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인천유나이티드 팬들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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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인천유나이티드 팬들과의 만남
  • 김동환
  • 승인 2011.03.15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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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로 맺어진 인연
세상은 지금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물결이 흘러넘치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포스퀘어는 하루 종일 사람들이 컴퓨터 혹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SNS 덕분에 사람들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도 다른 사람이 남긴 말을 볼 수 있고, 두 번,세 번, 네 번에 걸쳐 서로의 말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정말로 이제는 SNS를 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지는 사람으로 인식될지도 모를 일이다.

트위터 돌풍, 인천 유나이티드를 휩쓸다

인천 유나이티드(이하 인천)의 선수들도 트위터 열풍에 휩싸였다. 인천의 선수 대부분은 각자의 트위터 계정을 가지고 있으며 개인적인 생활 및 선수단에 대한 소식을 트윗(트위터에 자신의 글을 쓰는 행동)한다. 허정무 감독도 예외는 아니다. 자신을 팔로우(트위터에서 자신을 따르는 행동)하는 팬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멘션(글을 올리는 것)을 보내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트위터 덕분에 허정무 감독이 내세운 '선수들간의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게 되었다. 팬들과 선수들 사이에서도 중계자가 없이 멘션을 통해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 트위터는 지난 팬즈데이(Fan's Day)와 홈 개막전에서 큰 힘을 발휘하였다. 유람선에서 펼쳐졌던 팬즈데이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수많은 여학생 팬들이 찾아왔고 홈 개막전에도 많은 여성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인천 선수단이 목포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동안에는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지훈련 상황이 팬들에게 전달되었고, 팬들은 트위터를 통해 직접 선수들에게 격려 메시지를 보내면서 활발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었다.

트위터, 인천 유나이티드 팬을 만들다

포털 사이트의 동호회나 카페를 통해 인천에 살지 않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팬들이 생긴 적은 있었다. 하지만 팬들이 생기더라도 서로 친해지기가 어려웠으며 만날 수 있는 기회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트위터는 달랐다. 트위터는 전국 각지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의 팬을 만들어 냈으며, 실제로 서로가 직접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전라남도 목포에서 온 인천 유나이티드의 팬

3월 12일, 인천 유나이티드의 홈 개막전 경기를 보러 목포에서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전지훈련을 위해 목포를 찾았던 인천 유나이티드를 보고 축구에 푹 빠져 인천의 팬이 된 최초롱(20)씨. 최초롱씨가 인천 팬이 된 계기도 아주 특별하다. 인천 선수들을 보고 축구에 빠져 홀로 인천 팬으로 남을 수도 있었지만 트위터를 통해 친해진 인천 팬들 덕분에 멀리서 마음고생만 하지 않아도 됐던 것. 경기가 열리기 하루 전날인 11일, 인천에 올라온 최초롱씨는 트위터를 통해 친해진 인천 팬들과 함께 선수단 훈련을 구경하고 인근 구월동에서 저녁식사를 같이 하며 그동안 못 나눴던 대화를 하는데 시간가는 줄 모르는 것 같았다.

트위터로 맺어진 인연

최초롱(20), 이원선(26), 선이슬(18)씨는 모두 트위터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되었다. 사회적으로 불어닥친 트위터 열풍은 대학생, 직장인, 고등학생인 세 사람을 하나로 연결시켜줬다. 그녀들이 말한 트위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이원선씨는 “처음에는 선수들의 트위터 계정을 알게 되어서 시작했는데 계속 하다 보니 선수들이 남긴 멘션을 따라 사람들이 대답한 것을 보면서, ‘아, 이 사람들도 모두 인천 팬들이구나.' 하는 생각에 팔로우를 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선수들의 아이디를 따라다니면서 팔로우를 하고 인천 팬들이 그 뒤를 이어서 팔로우를 하니까 자연스럽게 저희들도 서로를 알게 됐고요.” 최초롱씨는 트위터가 인연을 맺어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모두 인천 팬이니까 친하게 지내면 좋잖아요. 그래서 서로 멘션을 남기고 맞팔을 하게 되니 둘이 넷이 되고 넷이 여덟이 되더라고요. 게다가 관심사도 같으니까 더 쉽게 친해졌어요.” 이원선씨는 같은 취미를 가진데다가 트위터의 특성상 멘션만 남겼을 뿐인데도 친해진 게 정말 신기하다고 했다.

그러면 트위터는 무조건 좋은걸까? 그녀들의 생각을 들어보자.

“같은 축구팬이기는 하지만 누군가가 저에게 친구 신청을 한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친구가 되지는 않을 거 같아요. 인터넷상에서 서로를 쉽게 알 수는 없잖아요. 뭔가 이유가 있거나 마음이 통해야 친구가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인터뷰를 진행한 세 명중 가장 나이가 어린 선이슬씨가 수줍어하며 말했다.

트위터에서 좋은 인연을 맺기도 하지만 가끔은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최초롱씨가 덧붙였다.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어떤 분이 저에게 멘션을 남기시고 팔로우를 하셨는데 알고 보니 외국인 이었어요. 그리고 말도 이상하게 남기고요. 스토커 같은 느낌이 드는 거 있죠. 무서워서 제 계정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버렸어요.”

