 405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취업하고자 하는 여성은 비경제활동 여성 인구의 반 정도 되는 261만8000명으로 나타났다.

육아 부담 덜기 위해 돌봄 서비스 인프라도 확충


지난해 3월 노동부 고용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지게차 기사로 취업에 성공한 주부 채희주 씨. 

여성부 인력개발과 채명숙 사무관은 “여성들의 경력단절 기간은 평균 약 10년으로 대부분 첫 번째 일자리 종료 후 두 번째 일자리 진입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경력단절 기간이 길면 길수록 임금이 낮고 불안정한 일자리에 취업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여성부와 노동부는 경력단절여성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수립하면서 특히 일과 가정 모두에서 균형 잡힌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2014년까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을 60퍼센트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 가운데 취업을 원하는 여성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주는 ‘취업 지원 서비스’ 강화가 눈에 띈다. 현재 여성부와 노동부는 공동으로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이하 새일센터)를 지정해 72곳을 운영하고 있다. 새일센터에서는 경력단절여성들에게 직업상담, 교육훈련, 취업 알선, 취업 후 사후관리까지 ‘원스톱 취업 지원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새일센터 취업지원팀 김영실 팀장은 “다들 처음에는 어색해 하다가도 집단 상담 프로그램과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원하는 일자리에도 취업하고 있다”며 “취업을 원하는 여성들은 일단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주변의 새일센터를 한번 찾아가서 필요한 정보를 구해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여성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전국 새일센터를 통해 취업한 여성은 총 4만2488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소기업과 연계해 3개월간 일을 배우는 주부인턴제의 경우 3880명이 참여한 결과 1931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이렇듯 여성 취업을 돕는 새일센터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앞으로 2012년까지 100군데로 늘리고 여성인력개발센터 등 각 지역의 여성 취업지원기관을 통합해 양질의 일자리 정보 제공에 힘쓸 예정이다.

그러나 이런 취업 지원 서비스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성 취업의 최대 장애 요인인 가사·육아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노동부 여성고용과 조상용 사무관은 “재취업을 준비하는 경력단절여성을 위해 올해부터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고, 가사·간병 도우미, 노인 돌보미 등 돌봄 서비스 종사자 보호제도를 마련해 경력단절여성들이 이 분야로도 취업할 수 있게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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