대부분의 트위터를 하는 사람들은 트위터의 장점으로 실시간으로 친목도모가 가능하고 서로의 말을 빠르게 퍼뜨릴 수 있다는 점을 말한다. 하지만 사생활이 직접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항상 동반되는 단점이다. 서로의 멘션을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게 막아버리거나 쪽지를 교환하는 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단점을 쉽게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목포에서 전지훈련을 하던 인천 선수들이 휴일에 목포 시내에 놀러 나간 적이 있었어요. 저도 트위터를 통해서 봤거든요. 근데 어떤 선수가 찍어서 올린 사진을 보고 그 장소에 인천 팬들이 갔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선수들과 팬이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기는 한데 다르게 생각하니까 괜히 제가 무섭기도 하더라고요.” 최초롱씨가 트위터의 양면성을 덧붙여 말했다.

▲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은 세 분. 왼쪽부터 이원선, 최초롱, 선이슬 씨.
 
트위터를 통한 선수들과의 소통이 시작되다

목포축구센터에 인천 선수들이 오면서 트위터를 통한 실시간 중계는 더욱 활발해졌다. 숙소 앞에는 인천 팬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전국 각지에서 배송된 밸런타인데이 선물이 수북이 쌓여갔다.

밸런타인데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최초롱씨가 말문을 열었다.

“저도 그 때 목포축구센터에 갔어요. 팬이니까 선수들한테 줄 조그만 선물을 가지고 갔거든요. 그런데 축구센터 문도 잠겨 있고 숙소 앞에도 사람들이 없었어요. 그래서 바로 트위터로 숙소 앞에 왔다고 멘션을 남겼는데 선수들이 안 믿더라고요. 그래서 기다리다가 집에 가서 다시 트위터에 하소연을 남겼어요(웃음). 박태수 선수가 장난인 줄 알았다고 미안해하시더라고요. 그 때 한꺼번에 많은 팬들이 온다고 하니까 장난인 줄 알았던 거죠.”

우리가 처음 만나던 날

목포에 온 인천 선수들을 보고 인천 유나이티드의 팬이 된 최초롱씨. 하지만 그 마음을 주변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여자가 축구를 좋아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던 주변 사람들이 처음에는 너무 서운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트위터를 통해 인천에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팬들과 알게 되고 서로 친구가 되면서 가까운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처음에 인천에 왔던 날이 생각나요. 트위터로 친해진 언니, 동생과 함께 인천 선수들의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로 약속 했어요. 그래서 제가 목포에서 아침 일곱 시 반에 기차를 타고 인천에 오게 된 거죠. 훈련이 오후 3시에 예정되어 있었거든요. 그런데 기차에서 내려서 트위터를 확인하는 순간, 인천 선수들의 오후훈련이 취소됐다는 멘션을 보게 된 거에요. 너무 황당해서 원선언니에게 선수들 어디 있냐고 묻기도 하고 정말 훈련 안하냐고 묻기도 했죠.”

처음 만나던 날이라 어색함이 감돌수도 있었던 사이, 하지만 선수들의 훈련이 취소되어 정신없이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느라 오히려 어색할 틈도 없었다고 한다.

“제가 목포에서 오기 전에 트위터로 이종현 선수에게 멀리서 가는 팬이 있다고 멘션을 남겼어요. 제가 이종현 선수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훈련이 취소됐잖아요. 하마터면 못 만날 뻔했지만, 다행히 원선언니가 이종현 선수에게 멀리서 오는 팬이 있으니 인사라도 해달라고 말한 덕분에 제가 이종현 선수를 만날 수 있었어요. 만나던 그 때, 저한테 ‘멀리서 오느라 고생 많이 하셨죠?’하고 이종현 선수가 말을 해줬어요. 정말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도 좋았고요.”

비록 짧은 시간동안의 선수들과의 만남이었지만 최초롱씨는 선수들이 팬들을 따뜻하게 대해주는 모습에 감동 받았다고 했다.

만약에 트위터가 없었더라면

만약에 트위터가 없었다면 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기자의 질문에 돌아온 세 명의 대답은 모두 일치했다.

“서로를 알 수 없었겠죠. 그리고 이렇게 인연이 맺어지지도 않았을걸요. 우리가 과연 만날 수 있었을까요? 이어지는 끈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모르죠. 혹시 경기장에서 우연히 스쳐 지나가는 일이 생긴다면 모를까.”

그녀들이 말하는 축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트위터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되고 축구의 매력에 푹 빠진 이들.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축구의 매력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TV에서 볼 때랑 실제로 보니까 정말 차이가 있더라고요. 선수들이 팬들을 대하는 태도도 그렇고 축구를 직접 보니까 생각했던 거랑 다르게 빨라서 재미도 있고요. 그래서 정말 개막전도 기대가 돼요. 트위터에 올라온 글만 봐도 인천 팬 분들이 다 경기장 갈 거라고 하니까 사람도 많이 올 거 같고요.”

이원선씨와 선이슬씨가 말을 모으자 최초롱씨가 덧붙였다.

“그런데 친구들은 아직도 축구가 어렵대요. 그리고 저보고 여자가 축구 좋아하는 게 신기하다고 말해요. 다행히 지금은 축구를 아는 사람과 있으니까 말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은데, 집에 가면 아직 그런 사람들이 적어서 심심할 거 같아요.”

꿈같은 2박3일간의 인천 여행

홈 개막경기에서 인천은 제주 유나이티드와 0대0, 아쉬운 무승부를 기록했다. 다음 날인 3월 13일, 2박3일간의 짧은 인천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인천터미널에 나온 최초롱씨는 기자에게 인사를 건네며 버스에 올랐다.

“집에 가면 인천 홍보도 많이 하고 K리그 홍보도 많이 할 생각이에요. 경기장에 사람들도 많이 데리고 갈 거고요. 아직 혼자서 경기장에 가는 건 좀 그래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 기자님은 혼자 경기장에 가셔도 별로 어색해하지 않을 거 같아서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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